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의 고민
두산중공업의 고민
  • 윤병효 기자
  • 승인 2015.03.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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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잘 하는 것 같은데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보면 주변인들은 이런 충고를 건낸다. "때가 안 맞아서 그럴거야.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하던대로만 하라구."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에게도 그런 곳이 있다. 예를 들면 두산중공업이 그렇다. 기술투자, 인재육성, 모범적 지배구조, 게다가 협력사와 동반성장까지. 21세기 기업경영에 필요한 교과서적인 플레이는 다 하고 있는데 결과를 말해주는 수익은 오히려 감소 추세에 있다. 두산중공업은 단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일까? 그 때는 언제쯤 올 것인가.

 ▲두산중공업이 건설한 아랍에미레이트 후자이라 담수플랜트

◆한국에선 보기 힘든 선진경영
지난 18일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파격적인 결정을 발표했다. 성과공유제를 현 109개 1차 협력사에 이어 50여개 2차 협력사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성과공유제란 말 그대로 위탁기업이 혼자서 이익을 차지하지 않고 수탁기업인 협력사와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위해 두산중공업은 1008억원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에 무이자 대출, 신규시장 진출, 국산화 개발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의 성과공유 확대는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두산중공업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임을 알 수 있다.

▲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두산중공업의 원자로 증기발생기

두산중공업은 최근 3년 연속 실적 감소세를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순적자까지 기록했다. 당장 자기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상황인데도 성과공유제를 더 늘린 점은 갑질 의식에 쩔어 있는 대부분의 재벌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두산중공업의 기행 아닌 기행 사례는 더 있다.

두산중공업은 집착이라 할 만큼 기술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 끝은 세계 최고가 되는 것.

왜 기술력에 집착하는지는 두산중공업의 비전에 잘 나와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과 물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앞으로 인류는 심각한 물 부족과 폭발적 전력 수요증가에 직면할 것이란 예측에 기인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비전 실현을 위해선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 최고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제 경영에 반영돼 두산중공업은 해수담수화플랜트, 터빈발전기용 로터샤프트, 상업용 원자로 용기, 풍력발전시스템 등 15개의 세계일류상품과 중공업계에서 가장 많은 41명의 기술명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두산중공업은 2013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지배구조, 사회적책임경영, 환경경영 평가에서 A+의 우수한 등급을 받았다.

이쯤되면 한국 대기업에선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최고의 선진경영으로 꼽을 만하다.

노점상에서 꽃 한 다발을 살 줄 아는 여유를 가진 박용만 ㈜두산 회장과 트위터로 유머를 공유할 줄 아는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의 젊고 튀는 마인드가 한껏 경영에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옷도 내 몸에 맞아야 입을 수 있는 법. 아직 두산중공업의 선진경영은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 매출은 2012년 이후로 계속 감소 중이고, 주가는 2010년 주당 8만원대에서 현재 2만원대로 급락한 상태다.

◆“중공업계 전반적 현상, 올해부터 반등 전망”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8조1275억원, 영업이익 8882억원, 당기적자 -8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6%, 영업이익은 -7.3% 감소했으며, 당기순익은 1040억원 감소해 적자로 전환됐다.

두산중공업은 2012년 21조2700억원의 최고 매출을 기록한 뒤 이후부터는 매출과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인프라 및 플랜트 발주 감소에 있다.

하지만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자 두산중공업은 기술부문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고, 실제로 수주규모는 나쁘지 않았다. 2013년 7조원대 수주는 2014년 10조원대로 증가했다.

일각에선 두산중공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해외사업에서 관리능력이 부족한 밑천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사람을 강조하는 두산그룹 광고

두산중공업은 베트남, 인도에서 수조원대의 화력발전소 EPC(설계‧조달‧건설 일괄처리)사업을 따내 공사를 진행 중이다.

두산중공업이 현지 기업을 통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현지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공사기간이 급격히 늘어나 수천억원의 비용이 증가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베트남, 인도 사업에서 공기 지연으로 비용이 증가했다면 실적 발표에서 다 밝혔을 것”이라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중공업계의 실적 감소는 세계 공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두산중공업은 전략적으로 저가 수주를 하지 않아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순적자는 사무직원 희망퇴직과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유럽법인의 청산에 따른 비용이 한꺼번에 적용돼 나타났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관계자는 “수주한 사업은 약 2년 후에 실적에 반영되므로 올해부터 실적 반등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 경영진이 선보이고 있는 선진경영은 분명 한국 경영문화에 모범사례가 될 만하다. 하지만 과정만 좋고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면 오히려 실패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박용만 회장, 박지원 부회장이 한국 경영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싶은 시도라면 하루빨리 실적으로 입증시켜야 할 것이다.

[이지경제=윤병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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