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통법 논란 “제조사분들 호갱님 생각 해보셨어요?”
[기자수첩] 단통법 논란 “제조사분들 호갱님 생각 해보셨어요?”
  • 이어진
  • 승인 2013.11.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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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반대 진짜 원인은 출고가, 제조사 엄살은 ‘이제 그만’


[이지경제=이어진 기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놓고 정부와 제조사들이 맞붙었다. 제조사가 단통법으로 인해 전체 휴대폰 산업이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낸데 대해 정부가 18일 제조사들의 입장은 ‘침소봉대’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불법 보조금이 난무하는 국내 이동통신 구조를 바로잡겠다며 나온 단통법이, 국회통과 전부터 논란이 되는 모양새다. 
 
일단 제조사가 반대하는 표명적인 이유는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지불하는 단말 장려금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조항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규제도 가능하다. 제조사들은 이 법을 통해 ‘원가자료를 제출해야 해 영업비밀까지 공개될지 모른다’, ‘휴대폰 산업이 죽을 것이다’라고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해명, 단통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제조사의 비판적인 입장은 정부의 말대로 ‘침소봉대’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역별, 시간대별로 다른 보조금을 지급해 사용자를 차별, 이통시장을 교란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조사와 제재를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의 이중규제 논란도 빗겨가기 위해 동일 사유로 이중 처벌 받지 않는다는 규정도 명시해 놓은 상태다. 
 
제조사들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이 법의 여파로 출고가를 인하해야 할 지 모른다는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3사는 공정위로부터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유는 제조사-이통사가 담합해 출고가를 부풀리고, 이를 장려금 등을 통해 할인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이유에서다. 
 
출고가 부풀리기 의혹은 2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속되고 있다. 제조사들은 영업비밀이라며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휴대폰 제조원가 논란은 스마트폰 도입 이후 지속됐다. 
 
국내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처음 선보일 때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최근에는 갤럭시노트3의 출고가도 문제시 돼 왔다. 삼성전자는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DMB모듈, 네비게이션 SW 등 국내 소비자들을 ‘배려’한 기능들로 인해 출고가가 다소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해 왔다. DMB모듈이나 SW값을 고려해도 국내 출고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들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만연해 있다. 제조사들은 출고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 비밀’을 들어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높은 출고가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이다. 소비자들은 100만원에 육박하는 거금을 들여 스마트폰을 구입하길 망설인다. 자금력이 되는 소비자들은 신제품 출시 초반에 구입하는 경우도 있긴 있다. 특히 50대 이상의 중장년, 노년층들은 제품이 좋으면, 값이 얼마건 간에 구매한 뒤 오래 쓰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20~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보조금 추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소위 ‘호구고객’을 이르는 ‘호갱님’이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은 제조사들의 ‘짭짤한’ 수익원이다. 
 
보조금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스팟성 보조금을 보고, 저울질하며 소비하려는 행태를 취하고 있다. 원하는 단말을 보다 싼 값에 구매하기 위해 휴대폰 2~3개를 지니고 다니는 이들도 많다. 싸게 구입하고 몇 달 뒤 중고로 이 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이른바 ‘폰테크’를 하는 소비자들은 보조금이 만연한 국내 시장에서 파생된 스마트(?)한 소비자다. 
 
폰테크 수준은 아니더라도 보조금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단말을 보다 싼 값에 구입하기 위해 여러 달 ‘스팟’이 터지기를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조사나 이통사 입장에선 이런 소비자들도 반갑다. 신제품 출시 이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얻은 뒤 ‘재고 떨이’ 형태의 보조금을 풀어 판매고를 올리면, 호갱님-폰테크로 적정 수준의 이익을 취하면서도 판매고는 판매고 대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중 국내에서 출시되는 넥서스5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다름 아닌 현실적인 출고가 때문이다. 성능은 프리미엄급인데, 판매되는 가격은 절반 값인 46만원 선이다. 정해진 보조금 27만원이 투입될 경우 할부원금 20만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다. 기존 국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을 20만원 수준에 구입하려면 출시 이후 2~3개월 지나 ‘스팟’이 터지기만을 기다려야 했지만 넥서스5는 그럴 필요도 없다. 
 
단통법이 통과될 경우 제조사들이나 통신사들은 보조금이 원천 공개 돼 스팟성 보조금, 재고 떨이용 보조금을 마음먹은 대로 쉽게 뿌릴 수 없다. 
 
스팟성 보조금 등을 통해 단기간에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재미를 누렸던, 제조사들의 판매고는 급격히 떨어진다. 제조사들이 ‘휴대폰 산업이 다 죽는다’고 하는 이유는 일단 판매고의 감소다. 판매고를 다시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낮은 가격으로 휴대폰을 판매하거나, 해외 시장 판매고를 더 높이는 수 밖에 없다. 
 
해외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출고가는 ‘현실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출고가를 낮추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명 ‘호갱님’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내던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 법안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단말 제조사들의 반발에 정부가 ‘침소봉대’라며 강경 대응에 나선만큼 단통법은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된 보조금 논란을 잠재우고 휴대폰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만큼 제조사들의 반발이 통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제조사들은 호갱님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 몇몇 업체는 수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그들이 수조원의 매출을 올릴 때 소비자들은 그들의 불법적인 보조금에 현혹돼 ‘약정 노예’ 생활을 지속하며 세계에서 유래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을 자주 교체하는 소비자들이 됐다. 스마트폰 교체자 중 대부분이 보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하며, 부당한 차별을 받아왔다. 제조사들이 단통법을 계기로 소비자들을 생각하며 ‘엄살’을 그만 부리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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