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휴대폰 명의도용 실태
[긴급진단] 휴대폰 명의도용 실태
  • 한종현
  • 승인 2013.01.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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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뉴스=한종현기자] 휴대전화 명의도용 피해가 도를 넘었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무단 개통해 제3자에게 되팔거나 070인터넷 전화, 1688 대표전화 등을 대량 개통해 보이스피싱 조직 및 대부업체 등에 판매하는 등 사기 수법도 다양하다. 개통된 휴대전화를 소액대출에 이용, 사용하지도 않은 과도한 요금을 내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이모씨는 얼마 전 신분증을 잃어버린 뒤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위성방송사로부터 "○○상품 미납요금을 납부해주세요"라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상품에 가입한 사실이 없던 이씨는 곧바로 위성방송업체에 확인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명의로 개통된 또 다른 휴대전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휴대전화로 본인인증이 되어 부천에 있는 한 술집에 위성방송이 설치된 것도 뒤늦게 발견했다.

무심코 준 정보가…

이씨는 해당 위성방송사와 통신사에 명의도용접수를 했지만 해결은 쉽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개통된 통신사는 '본인인증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위성방송사로 책임을 넘겼고 위성방송사는 '정상적인 인증절차를 거쳤다'며 다시 책임을 떠 넘겼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개통 후 파기하는 게 당연한 신분증 사본을 이용, 통신사 공식 대리점이 유령 회선을 만들어 쓰지도 않은 요금을 청구하는 일도 발생했다. 몇 달 전 중학생 딸에게 최신 스마트전화 한 대를 개통해준 주부 박모씨는 통장에서 딸의 휴대전화 요금 말고도 다른 전화요금이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 해당 통신사에 문의한 결과 자신과 남편의 명의로 휴대전화가 3대가 더 개통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통신사 직원이 미성년자 가입에 필요하다며 부모의 개인정보까지 받아낸 뒤 몰래 개통시킨 것.

대출광고 스팸메시지에 속아 자신의 신분증 등을 보내준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유령법인을 만들어 개통한 070인터넷전화와 1688대표번호를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명의도용으로 개통된 휴대전화를 이용해 각종 범죄행위에 이용돼 피해를 본 누적 손해액은 69억에 달한다. 조혜진 새누리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이동통신3사의 지난 3년간 실제 명의도용 건수 및 피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명의도용 접수건수가 전년대비 9.7%(1287건) 증가한 1만4545건으로 조사됐다.

피해액은 2009년 29억3000만원, 2010년 23억7000만원 2011년 16억6000만원으로 최근 3년간 43.3%(12억7000만원)감소했으나 2012년 상반기 피해액이 11억3000만원으로 집계되면서 피해액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명의도용 신고로 구제받은 건수는 93건(구제율 21.3%)에서 103건(12%)에 불과했다. 건수는 늘었으나 구제비율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명의도용 신고는 460건, 구제 건수는 39건(8.4%)으로 각각 집계됐다.

구제율이 낮은 이유는 뭘까. 바로 이용자가 스스로 개인정보를 제공한 데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대출업자에게 무심코 개인정보를 제공했다가 휴대전화 명의가 도용되는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범행 수법은 다음과 같다. '신용불량자 신용대출 가능' 등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휴대전화 가입자들을 현혹하고 상담신청이 들어오면 "신용정보조회를 위해 필요하다"는 말로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 CVC번호 비밀번호 등을 요구한다. 이후 가입자들이 관련 정보를 알려주면 이를 이용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용카드 인증을 거쳐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방법이다.

누적 손해액 69억…피해액 늘고 구제율 줄어
통신사 책임 떠넘기기 "피해자 갈 곳 없다"

민간자율기구인 통신민원조정센터 집계에 따르면 2011년 명의 도용과 관련해 분쟁조정 신청된 290건 중 63.1%인 183건은 이용자에게 책임이 있음이 인정돼 기각 처리됐다. 방통위는 명의 도용을 통해 온라인으로 통신서비스가 개통되면 가입자 확인 절차를 소홀히 했다며 통신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휴대전화 명의도용으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주의가 중요하다. 이용자들은 방통위의 명의도용방지 사이트(www.msafer.or.kr)에서 본인 명의로 개통된 통신 서비스를 확인하고 이동전화 가입제한 서비스에 등록해 휴대전화 불법 개통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신분증을 분실했을 경우에는 바로 관할기관에 분실신고를 하고 재발급을 받아야 한다. 신분증을 분실신고 후 재발급 신청을 하게 되면 신분증 발급일자가 달라져 이전의 신분증은 행정전산망을 통해 영원히 무효처리 되기 때문이다.

본인의 신용카드 및 공인인증서 정보(카드번호, CVC번호, 비밀번호, 계좌정보, 보안카드 정보 등), 휴대전화 SMS 인증번호는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대출업체에 신분증 및 신용카드 등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신분증 재발급 및 해당 신용카드 해지 등을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또한 휴대전화를 개통해 타인에게 넘겨주거나 개통에 필요한 서류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 통신료가 대출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발생될 수 있으므로 절대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동전화 온라인 개통 시 이통사가 지정한 '온라인 공식인증 대리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와는 별도로 휴대전화 명의도용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용자들은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의 경우 본인확인 절차가 충분히 규정돼 있지 않아 명의도용 사기사건을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역무 이용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용계약을 체결하는 자가 본인인지 대리인인지 여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 이용계약의 체결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넣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아는 것이 힘

한편 휴대전화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 발생 후 사업자들과의 분쟁에서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경우 방통위 '통신민원조정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통신민원조정센터는 민원인의 신청을 접수한 후 사업자들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 검토하고 1차 조정을 권고한다. 민원인이나 사업자 중 한 곳이라도 이의를 제기할 경우,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강제 조정을 한다.

 

<휴대폰 개통사기 피해 사례>

[사례1]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휴대전화를 개통해 상대방에게 보내주면 100만원 대출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씨는 약속한 대출도 받지 못했고, 단말기 대금과 이용요금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사례2] 인천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몇 개월 전에 대출을 받기로 해 대출업자에게 본인의 개인정보, 신분증 사본 등을 보냈다. 이후 대출이 성사되지 않아 서류는 반송 받았지만 최근 본인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 개통 후 휴대전화 단말기 대금 및 요금이 연체됐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사례3] 광주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올 7월말 휴대전화 가입권유 전화를 받았다.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 가입만 해주면 현금 30만원을 지급하고 단말기 대금 등 이용요금은 대신 납부해주고 3개월 정도 지난 후 아무런 부담 없이 계약해지를 해준다고 해 주민등록등본 및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현금 30만원을 지급 받은 후 본인에게 100만원이 넘는 이용요금이 청구됐다.


한종현 han1028@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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