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탄신도시에게 삼성전자란?
[기자수첩] 동탄신도시에게 삼성전자란?
  • 서영욱
  • 승인 2013.07.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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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면 불안하고 없으면 집값 떨어지는 ‘계륵’ 같은 존재”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또 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암모니아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의심됐는데, 삼성전자와 경기도 측에서는 조사 결과 암모니아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올해 사망자가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가 두 차례나 있었고 바로 전날에는 화재사고가 발생해 직원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있었다.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여당과 시민단체, 환경단체 등은 삼성전자에게 확실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정작 화성사업장과 인접한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올 초 불산누출 당시 주민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누출 사실을 잘 모른다”거나 “누출이 됐어도 상관은 없다”라는 답변이 많았다. 불소 성분이 직접 누출된 아파트 주민들이었다. 

  

동탄신도시 커뮤니티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지만 삼성전자 직원 상당수가 동탄신도시에 거주하는 만큼 옹호하는 의견도 많다. 

  

예를 들어 “누출된 불산이 극히 소량이고 인체에 전혀 영향이 없다”라거나 “가스누출 사고는 매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올 들어 언론이 유난을 떨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발생하지도 않은 피해를 가지고 확대 해석해 주민들 불안을 키우지 말라”거나 국내 ‘1등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미 불산사고와 같은 대형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믿음도 있다. 

  

심지어는 삼성전자와 불산 누출에 관련된 사항은 금기어로 취급받고 있다. ‘동탄=불산 누출’이라는 이미지를 외부에 심어주는 것도 부담이지만 정작 일이 커져 삼성전자가 사업장을 옮기기라도 하면 집값이 곤두박질 칠 것이란 염려에서다. 그만큼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배후가 동탄 집값을 지탱해 줬다는 의미다. 

  

한 주민은 “삼성전자가 없었으면 동탄 집값이 이렇게 유지될 수 있었겠냐”며 “삼성전자와 협력업체들이 떠나고 나면 지금 같은 상권과 인프라 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집값과 생활환경에 대한 딜레마는 한창 개발 중인 동탄2신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5일 동탄2신도시를 ‘첨단산업단지’로 지정했다. 당초 벤처기업들을 유치하겠다던 테크노밸리에 대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다. 

  

LH와 국토부는 이곳에 인근에 있는 삼성전자, 삼성반도체, 한미약품, 삼한 등과 관련된 연관 산업, 협력업체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은 우선 대기업 공장이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 보다는 직원들의 ‘소득수준’이 높은 대기업이 들어서는 것이 집값을 유지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형 공장이 들어서게 되면서 공해와 소음, 교통난 등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주민의 말을 빌려 보면 “대기업 공장이 들어와서 수요도 확보하고 도시의 ‘격’을 올리는 것은 좋은데, 우리집에서는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다. 

  

유해물질을 배출하지만 집값 걱정에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존재. 불산 누출보다 집값 하락을 더 큰 문제로 여기는 풍토상 삼성전자와 동탄신도시의 불편한 공생은 계속되지 않을까.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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