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귀닫은’ 행복주택…결국 사고 불렀다
‘눈감고 귀닫은’ 행복주택…결국 사고 불렀다
  • 서영욱
  • 승인 2013.12.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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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아무 대책없이 “이해해 달라” 되풀이…지구지정 강행 주목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행복주택 건립사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지자체와 주민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던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지난 4월 서울 목동·송파·잠실·공릉·오류·가좌, 안산 고잔 등 7개 행복주택 시범사업 지구를 선정했다. 문제는 선정과정에서 지자체와 주민들 간의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는 점이다. 해당지자체의 구청장, 시장도 발표 당일까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집값에 영향을 끼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인구과밀, 교통혼잡, 과밀학급, 안전문제, 이미 약속된 지역공약 등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정부는 반대가 덜한 오류·가좌지구를 우선 시범사업지구로 선정하고 5일 나머지 5지구를 은근슬쩍 지정하려다 된통 혼이 났다. 정부는 최초 발표 이후 6개월간 주민들과 300여 차례의 협의 과정을 거쳤다는 ‘근거 없는’ 이유를 대며, “이쯤 했으면 그만하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주민들과 합의를 거친 6개월간 정부는 인구과밀 해소 문제, 교통혼잡 개선 대책, 추가 학교 건설 대책, 홍수 우려 불식, 약속된 지역 공약사업의 대안 등 어느 대책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 4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의 목동 방문은 오히려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서 장관은 이날 오후 1시30분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신정호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만나 사업추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역주민의 협조를 부탁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말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하기만 할 뿐 주민들의 이야기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게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여론을 달래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면담은 국토부 측이 목동 비대위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면담을 통보했다며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대화 도중 장관 퇴진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등 이날 면담에서는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서 장관은 “그동안 정부와 주민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주차문제, 악취, 유수지 안전 등 목동 행복주택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오늘 나온 의견을 가급적, 최대한 반영해 지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정호 비대위원장은 “상식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지구를 지정하는 게 맞다. 지구를 지정한 이후에는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주민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부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결국 양측의 감정의 골만 확인한 이날 면담 후에는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렸다. 앞으로는 목동뿐만 아니라 5개 지역이 연합해 좀 더 조직적인 집회가 열릴 태세다. 양천구, 노원구, 안산시 등 지자체들도 행복주택 건립 반대 및 철회 입장을 속속 밝히고 있다.

 

결국 정부는 5일 예정이었던 시범지구 5곳의 지구지정을 잠정 보류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겠다고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구지정을 일주일 가량 미루는 것에 불과해 주민들은 반대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4일 민주당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정부는 효과 없는 ‘책상머리 대책’은 이제 그만 내놔야 한다”며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전월세상한제, 임차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국민임대주택의 충분한 확대가 해답”이라고 말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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