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크나했더니” 씨티은행 10년만의 파업…왜?
“잘 크나했더니” 씨티은행 10년만의 파업…왜?
  • 서영욱 기자
  • 승인 2014.05.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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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폐쇄 가처분 신청 기각, 사측 “구조조정도, 국내철수도 아니다”
▲ 씨티은행 노조가 10년만의 파업에 돌입한다. ⓒ뉴시스

[이지경제=서영욱 기자]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이 7일부터 단계적인 파업에 들어간다.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이 현재 씨티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을 흡수하는 데 반대해 파업을 벌인지 꼭 10년만이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지난달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투표인원의 91.6%인 2,551명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크게 3단계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7일부터 진행할 1단계 파업은 지금까지 사측이 부당하게 요구했던 수당없는 추가근무 등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준법투쟁 형태로 진행할 방침이다. 다음달부터는 신규상품 판매를 거부하고, 6개월에 걸쳐서 태업을 진행한 후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씨티은행의 노사갈등은 지난달 사측이 전체 190개 지점 중 29.5%인 56개 지점을 없애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따른 감원 규모는 지점당 직원 수가 평균 10명인 것을 감안하면 500여명, 최대 1,000명에 달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점 폐쇄 조치는 지점 근로자의 전직, 해고, 희망퇴직 등 인원정리를 수반할 수밖에 없어 단체협약에 위배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조영철)는 “은행의 수익성이 2011년 이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점 폐쇄 조치는 고도의 경영상 결정에 의한 것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씨티은행과 노조가 지난 2012년 체결한 '2013년 단체협약'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휴·폐업, 분할, 합병,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 양도, 업종전환 등에 의해 인원을 정리코자 할 때’에는 60일 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사전 합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점폐쇄 결정 자체가 협의대상인 ‘인원 정리’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법원의 판결에 따라 씨티은행 사측이 예고한 대로 오는 9일부터 점포 통·폐합 조치가 시작될 전망이다.

노조는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할 수 있는 법적인 조치와 노력을 끝까지 이어나가겠다”며 항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사측은 효율적인 경영과 수익악화 개선 등을 이유로 지점을 폐쇄하지만 대상 지점들은 모두 수익성이 양호한 곳들”이라며 “경영악화의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폐쇄가 결정된 경서동지점은 한해 비용이 12억원에 불과한데 반해 수익은 두 배가 넘는 30억원. 수원역 지점 역시 비용은 12억원인데 수익은 두 배가 넘는 27억원이다. 결국 수익을 내고 있는 지점을 폐쇄하는 이유가 임대료를 아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남 지역의 경우 일부 지점의 임대보증금만 10억원선. 다른 지점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렇게 50개가 넘는 지점을 폐쇄하면 당장 약 500억원의 임대보증금 수익이 새로 생기고, 매달 내던 수백만 원의 월세도 절약된다. 결국 임대보증금이 비싼 지점의 폐쇄가 많을수록 단기적으로 은행의 순익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노조는 이렇게 되면 연말에 1년 동안 낸 수익을 바탕으로 미국 씨티그룹 본사에 보내는 경영자문료나 배당 등이 늘어날 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8.1% 감소한 2,19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절반인 1,000억원 이상을 경영자문료로 미국 씨티그룹에 지급했다.

씨티은행의 점포폐쇄는 곧 ‘국내시장 철수’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한국 내 가장 큰 고정자산이던 청계천 사옥을 팔고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로 임대해 들어가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철수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국내시장 철수는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구조조정에 관한 인력 감축에 대해서도 “점포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통·폐합 하는 것이고 기존의 인력은 다른 지점으로 배치되는 만큼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어 “계속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총파업에 돌입해도 고객들의 불편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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