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아킬레스건은 무엇?
현정은 회장, 아킬레스건은 무엇?
  • 김영덕
  • 승인 2010.10.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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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본 입찰 D-15‥자금력 확보, 경영능력 검증 안 돼

 

현대건설을 놓고 벌이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혈투가 점입가경이다.

 

벌써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본 입찰(11월12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경쟁이 입찰이 가까워지면서 치열한 신경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까지 현대건설 인수를 앞두고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측은 ‘적통성’을 내세우며 3차례의 걸친 광고를 통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반해 정 회장측은 자금력의 우위를 보이면서 현 회장측의 공격에 일체 대응하지 않은 채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과 업계에서는 두 '현대가(家)' 기업의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과도한 베팅경쟁’으로 인한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단순한 가격보다는 장기적으로 현대건설을 안정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비전과 경영능력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지경제>는 두 그룹간의 인수전 내막과 양측의 아킬레스건을 살펴보기로 했다.

 

현대그룹 ‘총알이 달려’‥자금력 확보 총력전

 

먼저 현 회장(현대그룹)측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기업 인수전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 산정과 제대로 된 실사다.

 

기업의 자금 여력에 따라 같은 자산도 다르게 평가되는 등 데이터 실사를 통해 베팅하고자하는 금액이 정해지는 만큼 승리의 할 수 있는 최적의 인수가격을 계산하는 것은 인수전의 하이라이트다.

 

현 회장측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바로 자금 문제다. 현재 현 회장측은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총 4천500억원의 규모의 무보증 사채를 발행하며 추가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앞서 현 회장측은 지난 1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로 독일의 하이테크 전문 엔지니어링기업인 M+W그룹을 선택한 바 있다.

 

독일계 그룹인 M+W을 파트너를 삼으면서 큰 줄기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건설의 인수하기 위한 자금은 부족해 보인다.

 

현재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인수금액을 최소 3조5000억원에서 4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데, 인수전 분위기가 과열로 치달을 경우 5조원 가까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흘러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현 회장측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총알이 달린다’ 것으로 이에 대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2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19개 증권사가 참여해 회사채 규모를 늘렸다는 후문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애초부터 인수 목적으로 1조5천억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추가로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과 자금 조달 능력이 충분한 상황"이라며 애써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현 회장측은 시장에서 최대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막판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울러 현대증권 노조가 집회를 여는 등 일부 계열사 직원들이 사이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반대하고 있다.

 

현대그룹, 여론전 성과 있는 듯‥동정론 확산

 

현 회장측은 자금력 확보라는 난관이 부딪쳐있지만 ‘적통성’을 명분으로 한 여론전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 회장측은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앞둔 지난달 21일부터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TV광고로 일찌감치 여론조성에 나선 현대그룹은 지난 4일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로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에 전념하라고 공격했다.

 

이어 18일에는 현대건설 인수에 부정적이던 현대차그룹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비난하는 신문광고를 낸 데 이어 이번 주부터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비상장 기업과 합병하지 않겠습니다. 시세차익을 노리지 않겠습니다.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습니다"라며 정 회장측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공격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선 것을 두고 비상장 건설회사인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넘기려는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는 업계의 관측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두 기업 간 공방이 자칫 현대가의 이전투구 양상으로 비칠 경우 타격을 입는 쪽은 자사와 정 회장이라는 점을 우려해 일체 대응을 삼가고 있다.

 

현 회장측인 남은 2주간 광고로 계속 공격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다만 현 회장측의 ‘적통성’을 겨냥한 심리전에서는 승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일부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재수씨는 살려고 하는 데 시아주머니가 죽인다’라는 말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정은 동정론’이 일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현 회장측의 심리전이 실제로 인수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를 이르다.


현 회장 가장 큰 적? ‘승자의 저주’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가장 큰 우려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승자의 저주’다. 양측이 사활을 건 베팅을 감행하고 이로 인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유동성 위기에 빠져 결국에 실패한 M&A로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금력이 달린 현 회장측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가장 큰 적은 ‘유동성 위기’다. 앞서 재계에는 이러한 사례가 있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다. 금호그룹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수에 성공했지만 인수 금액 6조원 중 3조원을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조달했고 당시 체결한 ‘3년간 보장수익률 연 9%와 풋백옵션’이라는 약정이 독이 되면서 그룹전체가 워크아웃의 시련을 겪고 있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2006년 6천288억원에서 2009년 2천195억원으로 급감한 금호는 결국 무리한 자금 조달로 인해 그룹 전체가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다.

 

한화그룹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포스코, GS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인수를 포기하고 3천150억원의 이행보증금만 날렸다.

 

한화는 당시 6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대한생명 주식, 인천 부동산, 장교동 사옥, 갤러리아 백화점, 한화리조트 등의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결국 총알이 부족해 실패하고 말았다.


만약 현 회장측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이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력 확보와 M&A에 따른 기업 융화와 경영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현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이번 인수전의 핵심요소이다.


김영덕 rokmc3151@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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