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CU 상생협의회 윤순희 위원장 "가맹점주 구심체 될 것"
[인터뷰] CU 상생협의회 윤순희 위원장 "가맹점주 구심체 될 것"
  • 이호영
  • 승인 2014.01.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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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의회' 안정 꾀해 의견결집·여건개선에 주력


[이지경제=이호영 기자] "10년 동안 편의점을 운영해 오면서 숱한 어려움에 부딪혀 왔습니다. 힘든 것 털어놓을 수 있고 의지할 데가 있으면 산적한 문제는 하나둘씩 풀릴 겁니다. 난관들은 어느새 돌아보면 좀 더 나은 환경과 여건을 위한 징검다리가 돼있을 겁니다"

 

지난해 말 전국 7,700여명의 BGF 리테일(대표 박재구) CU 가맹점주들은 투표를 통해 대표협의체인 'CU 가맹점 상생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직접 출범시켰다. 16개 영업부별로 총 144명의 영업부 대표가 선출된 가운데 윤순희 위원장을 비롯해 8명의 임원단이 확정됐다.

 

윤순희(46·여, CU역삼으뜸점 운영) CU 가맹점 상생협의회 위원장은 "점주들이 직면한 현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편의점 운영하면서 죽고 싶었던 적이 한번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누군가 나서야 했고 그 자리에 저는 지원했다. 점주들이 뽑아줬고 이렇게 위원장직을 감당하고 있다"며 "마라톤에 도전할 때 1km씩 42번을 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라는 충고에 귀가 번쩍 뜨였다. 마찬가지다. 함께 한걸음씩 내딛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며 위원장으로서의 소회와 의지를 밝혔다.

 

2004년 3월 CU 편의점 운영을 시작한지 올해 3월이면 11년째가 되는 윤 위원장은 "잘 되는 곳이 있으면 안 되는 곳도 분명히 있다. 항상 명암은 엇갈리기 마련"이라며 "자살을 선택하는 점주들이 있어 안타깝다. 같은 입장에서 힘든 상황을 나누고 개선을 위한 소통 채널이 있었다면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향후 협의회는 점주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점을 나누고 이를 위한  개선 아이디어들을 취합하는 공론장으로서의 의미가 가장 크다.

 

윤 위원장은 "저와 7,700여 점주분들이 택한 길"이라며 " 많은 점주들이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희망을 바라보고 기쁨을 느끼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100만원이든 200만원이든 가맹점주들이 더 이윤을 내고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렇게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협의회는 CU 편의점 안으로는 본부와 지점간 소소한 분쟁이 일어났을 때 '상생'을 위한 가교역할을 감당하고 밖으로는 소비자와 다른 편의점과의 '상생'을 위한 소통 채널로서 편의점 운영 환경 개선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윤 위원장은 "저희 주변만 봐도 여기 100m내에 편의점만 7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빵집 등이 들어서면 손님들이 나뉘게 되니 경쟁 상황은 더 치열해지는 것은 자명하다"며 "포화 상권에 다른 업종이 진출할 경우 대책안을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이다. GS나 세븐 등 편의점에서도 다른 브랜드가 있지만 반드시 CU 점주들에게 해가 된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일례로 앞으로 24시간 영업이 강제되지 않으면 고객입장에서는 24시간이라는 편리를 유지하고 점주 입장에서는 적절히 쉴 수 있기 위해 동일 상권내에서 여러 브랜드가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같은 지역이라면 월요일은 GS가 심야영업을 쉬면 화요일은 CU가 쉬는 식이다.

 

윤 위원장은 "향후 1년간은 협의회를 안정된 조직으로 기반을 다지고 편의점을 신규로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해놓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깨끗한 편의점을 24시간 아무 때나 방문해 마음껏 구입하는 편리함은 '24시간 편의점'이 지닌 강점이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누군가는 24시간 깨어 일을 해야 하는 겁니다. 24시간 낮밤이 뒤바뀐 채 생활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죠."

 

최근 공정위 '가맹사업법'이 2월 발효되면 현재 강제된 편의점 24시간 영업은 지역 점주들의 자율 선택이다. 윤 위원장은 지금 3년째 역삼으뜸점을 운영하면서 초반에는 최장 66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윤 위원장은 "CU 편의점 신규 점주라면 맨 처음에는 본부와의 5년, 10년 계약이 노예 계약이나 족쇄로 느껴질 것이다. 일이 만만치 않고 매출도 형편없다면 겨우 3년이 지났는데 언제 5년을 견디나 이 생각만 들 것"이라며 "지점마다 매출도 다르고 그만큼 입장과 생각도 다르다. 하지만 점주들이 고객과 부딪히고 본부와 겪는 문제는 대부분 공통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본부와의 계약도 고통이지만 대놓고 편의점을 상대로 막무가내로 싸우려 달려드는 고객들도 커다란 고통과 짐"이라고 털어놨다.

 

윤 위원장은 "일일이 거론하자면 끝이 없다. 분명히 연고만 발라도 충분한 상처로 2주 진단서를 끊어와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홍초병이 깨졌다며 2시간만에 찾아와 버린 옷가지며 신발, 옷을 못 입는 것에 대한 렌탈비까지 물어내라 하는 고객까지 있다. 이런 분들 응대하면서 가장 괴롭다"고 전했다.

 

점주들이 맞서야 하는 어려움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운영난을 타개하고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부가 맞교대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흔하게 발생하는 강도나 심지어 위조수표 등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현재 점주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거나 탁상공론에 치우친 제도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오전에 일하겠다고 왔다가도 두 시간만에 우습게 그만 두기도 하는 아르바이트생에까지 4대보험을 적용했는데 시급으로 지급하는 액수를 봐도 그렇고 아르바이트생 대부분 보험은 커녕 하루 벌어 하루 쓰기 바쁜 사람들인데 반반 보험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최근 들어 일반 동네 가게가 아니라 CU 편의점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다"며 "마트 등은 화재도 잦은 편인데 지난해 말 새벽쯤 화재로 다 타버린 저희 편의점 천막과 외관을 오전 중으로 깨끗히 고쳐놨다"고 인상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크게 안도했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다가 화재를 당했다면 며칠 동안 일도 손에 못 잡았고 망연자실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작은 것이라고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 말 월급은 몽땅 털어 트리를 장식했다.

 

윤 위원장은 "연말연시와 신년을 맞이하면서 손님들께 사은품으로 드릴 수도 있지만 역삼으뜸점은 트리를 만들었다. 행복은 작지만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주변에서 예쁜 트리를 보고 여유를 느끼고 분위기를 즐기도록 한 것"이라며 트리를 매만작거렸다. 

 

이어 그는 "저희 CU 역삼으뜸점을 찾아오는 손님들뿐만 아니라 편의점을 찾는 모든 소비자들께 당부드릴 게 있다"며 운을 뗐다. 

 

윤 위원장은 "초반에는 절도가 잦아 아르바이트생 안 쓰고 일하기도 했지만 자녀도 제 마음대로 못하는데 아르바이트생은 오죽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 학창시절만 해도 아르바이트로 대학교를 졸업했고 월급 안주던 사장 찾아가 끝내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편의점 열면서 가장 먼저 그렇게 아르바이트생 마음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것도 다짐 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는 "이같은 마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며 " 직원 실수로 화가 나더라도 잠시 멈추고 생각하면 편의점 종사자나 고객이나 서로 상처를 안 주고 덜 주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점주는 둘째 치더라도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바로 자신의 누나나 오빠, 어머니일 수 있잖아요. 경기가 어려울수록 조금은 다독이고 보듬는 마음으로 작은 실수일수록 포용하는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주 작은 배려는 편의점 점주들과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살아갈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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