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나서 SK·GS 민원처리? ‘외국인투자촉진법’ 진통
대통령이 나서 SK·GS 민원처리? ‘외국인투자촉진법’ 진통
  • 서영욱
  • 승인 2014.01.0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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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경제활성화·고용창출 효과 있는지 주시할 것”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강력하게 요구한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이 지난 1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그 여파는 가시질 않고 있다. 외촉법 통과에 격렬하게 반대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대통령과 여당이 주장한 대로 앞으로 경제활성화나 고용창출 등의 효과가 있는지 끝까지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개정안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손자 회사가 외국인과 합작할 경우 지분의 50%만 갖고도 증손(曾孫)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하려면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지분만으로 자회사의 자회사를 소유하는 ‘문어발’ 확장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본회의 반대토론에 나서 “잠자던 아이가 울 때 사탕을 물려주면 울음은 그치지만 치아가 썩는다. 바로 그런 법”이라며 “재벌기업들이 아들, 손자에게 자기 재산을 대물림하는 합법적 창구로도 악용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 재벌들이 증손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이 통과되면 외국인이 투자하겠다는 50%가 우리나라 재벌이 한 때 외국으로 빼돌렸던 돈이 들어오는 건지, 검은머리 외국인의 돈이 들어오는 건지, 외국 시민권자인 재벌 증손자의 돈이 들어오는 건지 알 수 없다"며 "우리나라도 재벌에 굴하는 국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법은 일부 기업이 불법인 줄 알면서 여러 곳에 로비하러 다녔다. 어디에 로비했는지 수사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그렇게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이 이제 와서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법을 무원칙적으로 특정 재벌회사에게 특혜주기 위해 법을 고쳐 달라고 간청하는 민원법을 새해벽두부터 왜 통과시켜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이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는 SK와 GS그룹의 사정은 이렇다. SK종합화학은 지난해 11월부터 울산콤플렉스 내 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PX)을 연간 100만t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5월 준공 예정이지만, 외촉법이 국회에서 수개월째 표류하면서 일본의 JX에너지와의 합작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전체 투자금액 9,600억원 중 JX에너지 측이 부담하기로 한 4,800억원을 SK종합화학이 모두 감당해야 해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GS칼텍스 역시 지난해 4월 일본 쇼와셀·다이오오일과 50대 50으로 여수에 1조원 규모의 PX공장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역시 외촉법에 발목이 잡혀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이 기업들이 외국자본과의 합작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2일 논평에서 “SK그룹은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아닌 자회사인 SK이노베이션 산하에 손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합작투자를 할 수 있고, GS그룹도 지주회사 규제를 준수하는 다양한 지분투자 방식으로 충분히 합작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계의 로비와 정부여당의 강공으로 통과된 외촉법 개정안의 진짜 목적은 외국자본의 투자촉진이라기보다는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 규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11월 열린 외촉법 공청회에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GS나 SK의 손자회사들이 외국인과 합작법인 설립을 시도할 때는 현행법에 저촉된다는 것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고, 법 위반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후 로비를 통해 합법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외국인과 합작법인 설립이 필요하다면 중간지주회사가 합작 주체로 나서면 된다”며 “외촉법에서 외국인과의 합작법인 설립에만 예외를 인정한다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되고 결국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 역시 “2007년 이뤄진 SK그룹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은 지배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에는 계열사가 2007년 57개에서 지난해 94개로 늘었다”며 “특정 회사를 위한 법률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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