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매각, “구자원 회장 돈벌이용 안돼”
LIG손보 매각, “구자원 회장 돈벌이용 안돼”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4.04.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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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불투명 매각절차, 롯데·KB 등 인수 거부”
▲ LIG손해보험 노조는 8일 역삼동 본사 앞에서 매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지경제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매각을 앞두고 있는 LIG손해보험이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인수후보자로 선정된 기업들이 여러 이유로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데, 진짜 이유는 독자 생존도 가능한 상황에서 결국 오너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노조는 밀실 매각을 중단하고 매각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알짜 중의 알짜 LIG손보 매각…왜?

LIG손보는 지난해 영업이익 2,0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한 수치지만 매년 2,000억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일시적인 부진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각각 8조4,589억원, 1,489억원을 기록할 만큼 LIG그룹의 핵심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런 알짜 기업이 매물로 나온 이유는 다분히 오너의 책임이 크다. 앞서 LIG건설은 건설경기 침체로 1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비용 부담과 미분양 물량 등으로 재무구조와 경영상태가 악화돼 2011년 3월 법정관리를 신청, 같은 해 9월 회생계획을 인가받았다.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구 회장 일가는 담보로 맡긴 주식을 되찾아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0년 10월~2011년 3월까지 금융기관에서 1,894억원의 사기성 CP와 260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오너가의 사기성 CP발행 피해자는 약 700명, 피해액은 약 2,100억원 규모다. 구자원 회장은 피해액을 보상하기 위해 LIG손보 매각을 결정했다. LIG그룹 구자원 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총수 일가 16명의 LIG손보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하겠다는 것인데, 이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은 총 1,257만4,500주로 현재 주가로 3,600억여원에 이른다.

재판에 넘겨진 구 회장 일가는 지난 2월 항소심 결과 구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내려졌고,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징역 4년,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 지난 2012년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 “생존권 위협하는 롯데그룹, 사모펀드, 중국기업 다 안돼!”

LIG손보 인수후보자는 지난 4일 KB금융·동양생명·롯데그룹·중국 푸싱(復星)그룹·MBK파트너스·자베즈파트너스 등 6곳이 선정됐다. 범 LG가로 주목을 끌었던 LB인베스트먼트는 적격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인수적격후보로 선정된 이들 기업은 앞으로 4~5주간 LIG손보를 실사한 이후 다음 달 중순 본입찰에 들어간다.

그러나 LIG손보 노조는 8일 역삼동 본사에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6개 후보자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롯데그룹은 손해보험 경영능력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 각종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인수 대상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노조는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쇼핑 국세청 세무조사 600억원 추징,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롯데그룹 창사 이래 최악의 비리 사건이라는 롯데홈쇼핑 납품비리를 저지른 기업”이라고 밝혔다.

또 “롯데백화점, 호텔, 손해보험의 노조파괴와 노동탄압, 10대 재벌그룹 중 최하위의 직원 임금 수준 등 어는 것 하나 정상적이 않다”며 “2008년 대한화재보험을 인수한 후 7년이 지났음에도 지속적인 영업 적자, 4%에서 3%로 하락한 MS를 볼 때 손해보험 경영 능력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K파트너스·자베즈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의 인수도 반대했다. 노조는 “론스타로 대변되는 사모펀드의 폐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며 “이런 사모펀드가 고객의 위험을 평생 보장하는 보험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연적으로 재매각 위험에 노출돼 수백만 가입고객을 불안하게 할 것이며 LIG구성원 또한 상시적인 생존권 위협에 노출될 것”이라며 사모펀드에 의한 인수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자본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노조는 “SC은행, 씨티은행 등 세계 유수 금융기관 조차도 한국의 금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금융 후진국인 중국 자본은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안정적인 후보군으로 꼽혔던 KB금융도 과거 잇단 인수 실패가 오점으로 지적됐다. 노조는 “KB금융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보험사와 증권사를 인수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며 “만약 그들이 은행 외 금융사 인수를 통한 금융그룹의 발전을 도모했다면 번번이 실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최근 발생한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카드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구자원 회장은 임직원의 고용보장과 근로조건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며 “밀실 매각을 중단하고 매각 과정에 매각 기준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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