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명칭폐기, 행복주택은 오래 갈까?
보금자리 명칭폐기, 행복주택은 오래 갈까?
  • 서영욱
  • 승인 2013.11.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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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시작부터 삐걱…임대주택정책 ‘표류’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임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인 ‘보금자리’ 브랜드가 공식 폐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국토부와 당정협의를 갖고 ‘보금자리주택 건설 특별법’의 명칭을 ‘공공주택 건설 특별법’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주택에 적용하던 ‘보금자리주택’ 브랜드를 법안 명칭에서부터 없애겠다는 의미이다.

 

대신 공공주택 건설 특별법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행복주택’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관련 특례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 서민을 위한 주택? 시장 왜곡 주범?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 지역을 해제해 국민에게 주변 시세의 절반인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정책에서 출발했다. 내집 마련을 꿈꿔온 서민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지만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이유로 부동산·건설업계에게는 지탄의 대상이 돼 왔다. MB정부는 32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5년간 10만2,000가구 공급에 그쳤다.

 

우선 보금자리주택은 수도권 집값 안정과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 희망을 되살리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이 주택공급에 앞장서면서 민간의 위축된 공급능력을 보완해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주택수급 불균형이나 집값 급등 가능성을 예방했다.

 

또 다양한 임대주택(영구, 국민, 10년, 분납, 장기전세 등)과 중소형 분양주택을 골고루 공급해 종전 국민임대주택사업에서 발생했던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반대를 완화하고, 계층간 통합, 입주민 만족도 증가와 함께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이 순기능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주변 시세의 80~85%에 공급되는 보금자리 분양주택이 당첨자들에게 과도한 시세차익을 주고 이로 인해 대기수요가 발생하면서 매매시장 위축과 전세대란, 건설사 위기를 촉발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좋은 입지에 시세보다 싼 아파트가 계속 공급되고 있다보니 굳이 침체된 주택시장에서 민간 아파트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주택수요자들의 생각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세값 상승의 한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민영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고 신도시·택지지구 민영 아파트 분양까지 어렵게 만들었다며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보금자리주택 탓으로 돌리고 있다.

 

특히 서민용이라던 당초 목표와는 달리 일부 보금자리주택은 비싼 분양가와 실제 부유층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난도 받았다.

 

올 초 감사원은 무주택서민과 저소득층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금자리주택 입주 선정에 합리적인 소득과 자산기준이 없어 고소득 자산가들이 부당하게 혜택을 누렸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내 임대주택에 고액 자산보유자가 982명이나 입주했고 오피스텔을 24채나 소유한 자산가와 1억원이 넘는 골프장회원권 보유자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1,730여명이 수입차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 행복주택과 바통터치, 출발부터 ‘삐끗’

 

올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금자리주택은 사실상 폐지 수순에 돌입했다. 정부는 지난 9월 4.1대책 후속정책으로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공공분양주택 물량이 지구 전체 공급물량의 15% 이하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놨다. 대신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리고 민간 분양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MB의 ‘보금자리’ 대신 그 공백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복주택’이 메운다. 행복주택의 특징은 도시외곽주변 그린벨트를 풀어 분양 위주의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했던 것과 달리 철도부지, 유휴 국공유지,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등 도심권 부지에 저렴한 월세의 임대주택 주거 단지를 조성한다는 점이다.

 

향후 5년간 20만호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행복주택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6월 정부가 주민들과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7개 시범지구는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 2곳만 우선 추진하기로 했으며, 올해 안에 착공하겠다던 목표도 물 건너간 상황이다.

 

게다가 주민들의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이번 국감에서 정부가 또 다시 서울 창동과 수서역 부지를 추가 후보지로 선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이번 국감에서는 행복주택의 건축비가 3.3㎡당 1,670만원~1,7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140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LH가 사실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 구상한 건축비는 3.3㎡당 500만원선이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는 사실상 임대주택으로 공급이 불가능하다”며 “땅 값이 포함되지 않아 재원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안된 행복주택이 엄청난 금액의 부지 조성비로 인해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주택 역시 보금자리와 마찬가지로 주변 집값을 왜곡시킨다는 이유로 업계에서 환영받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시범지구 지정을 반대한 목동 등 주민들에게는 “이 비싼 땅에 임대주택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속내가 짙게 깔려있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행복주택 정책이 갈 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전반을 재점검해 현실에 적합하게 제도를 조정하길 바란다”며 제도수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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