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안전’ 현대제철, 새해부터 ‘죽음의 사업장’ 오명
‘말로만 안전’ 현대제철, 새해부터 ‘죽음의 사업장’ 오명
  • 서영욱
  • 승인 2014.01.27 16: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1일, 자체 안전대책·정부 특별관리 불구 사망자 또 발생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지난해에만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새해벽두부터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제철이 1,200억원을 들여 안전종합대책을 실시하겠다고 한지 불과 한달여 만이다. 사업장을 특별관리하겠다던 고용노동부의 대책도 소용이 없었다.

 

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9일 5시10분경 네비엔REC㈜ 소속 김모씨는 당진공장 슬라그야드장에서 슬러그냉각 1차 작업 중 야드 내부의 냉각 및 수위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안전 난간대 안쪽 야드 경계벽으로 이동하다 추락, 야드 내부에 고여 있는 냉각수 웅덩이에 빠져 목 이하 전신 화상을 입었다. 20일 부천 베스티안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지난 23일 21시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계속된 사망사고로 ‘죽음의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난해 5월엔 아르곤가스 누출로 하청업체인 한국내화 노동자 5명이 질식 사망했으며, 11월엔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 전기를 공급하는 현대그린파워 노동자가 가스누출로 죽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사고로 현대제철의 허울뿐인 안전관리대책과 정부의 느슨한 사후관리 모두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1월 사고 이후 제기된 정몽구 현대제철 회장에 대한 책임론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4일 금속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고용노동부는 당진공장을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해 현대제철만 전담관리·감독하는 세 팀 여섯 명의 ‘상설감독팀’을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근로감독관이 와서 현장에서 근로감독을 하고 있으면 뭐 하는가? 여전히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요,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세우려는 현대제철 정몽구회장의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 합병이후 겉으로는 글로벌 11위의 규모를 갖추었다고 떠들고 있으나 안에서는 제대로 된 안전대책 없이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며 “금속노조는 정몽구회장에게도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며 노동부에 대해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사고 직후 “정부는 이번 현대제철 사고에 대한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현대제철 최고책임자에 대한 구속수사다”라며 “정부가 구속수사를 통해 사고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할 때만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주장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5월 사고 이후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현대제철은 898건, 협력업체는 156건,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노동부는 당진공장을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해 종합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상설 감독팀을 운영하는 등 특별 관리 중이었다. 또 현대제철은 지난달 안전 확보를 위해 1,200억원을 투자하고 전담인력을 100명에서 150명으로 50명 늘린다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봉철 안전환경본부장(부사장), 이성윤 생산본부장(부사장), 이재곤 정비본부장(전무) 등 3명을 인명사고 책임을 물어 경질시키는 등 재발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현대제철의 근본적인 안전 의식과 대책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대제철을 향한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대제철은 별도의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을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지난 달 안전대책을 내 놓은 후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해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영욱 syu@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