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에 발목 잡힌 ‘철도민영화’ 저지
‘임금인상’에 발목 잡힌 ‘철도민영화’ 저지
  • 서영욱
  • 승인 2013.12.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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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금인상 요구하며 민영화 탓”…시민단체 “일방 추진 말고 대화 나서야”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철도노조 파업이 18일 열흘째로 역대 최장기간에 돌입한 가운데 코레일과 노조간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 코레일은 노조가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민영화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연일 강세를 펼치고 있는데, 노조가 ‘민영화 저지’라는 진정한 명분을 얻기 위해서는 임금인상 요구를 철회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17일 “철도공사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7,000만원에 달하고 기관사들의 경우 30%가 8,000만원 이상의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의 막대한 적자와 부채는 나 몰라라 하고 6.7%의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철도노조는 철도의 공공성을 주장하며, 경쟁도입이 민영화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공공성을 핑계로 모든 부채를 국민 여러분의 세금으로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노조를 비난하고 있다.

 

현재 파업을 두고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논쟁이 붙고 있는데, 철도노조는 이미 지난달 임금협상 결렬로 파업 절차를 밟았다. 노조는 지난달 28일 전국철도노동조합 규약 제19조 및 제20조에 의거 임금투쟁승리를 위한 조합원 총 투표 개표 결과,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의 80%가 찬성하면서 임금투쟁승리를 위한 쟁의 행위 찬반 투표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앞서 철도 노사는 지난 7월18일 노조 측의 임금교섭 개시 공문 발송으로 올해 임금 교섭 개최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8월16일에 노사 간 자율교섭에 대한 의사를 표명하고 공식 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9월12일부터 10월8일까지 5차례에 걸쳐 교섭 절차에 관한 의견불일치로 협의가 결렬됐고 10월14일부터 이번 달 8일까지 8차례의 임금실무교섭과 4차례의 본 교섭이 진행됐으나 양 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노조는 지난달 투표를 통해 임금협상 결렬로 파업에 돌입할 것을 밝혔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을 단순히 임금을 인상하려는 데 그치지 않고 철도민영화 저지를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 그런 점에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수서발KTX가 민영화의 시발점이라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경쟁체제를 민영화로 대입하면 노조의 주장과 정부의 계획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현재 국내 철도 노선은 KTX경부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보고 있는데, KTX경부선의 수익으로 지방 노선과 새마을호, 무궁화호 노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서발KTX가 설립되면 KTX경부선의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고(노조 주장에 따르면 연간 4천억 적자) 자연히 지방 노선에 대한 지원이 끊길 것이라는 것.

 

정부가 내 놓은 계획은 적자 노선을 민간에 개방해 수익을 끓어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프랑스에서 사인을 하고 온 ‘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이 바로 외국 민간기업에게도 철도 시장을 허용한 것.

 

이를 두고 ‘민영화’냐 ‘경쟁체제’냐 논쟁을 벌이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철도시장을 개방했고 경쟁체제 도입을 고수하고 있다. 수서발KTX 역시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결국 민영화가 될 것이라고 보는 데에는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철도노조가 그동안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임금투쟁 승리를 위해 파업을 선언한 만큼 지금의 민영화 저지는 명분이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와 여당, 코레일로부터 ‘자기밥그릇 챙기기’라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수백억의 적자, 성과급 잔치, 철밥통 등으로 대변되는 공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은 이미 땅에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의 지지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정부가 강행 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노사 갈등이나 시민들의 피해, 민영화 논란 등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실련 윤순철 사무처장은 “정부나 새누리당은 철도 민영화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조의 제 밥그릇 챙기기’라고 폄하하고 있다”며 “철도노조 파업의 원인 중 하나는 성실한 대화를 외면하면서 철도민영화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조건 불법으로만 간주해 탄압만 하려한다면 갈등만 더욱 증폭될 것”이라며 “논란이 많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실패한 정부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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