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쌓는 하영구 씨티은행장, '마이웨이' 언제까지?
'철옹성' 쌓는 하영구 씨티은행장, '마이웨이' 언제까지?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4.04.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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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수익감소' 등 악재 불구 '연봉킹'
▲ 하영구 씨티은행장 ⓒ뉴시스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사기대출 연루, 수익감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아갔다. 회사기반이 뿌리째 흔들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연봉을 받아가고, 또 무려 15년간 행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조를 비롯해 업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15년간 하영구 행장은 숱한 당국의 징계와 적발, 노조와의 충돌로 하차설에 휩싸였지만 그때마다 주위의 예상을 깨고 보란 듯이 연임에 성공했다. 이쯤 되면 하 행장을 지탱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지 의심해볼 만도 하다.

개인정보 유출 '일벌백계?' 씨티은행은 '남의 일'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시발점은 씨티은행이었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고객정보를 유출한 씨티은행 직원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경기도 수원의 한 씨티은행 지점에서 사내 전산망에 저장된 3만4,000여건의 대출채무자 고객 정보를 A4용지 1,100여 장에 출력해 대출모집인 B씨에게 건네줬다.

이 정보를 받은 대출모집인들은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출영업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A씨가 유출한 고객정보에는 이름과 연락처, 대출액, 대출이율, 대출잔액, 대출일자, 대출만기일자, 직장명 등 상세한 내용이 적혀 있어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도 우려됐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 네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씨티은행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억여건의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농협·롯데카드 사장이 열흘 만에 줄줄이 옷을 벗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나서 "누구도 다시는 이 같은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강력히 처벌하라"고 지시했고,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유출사건이 계속되는 금융사들은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관련된 CEO들은 옷을 벗을 각오를 하라"고 으름장을 놨지만 씨티은행은 '열외'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금융당국의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정보유출은 아무런 조치가 없었는데도 이미 옛 얘기처럼 취급당하는 느낌"이라며 "똑같은 정보유출인데 카드사는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은행은 내버려 두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하영구 행장, 직원들 밥줄 끊어 자기 배 채우기?

당장 사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하영구 행장이 '연봉왕'에 올랐다는 사실은 다시 한 번 노조를 자극했다. 하 행장은 지난해 급여 7억원과 상여금 13억1,600만원, 이연지급보상금 8억5,000만원 등 총 28억8,700만원을 챙겨가 시중 은행장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이는 4대 금융지주 회장들보다도 곱절은 되는 금액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경영을 잘해서 성장시킨 것도 아니고 수익을 많이 낸 것도 아닌데, 고객정보 유출, 대출사기, 수익감소 등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거액의 연봉을 받아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작년 씨티은행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탓에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8.1% 감소한 2,191억원을 기록했다. 실적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2년 말 218개였던 점포 수도 191개로 줄었다. 올해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회사 내에서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행장이 거액의 연봉을 받아가는 이유는 매년 임·단협을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직원 관련 임금, 복지 관련 재량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 구조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직원들에게 적게 주면 줄수록 본인의 성과급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학원 수강료 월 10만원을 보조 해달라고 하면, 은행 수익이 좋지 않다고 핑계를 대고, 부모님 의료비 보조 한도를 전체한도의 증액 없이 현재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한도로만 해달라고 해도 돈 없다고 해주지 않는다"며 "이렇게 불공평해도 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하 행장이 취임 후 (구)씨티와 한미은행의 합병으로 챙긴 성공보수까지 합하면 최소 700억~800억원은 챙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본사바라기' 경영방식이 장기집권 비결?

하 행장에게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 씨티은행은 중소기업 자금줄을 불법으로 죄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가 예고됐다. 중소기업과 대출 약정을 맺을 때 '미확약부 여신약정'을 부당하게 적용했다는 것인데 피해금액만 55조원을 넘었다. '미확약부 여신약정'은 대출한도를 소진하지 않은 약정금액을 은행이 멋대로 회수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약정으로 은행법 등에 어긋난다.

당시 5연임을 앞두고 있던 하 행장의 연임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했다. '문책경고'를 받게 되면 연임이 불가능해지고 퇴임 후에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어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된다. 하지만 금감원은 하 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고 하 행장은 곧 5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사태와 관련해서도 금감원은 징계 수위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지만 경징계에 그칠 전망이다. 1억여건 이상이 유출된 국민·농협·롯데카드 사태보다는 규모가 작고 유출 내용이 단순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금융당국의 안일한 처사와 본사 이익만을 바라보는 하 행장의 '해바라기식' 경영이 15년간 '철옹성'을 쌓게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국내에서 씨티은행의 평판은 땅을 쳤다.

노조 관계자는 "하 행장은 임기 중에 씨티그룹 뉴욕 본사의 비용 절감 지침만을 따르며 영업점 폐점, 구조조정 등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2인자를 키우지 않고 국내 조직을 희생해 본사의 입맛에 맞는 경영을 한 게 연임의 비결"이라고 지적했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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