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지킴이 ‘슈퍼닥터’…‘유명무실’
골목 지킴이 ‘슈퍼닥터’…‘유명무실’
  • 남라다
  • 승인 2012.08.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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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형식적인 교육 등 자료 전달 수업 끝"…현실적인 대안 시급



[이지경제=남라다 기자]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 진출로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서울시가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맞춤형 컨설팅인 ‘슈퍼닥터’ 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지가 없는 상인들에 대한 무의미한 예산낭비다”며 “탁상공론을 통한 해결방안 보다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서울시가 도입해 시행중인 ‘슈퍼닥터’ 지원 제도는 최근 대기업의 편의점 및 대형마트, SSM 진출 확대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인들을 위해 시행됐다. SSM이란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연면적 990~3300㎡(약 300~1000평) 규모인 점포를 말한다.

  

이처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SSM으로 인해 골목 슈퍼들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자 서울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점포별 전문 컨설턴트 현장지도를 실시하는 ‘슈퍼닥터’ 제도를 도입·시행하게 됐다.

 

◆ 형식적인 제도, 정작 점포주들에겐 도움 안돼

 

시내 주요 지역의 슈퍼닥터를 통해 컨설팅을 받은 대부분의 점포주들은 “이전과 별반 다른 점이 없다. 도움이 안 된다”는 등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슈퍼닥터에 선정돼 컨설팅을 받은 서울 시내 여러 곳의 점포들은 시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들 점포주들에 따르면 컨설팅 과정 자체도 서울시가 밝힌 내용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 발표내용에는 전문 컨설턴트가 각 점포별로 1회 2시간, 총 5회를 실시한다고 적시돼 있지만 실제 점포주들이 받은 컨설턴트는 평균 약 1시간 가량이었고 그나마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점포주들에게 실시하는 전문 컨설턴트는 민간 소속으로 시간당 6만원의 시급을 받는다. 1회당 12만원씩 한 점포당 약 60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S슈퍼마켓의 점주 K씨는 “실질적인 교육이 아닌 인터넷으로 치면 나올법한 구태의연한 컨설팅이 전부였다”며 “심지어 자료만 전달한 채 교육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컨설팅 과정을 마친 현재, 컨설팅 내용대로 바뀐 것은 전혀 없다”며 “형식적인 내용의 제도가 아닌 실제 점포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의욕 잃은 골목 주인들 “골목슈퍼 회생불능”

 

서울시의 제도적 허점과 더불어 점포 희생에 대한 의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S마트를 운영하는 K씨는 “시에서 무료로 하는 컨설팅이라 손해 보는 측면은 없었지만 사실 점포 정돈이나 배치 등은 주인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미 대기업들의 상점으로 잠식된 골목상권은 회생불능이기 때문에 점포 회생 노력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실제 우리 가게도 컨설팅은 받았지만 그 내용대로 실시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어차피 노력해 봐야 고객들은 대형마트나 SSM, 편의점 등을 찾는다”고 말했다.

 

컨설팅 이후 점포주들의 개선의지는 변화된 것이 없다. 오히려 슈퍼닥터를 뭐하러 운영하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점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점포주인 마저 회생의 의욕이 없는 상태에서 서울시의 정책은 ‘병에 맞지 않은 처방’이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또 “성과 없는 정책에 국민들의 혈세만 낭비된다”며 “골목상권을 위한다는 취지이지만 이는구태의연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 골목상권 악재, 대형마트 책임만은 아니다

 

대부분 점포주들은 현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통해 실질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H슈퍼 점주 A씨는 “대형마트와 골목슈퍼는 투입하는 물건단가 자체가 다르다”며 “대형마트들은 유통업체로부터 바로 물건을 전달받지만 골목슈퍼들은 중간 도매상을 거친 후 물건을 받기 때문에 가격 싸움에서도 밀린다”고 설명했다.

 

골목슈퍼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골목상권의 점포들은 서울시의 생색내기용 지원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생겨난 소위 ‘봉파라치’, ‘카파라치’ 등의 피해자 또한 골목슈퍼이다.

 

봉파라치란 기존에 점포에서 무료로 제공하던 비닐봉지를 유료로 제공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를 어길시 점포에는 벌금이 부과되며 신고자는 소정의 포상금을 받는다. 이를 노리고 점포들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다.

 

S마트의 점주 K씨는 “기존에 무료로 주던 비닐봉지를 환경문제를 거론하며 유료화하라는 방침이 내려졌다. 하지만 주로 단골들이 찾는 골목슈퍼 입장에서는 그들이 원하면 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단골들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던 행위를 제한받게 되면서 불편함을 토로하고 업주 입장에서는 위법인줄 알면서도 봉투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남라다 nr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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