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서영욱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관련 임원들의 계좌를 조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임 회장, 이 은행장, 정병기 감사위원은 물론 국민은행 사외이사 전원의 계좌를 살펴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그룹과 은행 수뇌부의 계좌를 일괄적으로 조회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민은행 정병기 감사 등이 지난 3월24일 이사회에서 결정된 IBM 메인프레임 전산시스템의 유닉스 기반 시스템 전환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관련법에 따라 검사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은행 등에 요청해 계좌를 조회할 수 있다.
금융실명거래법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의 내부자거래,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위해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감독·검사를 위해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조회권)을 발동할 수 있다.
정병기 감사와 사외이사들은 약 2,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KB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정 감사는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과 비용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감사 의견을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금감원에 관련 의견을 전달하는 등 사실상 특검을 요청했다.
정 감사가 이건호 행장의 입장을, 사외이사들이 임영록 지주 회장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태는 임 회장과 이 행장간의 '집안싸움'으로 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가 커지자 국민은행은 지난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었으나 사외이사들과 이행장 및 정 감사 사이에 입장 차이가 여전해 30일 이사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금감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즉시 긴급 특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리베이트가 오갔을 가능성을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관련 의혹이 불거진 만큼 특검을 통해 모든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영욱 기자 10sangj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