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목동, “이 좋은 땅에 웬 행복주택?”
콧대 높은 목동, “이 좋은 땅에 웬 행복주택?”
  • 서영욱
  • 승인 2013.06.04 1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박한 임대주택 들어와 물 흐리지 마라”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인구과밀, 과밀학급, 교통난 등을 이유로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행복주택반대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행복주택 시범지구가 공개된 후 딱히 환영하는 곳은 없었지만 반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크다. 특히 목동 후보지의 반대가 제일 거센데, 이들은 항의 수준이 아닌 ‘분노’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주변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종의 ‘님비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0일 서울 오류동역·가좌역·공릉동 경춘선 폐선부지·안산 고잔역 등 철도부지 4곳과 서울 목동·잠실·송파 탄천 등 유수지 3곳 등 총 7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 후보지로 선정했다.

 

우선 목동 후보지의 위치를 살펴봐야 한다. 목동지구는 오목교역과 목동종합운동장 사이 복개유수지로, 사업면적 10만 5,000㎡에 2,800호가 건설된다. 현재 이 지역은 현대백화점의 공영주차장과 쓰레기선별장, 테니스장 등이 들어서 있다.

 

주민들과 업계 사람들은 이 지역을 목동 땅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안양천을 끼고 있어 전망이 좋은 데다, 오목교역, 현대백화점, 오목공원, 목동종합운동장 등을 모두 도보로 5분 안에 끊을 수 있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또 주변에는 목동SBS, CBS기독교 방속국 본사 등 배후 수요도 많아 그 동안 숱한 개발 압력을 받아 온 곳이기도 하다.

 

국토부는 이곳을 행복주택과 함께 기존 공공시설을 정비하고 물과 문화를 주제로 자원순환센터와 연계한 물 테마 홍보관 및 친수공간과 목동 문화예술거리 등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목동 주민들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이 좋은 땅에 기껏해야 임대주택이 들어와서 집값을 깎아내려야겠냐”는 것이다. 후보지 주변으로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오히려 집값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집값을 갉아먹고 거래를 위축시킨 사례가 있어 주민들은 쉽게 설득당하지 않을 심산이다.

 

명문 학군으로 유명한 목동인 만큼 학부모 중심의 반발도 거세다. ‘목동의 자부심’을 지키겠다는 거다. 안 그래도 한 한급 인원이 40여 명이나 되고 학기마다 전학생이 들어오는 마당에 저소득층 자녀들이 들어와 학급 분위기를 망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신정호 양천구 행복주택비상대책위원장은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빚을 내 목동의 전세로 들어왔는데 행복주택 건설 소식을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다”며 “왜 열심히 사는 우리를 역차별하는 지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목동 행복주택의 건설호수가 2,800호로 시범지구 중에서 가장 많다는 것도 불만이다. 목동자체가 과밀 상태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인구가 더 많은 인근 신정동과 화곡동까지 한 생활권으로 감안한다면 인구과밀, 교통난 등이 더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공영주차장 부지에 건설되지만 국토부는 주차대책을 아직 내놓지 못한 상태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외부에서 저소득층이 몰려오면 학생 수가 늘어나고 교통난이 심화돼 결과적으로 집값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 공원이 들어서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 주길 바라고 있다.

 

일각에서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후보지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5일 주민공람과 12일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어서 향후 시범지구가 변경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을 수준별로 구분 지으려 계층위화감을 증폭시키는 목동 주민들을 보면 씁쓸한 생각도 들지만 기왕에 하는 사업이라면 주민들이 환영하는 쪽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4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