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괜찮겠지” 눌러앉는 고객들
개인정보 유출 “괜찮겠지” 눌러앉는 고객들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4.03.25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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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사건 ‘축소’ 피해보상 ‘외면’…‘이 또한 지나가리라?’
▲ 국민·롯데·농협카드는 역대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보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41살 김모씨는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핵심정보가 빠져나간 롯데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김씨는 ‘귀찮다’는 이유로 정보 유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여전히 이 카드를 애용하고 있다. 쌓아 둔 포인트도 아깝고 사기를 칠거였으면 벌써 피해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 32살 심모씨는 국민카드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지난달에 마침 국민은행 적금이 만료돼 타 은행으로 이체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만료된 적금을 국민은행에 예치시켰다. 국민은행을 믿을 수는 없지만 다른 은행이라고 별 다를 게 있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역대 최악의 고객정보 유출사고 터진지 세 달이 흘렀다. 해외에서 이 같은 사건이 터졌다면 회사 기반이 휘청일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겠지만 국민·롯데·농협카드 3사들은 짧은 영업정지가 끝나면 다시 영업 전선에 뛰어든다.

하지만 국내 고객들은 “귀찮아서”, “설마”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카드사를 바꾸는데 인색한 모습이다. 심지어 최근 빗발치는 스팸문자에도 “언제는 안그랬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

이런 이유에는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이 2차 피해가 없다며 고객들을 안심시킨 탓이 컸다. 주민번호 등 핵심정보가 줄줄이 세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큰 일이 아닌 듯 ‘카드 재발급’만으로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며 고객들을 붙잡아뒀다.

최근에는 2차 유출이 없다는 금융당국의 거짓말이 들통 났음에도 카드사, 이통사 할 것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고객들이 둔감해진 탓도 컸다. 금융사들은 형식적인 사과와 피해 대책만을 발표한 채 사태가 조용히 수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카드사들, 2차 피해 ‘외면’…피해 입증 쉽지 않을 듯

지난달 7일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카드3사부터 제출받은 ‘고객정보 유출관련 피해구제 처리 계획’자료에 의하면 카드 위․변조에 따른 결제나 현금서비스 등 직접적인 피해는 전액 보상한다는 방침이지만,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파밍 등의 2차 피해를 비롯한 정신적 피해 보상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피해구제 대상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카드는 단순한 정신적피해, 시간소비 등에 대한 보상은 제외한다고 밝혔고 롯데카드 또한 직접적인 금전 피해와 연계된 정신적 피해만 보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민카드도 신용카드 위변조, 복제, 부정매출 등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는 보상 원칙에서 제외했다.

특히 농협카드는 피해구제 기준으로 ‘다수의 고객이 관계돼 있으므로 일부고객에 대한 피해구제는 전체고객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피해구제 대상을 최대한 줄여 고객들의 피해보상 보다는 사실상 카드사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하지만 신용카드 위변조, 복제, 부정매출 등 직접적인 피해에 대해서 전액 보상하고 입증책임을 카드사가 지는 것은 이미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카드사가 가지고 있는 의무사항이라고 김영주 의원은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결정은 결국 카드3사가 국민 대다수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도 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신용카드 표준약관과 개인정보제공 동의서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카드사의 책임 소재를 적시하는 등 무차별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정작 유출됐을 때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관행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 “2차 피해 없다” 카드사 대변 급급, 금융당국도 ‘한통속’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강력한 제재보다는 카드사들을 대변하기 급급하다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간 금감원은 2차 유포 가능성을 ‘괴담’으로 규정하는 등 사태 축소에 골몰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는데, 지난 14일 유출된 정보 수백만건이 개인정보 유통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실로 들어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여야를 막론하고 강한 비난을 받았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2차 피해는 없다던 금융위원장, 100% 안심하라던 금감원장,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던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정부의 공언(空言)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개인정보 유출대란을 확산시킨 주범은 바로 정부”라며 “2차 유출 우려를 근거없는 괴담으로 규정하고 사회관계망(SNS) 전담팀까지 운영해온 것이 정부”라고 비판했다.

현재 카드사들은 2,3월 시장점유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보유출 사태로 카드 3사의 고객 유출이 일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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