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입점 저지 ‘지지부진’…상인들 “마지막 보루인데...”
홈플러스 입점 저지 ‘지지부진’…상인들 “마지막 보루인데...”
  • 남라다
  • 승인 2012.08.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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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입점 강행…중소기업청 사업조정회의도 불투명


[이지경제=남라다 기자] 망원월드컵시장 상인들이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해 지리멸렬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해부터 전개해 온 1인 시위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해 17일째를 맞고 있다.

 

반면 동반성장에 동참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메세나폴리스에 입점할 상인들의 손해를 이유로 망원상인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입점 강행 의사를 확고하게 밝혀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재 시장 상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홈플러스 합정점 저지 운동은 현재 답보상태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입점 저지운동은 아무런 소득 없이 상인들의 삶만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하루 24시간 천막을 지키는 망원시장 상인들 대부분 부부가 함께 점포를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 합정점의 입점을 막기 위한 천막농성 돌입 이후, 남편은 천막 농성을 하고 부인은 점포에서 남편 몫까지 장사를 해나가고 있다. 상인들은 종업원을 고용하며 생계 전선을 떠나 입점 저지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상인들이 신청한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도 지지부진하다.

 

중소기업청이 시행하고 있는 사업조정신청은 대기업에 의해 중소기업·상인의 경영이 위협받을 경우 중소기업청이 중재에 나서 대기업 측에 사업진출 연기나 생산 품목·수량 등의 축소를 지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홈플러스와 상인들간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서 지난달 중순에 예정됐던 4차 사업조정회의도 지금까지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중기청도 4차 조정이 언제 가능할지 여부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포구 시민들도 입점 저지에 1만7천여명이 서명하며 동참하고 있다. 더불어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홈플러스 합정점 저지를 위해 금요일 오후마다 열고 있는 촛불문화제 집회에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같은 저지 움직임에도 홈플러스의 입점 강행의지는 확고하다.

 

홈플러스의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서 상인들과 협의를 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메세나폴리스가 동시 개점할 경우 우리만 빠질 수 없지 않느냐”면서 “이 건물에 들어오는 분들도 중소상인들로서 홈플러스가 입점을 안 할 시 그들도 손해를 볼 수 있다. 그 손해는 누가 보상할 것이냐”면서 입점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중소기업청이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음에도 홈플러스 개점을 위한 공사는 모두 완료된 상태다.

 

한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상인들의 눈을 피해 중간 통로로 잠입하듯이 공사 자재를 들여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마감재공사는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는 메세나폴리스의 동시 개관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 사실도 모른 채 앞으로 진행되는 공사와 입점을 막기 위해 하루 24시간 교대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엎친데 겹친 격이라고 대형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에 마포구청의 천막 철거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생계마저 미루고 천막 농성을 시작한 상인들의 한숨은 더더욱 깊어졌다. 이번달 말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이 예상됐기에 태풍이 더 야속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지광 시장조합 이사장은 “돈을 들여서 천막을 사고 깃발을 단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태풍이 온다고 해서 큰일이다. 홈플러스 합정점이 언제 입점할지도 모르는데 오늘 오후라도 철거를 하고 이틀 뒤에나 다시 천막을 설치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상인들 “우리만의 일 아니다”...홈플러스, 중소상인과 마찰 ‘최다’

 

지난 23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사업조정제도 도입 이후 대형 유통사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어 온 수퍼수퍼마켓(SSM) 관련 사업조정신청이 가장 많았다. 2009년 144건 중 121건, 올해 역시 절반이 넘는 51건이 SSM과 관련돼 있다.

 

업체별로는 홈플러스가 186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업조정신청 건수도 홈플러스가 1위다.

 

그 뒤로 롯데그룹 114건, GS그룹의 GS수퍼가 55건 순이었다. 홈플러스는 186건 중 172건이 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와 관련돼 있었다. 사업조정신청 1호도 홈플러스가 대상이었다.

 

일례로 홈플러스는 자사 대형마트 입점을 두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뿐 아니라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 ·경기 수원시 권선구 등에서 지역 중소상인들과 충돌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합정동이다. 합정동 인근 망원시장 옆에는 홈플러스 국내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월드컵점이 위치해 있다. 그런데 망원시장과 불과 약 600m 떨어진 곳에 홈플러스 합정점까지 입점하면, 시장 반경 2.3km 안에는 홈플러스가 두 군데나 입점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까지 합하면 마포구 내 홈플러스 매장은 총 5개가 된다.

 

이에 따라 망원동 시장 상인들은 전국 상인들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다. 합정점이 입점하고 나면 현재 중소상인들과 충돌하고 있는 다른 지역들도 입점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앞서 영국 자본인 홈플러스 테스코는 2011년 4월 마포구가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 대형 점포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기 전 홈플러스 합정점을 개설·등록했다.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이 통과되고 마포구에서 조례가 제정되기 전까지 5개월 내 홈플러스가 합정점의 등록을 마무리 지은 셈이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망원동월드컵시장, 망원시장과 직선거리 670m 지점에 건설되고 있다.

 

시장에서 손두부를 파는 김진철씨는 “힘 없는 시장상인들이 먹고 살수 있게 해줘야 하는거 아닌지 한숨만 나온다. 힘있는 대형마트들은 법을 어겼는데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벌금 5000만원이라니 말도 안 된다”면서 “대형마트들이 너무 생겨나다보니 자기들끼리도 싸우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상황에 시장상인들도 먹고 살게끔 해줘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망원시장 상인들은 오는 31일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저지를 위해 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와 함께 ‘촛불문화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남라다 nr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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