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대한전선, 한전 항소에 소액 배상금
'자금난' 대한전선, 한전 항소에 소액 배상금
  • 서영욱
  • 승인 2013.12.2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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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특수전선 담합 1천억원 항소…법원 “18억원이면 돼”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실적부진으로 오너가가 경영권을 내 놓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한전선이 또 한 차례 배상금 판결을 받았다.

 

한국전력이 전선담합으로 제기한 1,000억원의 손해배상 항소에서 18억9,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것. 18억9,000만원도 함께 담합한 4개 업체가 나눠서 내게 된다. 대한전선은 배상금 규모가 100분의 1 수준에 그쳐 가슴을 쓸어내린 한편, 한전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24일 한전이 자사와 가온전선, LS,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배상금 지연이자 18억9,000만원을 원고에게 추가로 지급하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1심 판결 결정금액은 136억5,910만원이었으며, 지난 2월 각사가 25%씩 나눠 지급을 완료했다.

 

앞서 대한전선과 가온전선, LS, 삼성전자 등 4개 업체는 특수 전선을 독점 생산하며 수년간 물량 배정 등을 담합해 한전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들 4개 기업이 담합한 제품은 ‘광섬유복합가공지선(OPGW)’이다. 낙뢰로부터 송전선을 보호하고 통신회선 기능도 하는 특수 전선으로, 국내에서 이 전선을 만드는 곳은 이들 회사뿐이다.

 

한전은 이들로부터 필요한 물량의 전부를 공급 받아왔고 이 제품을 쓰는 곳도 한전뿐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행위가 적발돼, 1999~2006년 체결한 계약 17건에 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6억원 납부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1999년 3월부터 2006년 9월까지 OPGW 물량을 일정하게 나눠 공급키로 합의하고 17회에 걸쳐 한전 입찰에 참가, 각자의 물량분배 비율을 지켜왔다. 대한전선, LS, 삼성전자는 OPGW 시장의 각 26.67%씩, 가온전선은 20%씩 차지해 왔다.

 

담합은 수주예정자를 미리 선정하고 예정자가 투찰가격을 알려주면, 다른 사업자들이 더 높은 가격으로 투찰해 예정자가 최종 낙찰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동일행위 금지 등 시정명령과 함께 대한전선 18억원, 삼성전자와 가온전선 각 17억원, LS에게 1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전은 공정위가 처분 대상으로 삼지 않은 계약까지 더해 총 41건에 관한 불법 행위로 손해를 봤다며 지난 2월 서울 중앙지법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한전은 “정상적인 입찰보다 비싼 가격에 전선을 구입해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피고들은 한전에 총 136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동으로 전선 생산과 거래를 제한하고, 가격을 결정·유지·변경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담합 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담합으로 전선 구입비용이 오른 만큼 한전이 전기요금을 인상했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공정위 조사가 개시된 이후에도 피고들이 계속 담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2007~2009년 체결한 계약 6건에 대한 한전의 청구는 기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전은 손해배상 금액이 턱없이 낮다는 점을 이유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심을 제기한 것. 항소 금액은 대한전선과 가온전선, LS에 각각 255억여원씩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삼성전자에는 246억여원을 청구하는 등 총 1,000억여원에 달했지만 법원의 판결은 18억여원에 그쳤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1심 판결의 배상금은 4개 업체가 25%씩 나눠 즉시 지급했다”며 “항소심 결과에 대해서도 4개 업체가 얼마나 나눠 낼지 합의한 후 지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대한전선, 연이은 ‘담합·입찰제한’에 위기

 

OPGW 담합으로 한전으로부터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은 대한전선은 그 뒤 또 한 차례의 담합이 적발돼 두 번째 입찰참가제한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지난 1998~2008년 한전에서 발주한 전선 품목 구매입찰 과정에서 사전에 수주 예정자를 낙점하고 물량을 배분한 혐의로 지난해 5월 대한전선 32억7,900만원 등 전선 제조사 34곳에 대해 모두 38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전은 이를 근거로 대한전선에 지난 6월의 입찰참가제한 처분(2차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대한전선은 두 번의 행정처분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두 번의 담합의 내용과 기간이 다른 점 등을 근거로 한전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형법은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죄를 범한 경우로 가장 중한 죄의 형(刑)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하는 '경합범' 규정을 두고 있지만 행정처분은 이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담합으로 인한 국고 손실을 초래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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