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유사도 적자, 주유소도 적자”...국민들이 믿겠나
[기자수첩] “정유사도 적자, 주유소도 적자”...국민들이 믿겠나
  • 서영욱
  • 승인 2012.07.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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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최근 유럽재정 위기가 그리스, 스페인을 넘어 유럽 주요국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름값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정유사와 주유소들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앓는 소리를 하고 있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27일 (사)소비자시민모임이 개최한 ‘하반기 국제유가전망과 국내유가전망’ 세미나에서는 국제유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 기름 값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송보경 소비자시민모임 석유감시단장은 “국제휘발유 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의 추이를 살펴보면, 정유사들은 공급가격을 국제유가보다 더 많이 올리고 적게 내리고 있고 주유소들 역시 판매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어도 정작 소비자들은 비싸게 휘발유를 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유사와 주유소들을 대표해 나온 석유협회와 주유소협회 관계자들은 오히려 기름을 싸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 빈축을 샀다. 

 

 

국내 4대 정유사들로 구성된 석유협회의 이원철 상무는 “지금 공급하고 기름 값도 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정유사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올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적자로 돌아섰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사정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유사들의 올해 실적을 보면 SK이노베이션은 45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10년만에 적자전환을 기록했고 에쓰오일도 2009년 이후 적자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정유부문의 계절적 성수기에 돌입하면서 마진이 크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이원철 상무는 “단기적인 유가 변동만을 보고 기름값을 내리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유사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석유 시장을 판단한 후에 공급가격을 결정하고 있다”고 정유사들을 두둔했다. 

 

 

그러자 송보경 단장은 “조사 결과 정유사들은 장기적으로도 할인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기름값이 오르는 동안 정유사들이 돈을 많이 벌지 않았냐”며 “지금도 기름값이 싸다고 하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유소협회의 불만도 이어졌다. 주유소협회의 정상필 이사는 “고유가 시대라고 해서 주유소가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것은 오해”라며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와 석유제품의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으로 인해 많은 주유소들이 정상적인 운영이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단장은 “알뜰주유소로 인해서 피해를 본다면 주유소들이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유사들과의 관계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충종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서기관도 “알뜰주유소 때문에 주유소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각 업계들은 고유가 시대의 책임을 모두 회피했다. 정부 측 관계자에게 기대했던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을 잡겠다’라는 의지는 찾아 볼 수 없었고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겠다는 기존 입장만을 들을 수 있었다.

 

 

알뜰주유소의 효과도 미비한 지금, 유류세 인하만이 치솟는 기름값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까. 인하된 유류세의 부족분은 분명히 다른 명목으로 거둬들여진다.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는 “정유사도 적자, 주유소도 적자라고 하는데, 과연 위너(winner)는 누구인지 궁금하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정부 측 자료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올해동안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과연 정유사들과 주유소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판단한 뒤 기름값을 내릴 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서영욱 syu@ez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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