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챙기는 게 바보? 불편한 '권리금의 진실'
못 챙기는 게 바보? 불편한 '권리금의 진실'
  • 서영욱
  • 승인 2014.01.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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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릿세·노하우 전수 등 포함돼…민주당 상가권리금 특별법 발의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여섯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은 ‘용산참사’의 발단이 된 상가 권리금. 용산참사 5주기를 맞아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서류상으로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어떠한 보증도 없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되고 있는 현실, 이 권리금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 “내가 이만큼 키웠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지”

 

의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던 박우영(32, 가명)씨는 지난 2012년 여름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홍대를 찾았다. 홍대 주차장거리 주변은 비싼 월세에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권리금까지 있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박씨는 비교적 월세가 저렴하고 주차장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를 선택했다. 박씨는 이 곳 건물 지하에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을 들여 임대 계약을 맺었다. 사무실로 이용하던 곳이라 권리금은 없었다.

 

건물이 사무실로 이용하던 곳이다 보니 의류매장에 맞게 인테리어를 바꿔야 했다. 바닥부터 천장 조명까지 한 달을 꼬박 공사한 끝에 딱딱했던 사무실은 분위기 있는 옷가게로 변신했다. 건물 외벽에도 눈에 띄는 간판을 달았다. 박씨는 “업체를 통하지 않고 대부분 내 손을 거쳐 1,000~1,500만원 정도 인테리어 비가 들었는데 이정도면 싸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가 개업한 후 2~3개월이 지나자 거리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개업 1~2개월 동안은 알던 손님만 찾아오던 가게에 지나가던 손님이 찾기 시작한 것. 박씨의 가게가 있는 골목길은 주변 소규모 까페와 주점, 의류매장이 등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유동인구도 부쩍 늘었고 밤이 되면 압구정동 가로수길이나 삼청동 까페거리를 연상하는 분위기로 변모했다. 자연스럽게 주차장거리와 이어져 복잡하고 시끄러운 거리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사람들은 이 골목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처음 가게를 연지 불과 2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분명 상권이 변했다”며 “지금은 여기에 어떤 가게를 열어도 망하지 않을 정도인데, 지금 누군가가 계약을 원한다면 당연히 권리금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권리금은 최소 1,000~2,000만원선. 임대료와 인테리어비 외에 존재하지 않던 수천만원의 권리금이 생겨난 것이다. 박씨가 이야기한 권리금 명목은 인테리어비와 활성화된 상권의 자릿세, 상권 활성화에 기여한 일종의 봉사료 등이다. 권리금에 정확한 산정 방식은 없다. 박씨는 “물론 주변 상가와의 형평성을 맞춰야겠지만 당장 급하지 않은 이상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하면 안 팔면 그만”이라고 전했다.

 

가게 주인이 원하지 않아도 권리금이 생겨나는 방법은 또 있다. 부동산에서 매물을 확보하기 위해 권리금을 제안하는 형식인데, 박씨 매장도 최근 부동산 문의가 부쩍 늘었다. 박씨는 “부동산에서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챙길 수 있다며 계약을 유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팔지 않을 생각이어도 수천만원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일반적으로 힘들지 않냐”고 귀뜸했다.

 

◆ 사라지기 힘든 권리금, 법적 보호 ‘절실’

 

민주당은 16일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임대차 계약 종료 시 기존 임차상인이 새 임차상인과 점포 이전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권리금을 받는 절차와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기존 임차상인과 새 임차상인이 권리금을 주고받았을 경우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건물주에게 알려줘야 한다. 또 권리금을 지급한 새 임차상인은 관할 세무서장에게 내역을 신고하도록 했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권리금 보호를 받지 못한다.

 

또 건물주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거나 임대 계약을 종료한 뒤 스스로 또는 제3자를 통해 임차인과 동일한 형태의 영업행위 등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기존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암묵적으로 주고받는 상가권리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관행이다. 법적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자릿세부터 고객양도, 영업노하우 전수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문제는 상가권리금이 그야말로 폭탄돌리기와 같다는 것”이라며 “용산참사가 그랬듯이 마지막 임차인은 상가권리금을 모두 날리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고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씨 역시 “가게가 망하지 않는 이상 자리를 비워주는 대가를 원하는 것은 당연해 권리금은 사라지기 힘들 것”이라며 “나도 언젠가는 다른 곳에 권리금을 내고 가게를 차릴 것이다. 권리금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대신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해 주고 돌려받을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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