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종교계 개입 ‘촉각’
철도노조 파업, 종교계 개입 ‘촉각’
  • 서영욱
  • 승인 2013.12.26 10: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 종교계에 도움 요청…새누리당 “용납못할 일” 질타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가 종교계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서 종교계의 향후 입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종교계가 나설 경우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힘들어져 사태가 장기화될 우려와 함께 여론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지난 24일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일부 핵심 간부는 서울 조계사로 몸을 피했다. 조계사는 명동성당과 함께 파업이나 시위를 주도하다 경찰에 쫓기던 이들이 몸을 숨겨왔던 대표적인 종교시설로, 철도노조는 경찰의 공권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5일 저녁 기자인터뷰를 갖고“종교계 어른들이 나서서 철도 민영화 문제 해결에 중재 나서달라는 간곡한 심정으로 (조계사에)들어오게 됐다”고 밝혔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지난 24일 오후 8시10분께 조계사의 허락 없이 들어온 것에 대해 조계사 관계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경찰이 민주노총까지 침탈하는 상황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조계사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대화에 나서라고 해도 귀를 막는 정부에 대해서는 종교계 어른들이 나서달라”며 “사회적 갈등이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경찰은 박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피신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 병력 300여명을 조계사 주변에 집중 배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이들에 대한 체포조도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이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인식되는 조계사에 은신한 철도노조 간부를 체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과거 파업이나 시위를 주도하다 경찰에 쫓겨 조계사로 몸을 숨긴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경찰도 당장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2일 철도노조 지도부가 머물렀던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강제진입 작전이 실패하면서 여론에 악영향을 끼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파업이 계속되고 박 부위원장 등이 조계사에 계속 머물며 파업을 주도할 경우 공권력 투입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계사 측에서도 우선 노조원들을 배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 사회부장인 보화 스님은 “철도노조 지도부 일부가 어제(24일) 조계사에 들어왔는데 궁지에 몰린 약자를 일단 보호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충분한 조정을 하지 못해 이 추운 날씨에 (철도노조원들이) 이런 상황을 맞는 데 대해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일부 종교계의 파업지지 발언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조계종 화쟁위원회와 노동위원회는 ‘철도민영화 사회적 합의 요구 법회’를 열고 “철도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기구를 만들 것”과 “수서발 KTX 면허 발급을 서두르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대한성공회 신부들은 지난 25일 조계사를 방문해 철도노조 파업 지지의사를 밝혔다. 유시경 신부 등 3명은 “불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지지하고 기도하는 마음”이라며 “국민과 언론도 지지하고 있으니 힘내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천주교 평신도단체연합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도 지난 24일 성명에서 “교황님의 말씀에 따라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박근혜 정부는 민주노총을 폭력 진압한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여당은 철도노조의 종교시설에 잠입한 철도노조에 대해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큰 손실을 초래한 철도 지도부가 어제 몰래 조계사에 숨어들면서 사회적 약자이니 종교계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놀라울 따름”이라며 “방만 경영과 철밥통 백화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철도노조가 사회적 약자 행세를 하며 국민을 고통에 빠트리고 경제에 손실을 끼치는 건 부도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기준 최고위원도 “파업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정부와 당사자인데 갑자기 종교계에 나서 달라는 것은 해괴망측한 주장”이라며 “노조가 신성한 종교시설까지 투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노조와 야당은 지속적으로 정부와 코레일이 대화에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은 “철도파업 사태에 민주노총 총파업까지 예고되는 등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원포인트 법개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경찰이 조계사 주변 병력을 3개 중대 300명으로 늘리는 등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철도노조를 지지하기 위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