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썰전] ‘급전’ 필요해진 ㈜한라
[분양썰전] ‘급전’ 필요해진 ㈜한라
  • 서영욱
  • 승인 2013.10.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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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한라비발디 플러스 입주 두달만에 30% 할인, 주민과 갈등
정몽원 회장 “자금지원 없다” 자구책 마련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최근 사명을 ㈜한라로 바꾼 한라건설의 자금난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라는 입주를 시작한지 두 달도 안된 아파트를 30% 가량 할인하며 입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한라가 부도 위기가 있는지 분양대행업체로부터 3개월 안에 미분양 물량을 팔아치워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초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홀로서기에 나서야 할 한라건설은 ‘짜낼 수 있는 곳은 다 째내야’ 할 상황으로 바라보고 있다.

 

파주 운정신도시 A22블록의 ‘한라비발디 플러스’는 지난 7월 계약세대들의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전체 823세대 중 60%에 가까운 467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에 올해 초 한차례 부도위기를 넘긴 한라는 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지난달 주변시세를 감안한 재분양을 결정, 이달 2일부터 세대당 20%에서 최고 30%까지 파격적인 할인분양에 나섰다.

 

85㎡형의 경우 최초 분양가인 3억4,960만원에서 19% 할인된 2억8,200만원에 분양하고 있고 102㎡형은 3억9,990만원에서 21% 할인된 3억1,500만원에, 130㎡형은 4억9,990만원에서 30% 할인된 3억5,000만원까지 분양가를 낮췄다.

 

이처럼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면서 며칠 사이 이미 수십세대가 분양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라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그룹 차원의 자금지원, 회사채 발행과 함께 현재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부동산)시장이 어느 정도 호전되는 상황에서 이 시기를 놓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재분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기존 입주민들은 한라측이 자신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할인분양에 들어갔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입주를 마친 A씨는 “85㎡형은 7,000만원, 102㎡형은 8,500만원, 130㎡형은 1억5,000만원이란 금액을 할인분양 하면서 기존 분양자들에게는 아무런 통보와 보상없이 일방적으로 할인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며 “온가족 행복하게 살자고 평생 열심히 모아 입주한 입주민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반 서민이 7,000만원~1억5,000만원 모으려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10년 정도 걸리는데 그런 돈을 하루 아침에 손해 보게 됐으니, 내 집 마련하자고 대출 받아 입주하신 분들의 마음은 어떻겠냐. 대출이자만 줄어도 이렇게 억울하지 않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B씨는 “신규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사정만 앞세워 주변의 몇 년 지난 아파트보다 더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 것은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고 최초 계약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운정 한라비발디 입주민대책위원회 신소영 법률자문팀장도 “최초 분양 당시 분양대행사는 계약자들에게 ‘이미 60~70%가 분양을 마쳤다’고 속였다”며 “지난 여름 입주기간에도 일부 세대에 대해 이미 할인분양을 진행해 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입주민들은 현재 할인분양되고 있는 가격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초 분양자들에게도 주변 시세에 맞춰 보상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난의 겪고 있는 한라가 미분양으로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한라와 화성도시공사 등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만든 화성조암의 한라비발디는 미분양 물량을 현대·기아자동차 직원들의 기숙자로 제공하려 했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철회한 일이 있었다. 이 역시도 분양 당시에는 이야기가 없던 것으로 임대계약을 맺으며 주민들과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

 

한라건설의 무리한 할인분양은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이 지난 5월 “한라건설에 더 이상 추가 자금 지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자금 마련을 위해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상황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한라그룹은 올 초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량계열사인 만도를 통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3,435억원을 지원키로 해 투자자 등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어 더 이상의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라건설은 최근 ‘건설’을 떼고 ㈜한라로 사명을 변경하며 환경, 에너지, 발전 등 새 먹거리 찾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그룹 차원에서 갖은 노력에도 국내 주택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한라의 유동성 위기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 지난해 한라건설의 부채비율은 556%.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라 관계자는 “이미 IR을 통해 그룹에서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사실 더 이상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이 이뤄질 이유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한라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구적인 노력을 더욱 강도 높게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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