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통사 주파수 혈전, 소비자는 언제나 ‘뒷전’
[기자수첩] 이통사 주파수 혈전, 소비자는 언제나 ‘뒷전’
  • 이어진
  • 승인 2013.06.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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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이어진 기자] 주파수 경매 할당방안을 놓고 이통3사 간 혈전(?)을 보면서 인터넷 상에 떠도는 이통3사 이름 관련 유머가 생각났다. KT는 “고객을(K) 털자(T)”, SK텔레콤은 “신나게(S) 고객을(K) 털자(T)”, LG유플러스는 “로또도(L) 안 되는데 고객을(G) 우리도(U) 털자, 쟤들보다 더(+)”.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수긍이 가는 말이다. 주파수 경매, 이로 인한 2배 빠른 LTE 도입 시기 논란을 지켜보면서 내심 드는 생각은 ‘이통사들이 이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얼마나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다.

   

이통3사는 현재 주파수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자사에게 유리한 방안이 선정될 수 있도록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업체들은 할당 방안 선정에 따라 고사 위기라는 표현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다. 

   

주파수 경매를 놓고 이통사들이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도 이통사들은 자사에 유리한 주파수를 얻기 위해 혈전을 벌였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데 매번 거기서 거기다. 포커스만 다소 달라질 뿐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할당 방안 설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미래부 할당 방안과 관련해 LTE-A 구축에 지출해야 하는 투자비, KT의 광대역 LTE 구축 시 이통시장에 미치는 파장 등에 초점을 맞춰 KT를 비난한다. 900㎒ 보조망을 사용하지 못하는 KT는 오히려 자사가 고사 위기라며 경쟁사를 비난한다. 이 과정에서 미래부는 자사에게 불리한 방안이 채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통3사에게 모두 비난받고 있다. 할당 방안을 놓고 설전을 벌인지 벌써 4달째지만, 진정되기는커녕 최종 확정을 앞두고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이통3사의 아전인수식 설명과 이전투구식 싸움에서 정작 외면 받는 것은 소비자다. 이통3사 누구도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자 이익을 위해서라고 치장을 하지만, 결국은 자사의 유불리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주파수 할당을 통한 소비자 이익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이통3사는 수년 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때면 언제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어가기 일쑤였다. 이통사들은 “새로운 서비스에는 이에 합당하는 돈을 받아야 한다”라는 입장만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기존 서비스들의 가격 인하에는 인색한 모습만 보였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폰 확산을 통한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로 인해 음성전화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자, 특정 요금제 이상으로 차단했으며, mVoIP 서비스 도입 수년이 지나서야 6만원 이상 요금제에서만 가능한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선보였다. 가입비 인하도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야 가능해졌다. 지난 정부 시절 통신비 인하 대책을 통해 기본료를 1,000원 인하했을 때도 이통사들은 “수천억 원의 피해를 고려하고 소비자들을 배려했다”라며 생색냈다. 

    

업계에서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2배 빠른 LTE 도입과 관련해 요금제가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기존 보다 2배 빠른 속도를 보이는 서비스인 만큼 요금제 재설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속도에 따른 차등 요금제, 혹은 2배 빠른 LTE 만을 위한 요금제 등을 통해 요금제 자체가 인상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고 찾는 것은 진정으로 소비자들을 위하는 정책이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이통사 간 주파수 전쟁을 보면서 “2배 빠른 LTE 보다 비싼 요금부터 인하하라”라는 말들을 자주 하고 있다. “맨날 밥그릇 싸움만 한다”라는 말들도 자주 나온다. 

    

주파수 경매건 뭐건, 불황 속 일반 소비자들에게 와 닿는 것은 요금인하 및 서비스 경쟁이다.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이통사들은 방안이 잘못 선택될 경우 고사 위기에 처한다지만, 업체들은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탈통신 전략으로 인해, 다른 카테고리에서 창출하는 수익도 어마어마하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 올인하는 업체들의 심정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소비자들을 더 생각한다면, 이통사들의 밥그릇 싸움 보다는 보다 현실화된 요금제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안인 주파수 경매 이후 이통사들이 진정으로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정책들을 내놓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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