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도 '갑(甲)' 지위 이용해 사원에 상품 '밀어내기'
홈플러스도 '갑(甲)' 지위 이용해 사원에 상품 '밀어내기'
  • 남라다
  • 승인 2010.06.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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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에도 1인당 80~90만원 강제구매 시켜…구매리스트로 압박


[이지경제=남라다 기자] 홈플러스가 정직원 뿐 아니라 비정규직에게 상품과 상품권 밀어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관계상 갑(甲)인 홈플러스가 지위를 이용해 강제구매를 하고 있어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홈플러스 밀어내기 논란은 식품업계의 밀어내기 대명사로 떠올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남양유업의 대형마트 버전이어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번 사원 강제구매 논란에 대해 들여다 볼 계획을 밝혔다.


28일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강릉점 박모 점장은 최근 2년전 부임하자마자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직영점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원들에게 물품을 강제구매시키는가 하면, 각 파트장들을 통해 직원들에게 매일 회의에서 구매를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점장의 실적은 본사로부터 인센티브와 승진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점 직원들에게 상품과 상품권 구매에 대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 강제구매는 매장 행사 기간이면 어김없이 직원들에게 행사 상품과 명절 상품권 구매를 강요했다. 심지어 가전용품 행사 때 직원들이 구매해야 할 금액은 커졌다. 점포에서 '최고매출 만들기' 일환으로 직원에게 직접 구매하거나 자신이 못할 경우에는 지인을 소개하라고 압박했다.


이 강제구매는 대리점의 물량 밀어내기와 유사한 형태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에게 판매 상품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규모도 만만치 않다. 직영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은 각 130만원, 1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릉지점에서 1년 동안 행해진 상품 강제구매 규모는 평균 직원 1인당 80~90만원에 달했다. 직영점 직원 수가 80~90명 정도로 추산해 보면 평균 7,225만원의 매출을 직원들로부터 올리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한 달 월급과 맞먹는 수준이다.


노조 측이 조사한 실제 직원 한 명이 1년동안 구매한 목록을 보면, 복날에는 생닭 3~5마리(1마리당 6,000원)를 구매하도록 했고, 여름에는 수박(1개당 1만5,000원)을 행사 때마다 1개씩 구입하도록 강요했다.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 1~2개(4만원 상당)를, 또 매년 3월 3일 삼겹살데이에는 직원들은 1~2kg(100g 당 2,000원), 화이트·밸런타인·빼빼로데이가 되면 사탕, 초콜릿, 빼빼로를 구입하게 했다.

 

이 같은 홈플러스의 강제구매는 고용계약상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6개월마다 재계약이 도래하기 때문에 점장과 각 파트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구매할 수 밖에 없다. 혹여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까 전전긍긍하며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원들의 극심한 고용 불안감에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이었던 강릉지점 노조지부장 신모씨는 "비정규직은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하는 실정이다"면서 "파트장들이 사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를 만든다. 점장은 각 파트 구매 실적이 안 좋으면 파트장에게 '왜 이렇게 해당 파트 실적이 안좋냐'며 쓴소리를 한다고 들었다. 그러면 파트장은 직원들에게 구매리스트를 들고 다니면서 실적이 안좋다며 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어떤 파트장은 인사고과에 반영할 거라고 공공연하게 말을 한다"며 "그러니 우리같은 비정규직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산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사실은 강릉지점 내부 문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9월27일 일일 회의 자료인 '친절미팅' 문건에서는 '명절 선물세트 구매 의사가 있으신 분들을 취합하고 있다', '파트장님께 보고해야 하는 사안이니 구매 동참 양식에 기재하신 분들은 결제 예정일에 맞추어 꼭 결제 부탁드리고, 결제 후에는 잊지말고 선임에게 결제완료 했다고 전달 부탁드린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렇듯 직원들의 구매 사실이 파트장에 보고되고, 구매 실적이 문서로 기록돼 직원들에게 전체 메일로 보내져 사원 평가 자료로 이용됐다. 상품 등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파트장에 불려가 면박을 당하기 일쑤였다고 신씨는 지적했다.

 

신씨는 "명절 2주 전부터는 직원 전체 메일로 직원들 구매 내역을 보냈으며, 안 살 경우 해당 파트장들이 개인 호출을 했다. 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따져 물어 구매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또 상품권 강제구매도 이뤄졌다. 지난해 구정 1월20일~24일 행사기간인 같은 달 5일부터 상품권 구매가 진행됐다. 직원들은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구매했다. 그 규모가 농산, 수/축산, 가공식품 등 10개 판매부서에서 상품권 강제구매가 이뤄졌으며 3개 부서에서만 2,416만원의 상품권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부서별, 전 직원들의 구매 리스트를 작성하고 파트장들은 구매 영수증을 확인하고 하루마다 보고 체계를 둬 직원들을 압박했다고"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 노조는 강릉지점에서는 파트장의 전횡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강릉점의 파트장 전모씨는 타 직원의 할인카드로 할인받고 파트장의 카드에 포인트를 적립했으며, 지난 5월에도 컴퓨터를 70% 할인율을 80%로 조정해 구입해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관리자들의 불법 행위를 폭로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직원 강제구매 행위는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송정원 유통거래과장은 "점장이나 파트장이 사원에게 상품권과 물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은 엄연한 공정거래법 23조 제1항조 위반사항이다"며 "이 같은 행위가 사실이라면 홈플러스에서 강제구매가 있었는지 여부와 함께 강릉지점에만 국한되는지 여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노조 측으로부터 오늘자로 강릉지점의 강제구매 등과 관련해 팩스로 공식 접수됐다"며 "사실 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징계 조치가 취해야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남라다 nrd@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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