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자리 잃은 원전···블랙아웃 잊었나
[기자수첩] 설자리 잃은 원전···블랙아웃 잊었나
  • 서영욱
  • 승인 2012.11.0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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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원자력발전소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촉발된 反원전 기류는 18대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도 자리 잡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고장나는 원전도 큰 몫을 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일찌감치 원전 중단 공약을 내놨다. 문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수명이 다된 원전은 가동을 중지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또 아직 착공되지 않거나 건설계획만 수립 중인 신고리 5,6,7,8 및 신울진 3,4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추진중인 고리 1호기의 재가동과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을 중단하고 이 두 원전의 안전한 폐기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안 후보 역시 신규 원전 건설 및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중단할 계획이다. 게다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까지 중단하고 천연가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 분산형 전원계획을 꾀하고 있다. 특히 설계 수명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유럽 수준의 강력한 안전도 검사를 통해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는 원전 및 효율이 낮은 화력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여당 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확정된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원전 추가 건설에 ‘조건부 반대’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 24일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정책 공약에서 “기존 원전은 국민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철저하게 관리하되 새롭게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이전처럼 공격적인 원전 확대 정책은 없을 것이란 사실은 명확해졌다. 물론 원전은 치명적인 위험성 탓에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물건인 것만큼은 확실하지만 현재 건설 계획 중인 원전을 취소시킬 만큼 우리나라 전력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올 겨울 최대 전력 수요는 8000만㎾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 공급능력은 8200만㎾뿐이다. 추위가 절정에 달하는 1월에는 어김없이 전력예비율이 한자리에 머물 것이고 ‘전력 수급 비상’ 기사와 ‘콘센트를 뽑자’라는 기사는 일찌감치 지면 예약을 해둔 상태다. 원전 1기라도 멈추는 날에는 ‘블랙아웃’ 공포를 다시 맛보게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태양광·풍력 발전이 원전 1기의 용량을 온전히 대체하기까지는 50년 후에도 장담할 수 없다. 

 

 

원전은 언젠가 물러나야 한다. 그 전에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신재생에너지가 원전 대체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기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진정 블랙아웃의 위기를 느낀다면 지금처럼 여론에 휩쓸려 현실적인 대안도 세우지 못한 채 원전을 끌어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서영욱 syu@ez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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