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대란 현장] 보이스피싱 조장하는 '롯데카드센터'
[유출대란 현장] 보이스피싱 조장하는 '롯데카드센터'
  • 최고야
  • 승인 2014.01.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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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재발급 양식 받아 콜센터 재가입 유도 …고객들 "보이스피싱 어쩌나" 우려




[이지경제=최고야 기자]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카드 카드센터. 카드런 사태가 일어난 지 나흘 째인 23일 오전 11시 20분 카드 재발급과 해지, 비밀번호 변경 등을 하기 위한 고객들로 북적였다. 

오전 10시 영업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번호표에 적힌 대기 인원만 해도 250명이 넘었다. 

롯데카드 한 고객은 “카드 재발급과 비밀번호 변경을 위해 오전 10시 30분에 왔는데 그때도 이미 사람들이 많았고, 대기 인원만 140명이었다”면서 “아직도 100명이 남아 일찍 돌아가는 걸 포기했다”고 말했다.

◆ ‘카드 재발급’ 업무 ‘임시 테이블’에서 ‘콜센터 접수’만 진행 

카드센터 곳곳에서는 롯데카드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한 범인이 집에서 붙잡혔고 검찰이 원본과 복사본 모두 수거해 2차 피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며 고객을 안심시키기 바빴다.

하지만 고객들은 “그 말을 어떻게 믿나”라고 반문하며 카드 재발급, 해지, 정지, 비밀번호 변경 등을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번호표 기기가 없어 카드 재발급을 하러 온 고객들이 혼란스러워 하기도 했다.

한 고객이 직원에게 번호표 기기 위치를 묻자 “번호표, 제가 드립니다”라면서 “무슨 일로 왔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고객은 “카드 재발급하러 왔다”고 답하자 직원은 “카드 재발급은 창구로 갈 필요 없이 저 곳에서 성명과 연락처를 적으면 콜센터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임시 테이블들을 가리켰다. 

그 때 다른 고객이 “카드 재발급과 비밀번호 변경하러 왔다”고 말하니 그 직원은 고객에게 번호표를 바로 내밀었다. 

즉, ‘카드 재발급’은 ‘임시 테이블’로, ‘다른 업무’는 ‘창구’로 보내고 있는 것. 실제 고객이 카드 재발급 신청을 창구에서 신청하려면 비밀번호 변경 등 다른 업무를 같이 진행해야 했다.

카드센터 입구 앞에서는 임시로 마련한 몇몇 테이블에서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개인정보 유출 관련 필수 체크사항 10가지’와 함께 카드 재발급 양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성명, 연락처 등이 포함된 양식을 작성하면 2~3일 내에 콜센터에서 고객에게 전화를 하고 다시 콜센터에 카드 재발급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고객들이 카드 재발급 신청을 위해 롯데카드 센터를 찾았지만 정작 카드 재발급 업무는 콜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 고객 입장에서는 고객정보유출로 불쾌한 상황에서 직접 카드센터를 방문했더니 2~3일 후에 콜센터를 통해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같은 롯데카드 대응에 고객들은 “어이가 없다”, “기가 막힌다”면서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카드 재발급 신청을 하고 어머니의 카드 재발급을 위해 대기번호를 받아 기다리고 있던 최경진씨(가명, 31세)는 “모두가 카드 재발급을 하러 왔는데 롯데카드는 가장 중요한 재발급 업무를 임시 테이블에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롯데카드 사장과 임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센터에 나와서 일일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분개했다. 

주부 김명희씨(가명, 53세)는 “이름, 휴대폰, 주소, 카드번호, 유효기간, 타사 카드내역 등 다 털렸다”며 “불안한 마음에 재발급하러 왔지만 직원들은 느긋해 보여 털린 사람들만 손해인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 “콜센터 번호로 보이스피싱 당하면 어떡하나”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는 40대 이진화씨(가명)는 “직원들이 이름, 연락처 양식을 적어내면 콜센터에서 2~3일내 전화를 한다고 하지만 보이스피싱 당할까봐 찜찜해서 몇 시간이든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50대 박희진씨(가명)는 “롯데카드 콜센터인 줄 알고 받았다가 보이스피싱 당하면 어떡하냐고 직원에게 물으니 콜센터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사기범이 그 번호로 걸어 사기를 칠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카드 즉시 재발급에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실제 한 고객이 창구에서 재발급 신청을 하자 나중에 우편으로 카드를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당장 써야 한다”는 말에 30분내에 카드가 재발급 된 것.

이 모습을 본 고객은 “당장 롯데백화점에서 돈을 쓴다고 하니 바로 카드를 지급해주고 다른 고객들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기다리라고 한다”면서 “고객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카드센터 바로 옆에 롯데백화점 상품권 판매소와 설 명절 상품 신청 테이블의 텅텅 빈 모습들이 분주한 카드센터 창구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고객은 “카드 재발급 받으려는 고객이 많은데 인력을 더 보강하지 않는다”면서 “백화점 상품권이나 설 명절 상품 구입 매장에는 직원들이 놀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백화점 내 설 상품 특설 매장 한 곳에는 직원이 30여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카드센터에는 임시 테이블에서 카드 재발급을 위해 양식 작성 직원과 안내 직원을 제외하고 실제 카드 재발급 업무를 진행하는 창구와 카드 해지 및 중단 창구 인원은 15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한편 롯데카드는 재발급 업무 초기에 고객에게 카드 재발급 비용을 받다가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또한 롯데카드 홈페이지 시스템 장애로 한때 접속이 불가능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하려는 롯데카드 고객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3일 오전 12시 현재 롯데카드로 재발급을 신청한 건수는 95만건, 해지 건수는 44만건, 탈회건수는 21만3,000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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