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서울숲더샵 “불난집에 입주?” 계약자 ‘분통’
포스코 서울숲더샵 “불난집에 입주?” 계약자 ‘분통’
  • 서영욱
  • 승인 2014.01.20 18: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계약자들 “안전한 집에 살고 싶을 뿐” 포스코 “안전 이상 없고 피해보상 없다”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진희 엄마 집에 불났어, 큰일났다”

 

두달전인 지난 11월 23일 서울에 살고 있는 김선희씨(39 여, 가명)는 친구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집에 불이 났다는 친구의 뜬금없는 문자에 김씨는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2년 전 본인이 계약한 포스코건설의 ‘서울숲더샵’ 공사 현장에서 큰 화재가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본인이 계약한 6층은 이미 잿더미가 된 상태였다.

 

포스코건설이 시행·시공하는 ‘서울숲더샵’에서 공사중 화재가 발생한지 2개월이 지났지만 계약자들은 포스코건설의 안이한 대처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들어서는 이 주상복합아파트는 3개동 495가구 규모로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날 3개동 중 103동 4개 층에서 불이 나 1,293㎡ 중 800㎡가 소실되고 500㎡가 그을렸다.

 

포스코건설은 피해 규모가 상당히 컸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서 검사결과 화재 원인은 ‘미상’ 처리됐고, 자체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에서도 이상이 없으니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별도의 피해보상도 없음을 강조했다.

 

남편과 두 아들과 함께 올 9월 새집으로 이사할 꿈에 들떠 있던 김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컸던 6층의 아파트를 계약했다. 6층 외벽은 화재 시 뜨거운 열로 콘크리트 외벽이 무너져 내릴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다.

 

외벽이 무너질 정도의 큰 화재였던 탓에 김씨를 비롯한 계약자들이 건물 안전성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포스코건설의 오락가락 행보는 계약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김씨는 “포스코건설에서 현장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현장에 가면 안전문제 등을 이유로 말을 바꿔 현장 출입을 막기 일쑤였다”며 “그저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내가 계약한 내집이 어떤 상태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1월30일 입주예정자들의 요구에 따라 열린 화재 원인 설명회에서 포스코건설은 화재가 발생한 4층이 아닌 5층 내부사진 및 외벽사진을 제시했다가 계약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현장을 책임져야할 현장소장은 이런저런 핑계로 계약자들과의 만남을 피하기 일쑤였다. 또 무너진 건물 외벽을 별도의 보강 없이 판넬을 붙이는 작업이 계약자들에게 목격돼 반발을 샀다.  

 

무엇보다 김씨를 실망시킨 것은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포스코건설의 무책임한 태도이다. 계약자들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포스코건설의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금까지 포스코건설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었다. 아파트 수십채가 탄 화재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포스코가 진실하게 사과를 하고 보수를 약속했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보수를 했다고 해도 포스코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앞으로 가 더 걱정이라고 전했다. 향후 재산상의 피해는 둘째치더라도 당장 아이들의 걱정이 앞선다. 김씨는 “화재로 인해서 각종 유해물질이 검출될 것이다. 하지만 집안 자재를 어떻게 교체하고 보수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포스코의 말만 믿어야 될 상황인데 지금 같은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어떻게 믿겠나.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로 계약해지나 전매가 어려운 상황. 공사가 중단된 2개월 동안 또 한 차례의 중도금은 빠져나갔다.

 

◆ 계약자들 사고 ‘축소’ 의혹제기, “안전진단 결과 믿을 수 없다”

 

‘서울숲더샵’ 계약자대표단은 포스코건설의 안전진단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사단법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 안전진단을 의뢰한 결과 보강공사가 필요하지만 안전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지난 10일 공사를 재개했다.

 

대표단은 사고 원인에서부터 소방서의 보고서와 포스코 측의 입장이 상이하다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당시 화재현장조사서와 광진소방서의 화재진단결과 내용이 확연히 다르고, 화재가 발생한 4층에 작업이 없었다는 포스코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일 작업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점, 인화물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 시방서와 다른 자재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표단 관계자는 “소방서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합선에 따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원인 미상’이라는 결론을 믿을 수가 없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며 “공사가 2개월간 중단된 상황에서 예정대로 9월까지 공사를 마치겠다고 하는 것은 날림 공사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대표단은 서울 성동경찰서에 화재원인 재수사 및 부실공사 의혹 수사를 의뢰함과 동시에 대표단이 선정한 업체의 안전진단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 안전진단이 마무리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피해를 입은 계약호수의 현장 공개, 정동화 부회장이 참석한 공식 해명회, 구체적인 보상안 등을 함께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은 본인의 사업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다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앞으로 진실성 있는 사과와 책임감 있는 보수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건설 측은 안전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현장 출입을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또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추가적인 안전진단 결과를 위해서 공신력 있는 업체를 선정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현재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공식적인 사과나 보상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기 힘들다”며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겠다. 그동안 계약자들과 원만한 협의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