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부채" 가스 노조의 이유있는 항변
"착한부채" 가스 노조의 이유있는 항변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4.08.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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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역할로 부채 증가, 복지 축소 강요는 부당
▲ 가스공사 노조가 본사 앞에 내건 플랜카드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경기도 성남의 한국가스공사 본사 앞에는 일반인들이 보기엔 다소 고개를 갸우뚱 할만한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도시가스 요금 안정을 위한 미수금, 국가의 안정적 가스공급을 위한 해외자원개발, 공공성 확대를 위한 착한부채, 이것도 방만경영 입니까?'

최근 정부가 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이 방만경영을 일삼아 부채가 치솟았다며 이를 바로 잡겠다고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 노조는 오히려 이를 '착한부채'라며 정부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플랜카드를 내 건 것이다.

일반인들은 언론을 통해 방만경영으로 공기업의 부채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노조의 주장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노조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가스공사의 부채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가스공사의 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33조2,500억원이며, 부채율은 355%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일반기업들의 부채율이 200%를 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과한 편이다.

이 부채는 MB정권이 들어선 2008년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2007년 8조원이던 부채는 2008년 18조원, 2011년 28조원, 2012년 32조원, 2013년 35조원으로 MB정권 동안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부채가 매년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당시 MB정권은 에너지 공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자원개발을 적극 장려했다.

그래서 가스공사는 사채 발행으로 모은 막대한 자금으로 이라크, 모잠비크 등 세계 각지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펼쳐 나갔고, 국내적으론 2조5,000억원이나 투입되는 삼척LNG기지 건설공사도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스공사의 수익은 거의 없었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공공요금을 동결시키면서 크게 오른 천연가스 수입원가를 판매단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적자까지 보게 됐다.

결과적으로 수익도 없으면서 자원개발과 같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을 몇 개씩 해나가니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스공사 뿐만 아니라 수자원공사, 한전, 석유공사 등 많은 공기업들이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게 됐다.

이는 박근혜 정권에게 부채폭탄이 되어 돌아왔다. 공공기관 총부채는 2006년 88조원에서 2012년 244조원으로 3배로 증가했다.

현 정권은 시급히 공공기관 부채를 감축해야 했고,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나섰다.

그런데 현 정권은 공공기관 부채 증가의 주 요인으로 공기업의 과도한 복지가 한 몫하고 있다며 이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서 정부와 가스공사를 비롯한 공기업 노조 간에 갈등이 생기고 있다.

가스공사 노조 측은 현 정권이 공기업의 부채 증가가 전 정권의 책임임을 알면서도 이를 덮기 위해 공기업의 복지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33조원 부채의 성격을 따져 보면 모두 국민들을 위해 쓰였기 때문에 부채규모만 갖고 공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스공사 노조 관계자는 "원가 이하로 가스를 판매하면서 생긴 미수금 5조5,000억원과 삼척기지 건설비 2조5,000억원 등으로 많은 부채가 생겼으나 최근 해소되고 있고, 부채의 가장 큰 요인인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귀결되면서 앞으로 많은 수익이 들어올 것"이라며 "부채는 점차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당장 부채가 많다고 복지 축소를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는 방만경영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에 쓴소리를 날렸다.

노조 관계자는 "공기업은 사장과 동등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 상임감사를 두게 돼 있는데, 이 자리가 정권창출 인사의 낙하산 자리로 변질되면서 내부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상임감사에 적임자만 선임해도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사라질 것"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병효 기자 yb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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