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심리에 기업 투자까지 ‘뚝’…정부 ‘강건너 불구경’에 '뿔나'
[기자수첩] 소비심리에 기업 투자까지 ‘뚝’…정부 ‘강건너 불구경’에 '뿔나'
  • 이종근
  • 승인 2012.08.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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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성장률 반토막, 사실상 쇼크상태…기업들 여건 되면 해외 이전할 것

[이지경제=이종근 기자] 국내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엔진인 미국의 성장률 지표 등 경제 안팎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내수경기 침체가 급격히 내리막길을 타면서 위기로 빠지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가계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꺾이면서 ‘성장불씨’가 아예 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에 비해 0.4% 증가하는데 그쳐 1분기의 0.9%에 비해 반토막을 냈다. 2분기 중의 연간성장률도 1.6%에 그쳐 한국은행의 연간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전년 같은 기간과 대비해서도 2분기 성장률은 2.4%에 머물러 지난 2009년 1.0% 이후 최악의 지표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은 사실상 쇼크 상태라고 할 정도로 우려할 만한 일이다. 더구나 경제에 ‘군불’을 지필 양대 축인 기업과 소비자들이 모두 꽁꽁 얼어붙은 채 떨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의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대책이 뾰족히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선정국에 따른 복지수요 공약으로 관련 예산만 천문학적으로 증가해 곳간이 위태로울 판이다. 생산성 없는 예산지출은 늘고 미래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불씨가 될 예산은 되레 줄어들 판이다.

 

 

정부는 경제 사이렌을 켜놓기만 하고 손을 놓아야 할 지경인 것이다. 한국경제가 어디로 곤두박질 칠 지 예단하기 조차 어렵게 됐다. 청와대가 얼마나 다급했으면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그룹 기획·총괄 사장을 불러 투자와 고용을 지속해줄 것을 종용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한숨만 나온다.

 

 

청와대의 이런 긴급제안에 과연 재벌기업들이 따라줄 지 전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아무리 강도 높은 압박과 회유를 해도 돌아서 버린 재벌총수들의 마음을 하루아침에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 정권은 지금 국세청, 검찰, 공정위, 금감원, 관세청 등의 권력기관들을 전방위적으로 동원해 재벌기업들을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 세무조사, 불공정거래행위 조사, 재벌기업 총수 비자금 및 편법증여 내사, 조세피난처 자금흐름 조사 등 상당히 파괴력이 있는 권력형 조사들이 현재 진행형이다.

 

 

더구나 여·야 정치권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재벌개혁을 외치면서 순환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 등을 법제화하기 위한 행보들을 하고 있다. 재벌 뭇매 때리기가 대선정국의 이슈가 되면서 재벌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고 싶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한다.

 

 

업계관계자는 "요즘 업체 임원들과 만나면 글로벌 경기침체로 많이 힘든데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으며, 오히려 대기업들의 목을 더 죄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기회만 되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려는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가 재벌에 집중되면서 그로 인한 폐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중장기적인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마치 두더지를 잡듯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방식의 재벌개혁은 성과를 내기는커녕 국가경제를 위기로 내몰 뿐이다.

 

 

정치권이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일방향적으로 몰아붙이자 전경련도 끝내 반항 겸 화풀이를 하고 나섰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최근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화두는 순화된 언어였지만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도전적인 발언이다. 허 회장은 “민주화가 무슨 뜻인지 명확하지 않아 의미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경련 해체까지 나오는 데 대한 반항심리도 깔려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위기의 순간에 재벌들마저 손을 드는 상태가 현실화 될 우려가 크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이 실효성도 없고 표심을 의식한 재벌개혁에 변죽만 울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경제로 전이될 상황이다.

 

 

작금의 불황은 쉽게 끝날 일이 아니다. 2분기 중 설비투자와 수출이 전 분기 대비 6.4%와 0.6% 감소한 것을 의미심장하게 봐야 한다.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인색해지면 한국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런 상황은 최소한의 성장요건인 3% 이하의 성장률 지표를 찍을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3% 이하의 성장률을 보인 과거의 시기들을 보면 오일쇼크, IMF 환란, 리먼 사태 등 굵직굵직한 원인이 배경에 있었다. 2분기 저성장이 향후 이 같은 기조의 배경이 될까 불안하다.

 

 

더구나 세계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미국의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맥없이 무너져 내려 위기감을 더하게 하고 있다. 미 상무부가 밝힌 2분기 GDP 성장률은 고작 1.5%다. 이는 최근 1년 중에서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블룸버그도 같은 기간 미국의 GDP 성장률이 1.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해 미 상무부의 전망치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국가경제의 총체적 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청와대, 정부, 여·야 정치권 등에서 일체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지를 않고 있다.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한 경제정책 기관들도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아무리 현 시국이 대선정국이라 해도 더 이상 국가경제의 위기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든 정치권이든 지금의 경제상황이 매우 위태롭다는 인식하에 범부처가 참여하는 경제 불황 대책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지금의 한국경제 위기를 대외 악재요건만 보면서 핑계를 대면 안 된다. 이번 기회에 한국경제가 집고 넘어 가야할 내부의 문제나 이슈들을 세밀히 살피고 경제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재벌문제와 관련해서도 내쫓듯 또는 후려 패듯 개혁하는 것 보다는 전체를 아우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이종근 tomaboy@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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