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참패 기아차 K9, 수출 길도 막막
흥행 참패 기아차 K9, 수출 길도 막막
  • 이성수
  • 승인 2012.09.0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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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01대 '신차효과 끝'··스테이츠맨 닮은 꼴?



[이지경제=이성수 기자] 기아차의 대형 세단 K9이 결국 1000대 이하로 판매량이 급감하며 출시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신차효과가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5월 1대 판매를 끝으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GM대우(한국GM)의 대형차 스테이츠맨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6일 기아차에 따르면 플래그십 모델인 K9이 지난 8월 겨우 801대 판매에 그쳤다. 기아차의 야심작이자 정몽구 회장이 직접 신차 출시 행사를 주관할 만큼 심혈을 기울인 대형 세단 K9이 신차효과는커녕 출시 넉 달 만에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은 것이다.

4년5개월간 5200억원을 들인 K9은 지난 5월2일 출시 당시 올해 국내에서만 1만8000대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매달 2250대를 팔아야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출시 후 4개월이 지났지만 판매량은 급감하고 있다.

출시 첫 달 1329대에서 6월 1651대로 소폭 늘어나는 듯 했지만 7월 1400대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달 801대로 바닥을 친 것이다.

판매량 급감에 다급해진 기아차는 지난달 9일부터 대당 100만원의 특별 인센티브를 내거는 등 고육책을 내놓기도 했다. 마케팅도 강화했다. 요트 세일링(항해), 바다낚시, 선상 파티를 열고, 전시 및 시승차량을 최고 800만원까지 깎아주는 등 총력을 기울였지만 판매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휴가와 경기 불황, 노조 파업이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지만 이 같은 성적은 기아차로서는 치욕적일 수밖에 없다. 기아차의 야심작이자 현존하는 각종 안전 편의장치들을 모조리 장착한(풀 옵션에 한함) 차량임에도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K9의 판매 부진 원인으로는 초기 마케팅 전략 실패, 현대차 제네시스와 간섭현상, 외산 수입차 디자인 모방 논란, 빈약한 대형 세단의 역사 등이 꼽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출시 전에는 BMW 모조 차라는 인식이 강해 호감이 덜했고, 출시 이후에는 현대차 제네시스와 비교되면서 같은 값이거나 동일한 옵션이라면 제네시스를 사려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K9에 대해 출시 초기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는데, 실제로 시승한 이후에는 괜찮은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무슨 이유로 갈수록 판매가 급감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희한한 일이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경쟁차에 비해 K9이 변별력 즉 고유의 색깔이 없다는 점과 과도한 옵션을 넣어 가격대를 키운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전 모델인 오피러스가 오너드라이브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반면 K9은 이렇다 할 만한 특징이 없고, 비싼 가격 탓에 소비자가 수입차나 제네시스, 에쿠스 등 경쟁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말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K9은 여러 경쟁차들을 벤치마킹 해 종합선물세트처럼 온갖 편의장치를 더해 구색을 맞췄지만 고유의 색깔을 내는 데 실패했다"며 "옵션의 폭을 넓혀 최고 9000만원에 육박하는 차값도 가격 저항을 불러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소비층 다변화에 실패하며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고객을 빼앗기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시 넉 달 만에 내수가 1000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수출 전략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내수에서 붐이 일어야 중국이나 미국, 유럽 진출에 탄력을 받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이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투자비를 뽑아내야 하는데, 이 상태라면 수출은 요원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K9의 초라한 성적표 앞에 기아차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말게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외 공략을 위해서는 국내에서 붐이 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아차는 K9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자문까지 받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K9이 기대에 비해 판매가 저조한 것은 맞다. 지난달에는 파업으로 생산이 저조했던 영향도 있었다"며 "내부적으로 판매량 늘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수 ls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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