[기자수첩] 깊어지는 삼성전자-포스코 '밀월관계', 그 끝은 어디?
[기자수첩] 깊어지는 삼성전자-포스코 '밀월관계', 그 끝은 어디?
  • 이종근
  • 승인 2012.07.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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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이종근 기자]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을 듯한 밀월관계가 더 깊어지고 있다.  양사가 이처럼 애매모호한 밀월관계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최고의 대표기업과 세계 4위의 철강회사라는 지위에서 모종의 협력을 구체화 하는 행보를 잊을 만하면 보여준다는 점이 초미의 관심사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이서현 남매의 고 박태준 회장 빈소 조문, 이재용 사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막연한 만남과 맞방문 등 관계설, 대한통운 인수전 당시 포스코의 협력, 삼성중공업과 포스코의 지분 맞교환 빅딜설 등이 최근 끊임없이 재기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가와 포스코는 막역한 인연을 맺고 있다. 홍라희 씨는 고 박태준 명예회장 조문 당시 “3대째 깊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과 포스코의 아버지라고 할 박 명예회장과는 개발시대부터 돈독한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과 포스코가 이처럼 단순히 비즈니스 미팅이 아니라 가족사까지 엮여 있다는 점에서 양사는 모종의 협력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재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결국 양사는 항간의 이 같은 ‘카더라’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최근 보여주었다.

 

양사는 가전제품의 핵심 재료인 가전용 강판을 공동 개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가전용 강판은 세탁기, 냉장고 등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물론 강판개발이 아니라 휴대폰용 신소재 개발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강판이든 신소재든 중요한 것은 양사가 협력한다는 사실에 있다.

 

그동안 숱하게 거론돼 온 양사의 협력 또는 빅딜설 등이 부분적으로 가시화 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양사는 13일 신소재 공동개발 MOU를 체결했다.

 

이번 체결은 향후 철강·비철 및 신소재 분야에 대해서 소재개발 단계부터 공동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포스코가 기술적 측면에서 개발 및 공급을 맡고, 삼성전자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소재를 채택해 제품을 디자인하게 된다.

 

우리가 관심이 가는 대목은 양사의 협력이 과연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에 있다. 지금까지행보로 보면 ‘무한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사실로 굳어지는 듯 했던 삼성중공업과 포스코의 빅딜설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삼성이 제철에 욕심을 충분히 낼 만 하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또 철강산업의 침체와 함께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는 한편 현 정권 실세들의 ‘영포라인’(영일·포항 인맥)에 얽히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다급한 입장이다.

 

물론 삼성과 포스코가 만의하나 상호출자에 의해 한 덩어리 회사로 발전한다고 해서 냉정히 보면 나쁠 것은 없다. 삼성은 현대차의 제철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면서 포스코는 삼성이라는 거함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헤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으로 보면 양사의 합병 내지 빅딜을 나무랄 일이 못된다.

 

하지만 양사는 당장 욕심을 접어야 한다. 상호 시너지를 낼 정도의 협력은 어떤 기업이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만 모종의 ‘몸집 부풀리기’는 상당한 위험을 수반해야 한다.

 

우선 여론이 악화된다. 포스코는 작년 말 현재 외국인 지분이 48.4%에 달할 만큼 민간기업이 됐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우리민족의 경제개발사에 중추역을 담당했기 때문에 아직도 공기업 같은 인상을 준다. 

 

영포라인 ‘형님권력’이 막전막후에서 포스코 주위에 맴돌았던 것도 따지고 보면 포스코의 이 같은 민족기업 정서가 깔려 있었던 탓이다. 국민연금공단이 6.81%로 1대주주라는 하지만 대주주라고 하기에는 약하다. 오히려 포스코는 이처럼 국민들의 가슴에 남은 개발역사의 산 증인 같은 기업이라는 위상이 중요하다.

 

가난으로부터 구제한 민족기업의 위상을 갖고 있는 포스코가 범삼성가의 식구인 듯 빨려 들어가면 국민들 인식이 대단히 부정적으로 바뀐다. 이를 간과하면 포스코는 물론 삼성에게도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부정적 영향들이 닥칠 것이다.

 

또 하나는 수없이 나오고 있는 포스코와 관련된 현 정권 실세들과의 의혹 커넥션이다. 이 부분이 명쾌하게 가려지지 않고 삼성과의 밀월관계가 깊어지면 차기 정부에서 그 대상자들이 구제될 가능성은 커진다. 삼성의 경제권력 힘이 그만큼 정치권력과 협상의 여지가 있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포스코는 현 정권 출범 이후 가히 무차별적으로 추진해 온 M&A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추진과정에서 의문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08년 보다 계열사가 무려 38곳이나 늘어난 배경이 너무 궁금하다.


무리한 외형확장은 필수적으로 부채비율을 높이고 현금 부족사태를 만들기까지 했었다. 지금도 철강산업의 침체에 따라 포스코의 위기는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과의 밀월은 또 다른 포스코의 위험한 정치적 행보로 비춰진다는 점이다.

 

기업이 정치에 담그기는 쉽다. 도움도 받고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 빠져 나올 때는 대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삼성이 포스코와 엮일 경우 그런 부정적 여파가 미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재용 사장과 정준양 회장은 삼성반도체와 포항제철소 열연공장 등을 상호 둘러보면서 우의를 돈독히 해왔다. 정 회장은 나아가 지난 11월 삼성반도체 공장은 물론 서초사옥까지 방문할 정도로 높은 친분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가 기업의 이슈가 아니라 개인적 사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는데 있다. 정 회장은 특히 현 정권과의 연결고리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과 포스코의 만남은 이처럼 국가경제로나 정치적으로 거북하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번 신소재 개발 협력도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는 것이 양 회사에 모두 이롭다. 더 이상 억측이 계속되지 않도록 양사는 모두 사적인 욕심들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종근 tomaboy@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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