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자 구지은의 마지막 '한 수'는?
오너 경영자 구지은의 마지막 '한 수'는?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5.06.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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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LG家 기업, 아워홈의 오너 경영자인 구지은 부사장이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수익성 흐름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6개월 동안 대표가 두 차례나 퇴임하여 구지은 부사장이 전문경영진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구지은 부사장은 범LG가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과 이숙희씨(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 사이의 막내딸로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 와야트코리아(Watson Wyatt Korea) 수석컨설턴트를 거쳐 지난 2004년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다. 이후 10년째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구자학 회장의 자녀들 중 실질적으로 회사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구지은 부사장이 유일하기 때문에 아워홈의 유력한 후계자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올해 2월1일 LG그룹 출신의 이승우 아워홈 전 대표가 갑작스럽게 물러났으며, 구지은의 백기사로 알려졌던 CJ제일제당 출신의 김태준 대표 역시 6월부터 회사 출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경영진과의 불화설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이후 단체급식시장에서의 헤게모니(hegemony, 주도권)를 내준 상황에서, 구지은 부사장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신규 브랜드 론칭과 시스템 개발, 중국시장진출 등의 신규 사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과 이슬람권 할랄 시장의 신규 진출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아워홈과 구지은 부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요동치는 수익률…신규 사업의 Risk는 구지은 부사장?

아워홈이 지난 3월말 발표한 연결포괄손익계산서에 따르면 201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040억원, 영업이익 50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04억원이다.

외형적으로 놓고 봤을 경우 2013년 연결기준 1조1811억원이었던 매출은 10%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1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한 반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당연도에 사업성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당기순이익이 80억원 이상 줄어들어 400억원에 겨우 턱걸이 했다는 점은, 순도 있는 내적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놓고 후계구도 완성을 위해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구지은 부사장이 신규 사업을 무리하게 끌어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10년부터 정부의 학교급식 직영의무화, 대기업 급식업체 입찰제한 등, 아워홈의 기반 사업이었던 단체급식부문에서 각종 규제가 생겨났다. 이후 식품제조사업과 외식사업 확대를 통해 연 1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안정적으로 매출규모를 일궈냈지만 수익성은 들쭉날쭉했다.

채산성이 비교적 낮은 식자재 유통부문의 매출비중 확대와 외식부문, 식품제조 등 신규 사업 진입 비용 증가, 감가삼각비 확대 및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원가율 상승 등으로 지난 2007년 이후부터 영업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던 것이다.

또 2012년 이후에는 저수익 식자재 유통사업부문에서 철수하고 저수익 단체급식 및 외식사업장 정리 등으로 삼성웰스토리에 단체급식업체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총 매출액이 줄어들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 동반성장과 상생에 대한 대기업의 책임과 관련하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구지은 부사장을 국감에 불러 아워홈이 순대와 두부, 예식장 등 민생품목에 진출한 것을 질책하기로 했다.

국감에서 구지은 부사장은 순대와 두부 등 민생품목에 진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오래전부터 한식 세계화를 염두에 두고 수출할 음식을 개발하다보니 순대와 청국장 등의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라며 “앞으로 민생품목에 진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여론과 정치권의 이 같은 민생품목 제한 이슈는 아워홈이 일부 사업에서도 추가로 철수하게 돼 효율적인 수익성 개선을 이루지 못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구지은 부사장이 주도적으로 했던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전문경영진과 갈등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승우 전 대표가 임기를 2년 남겨 놓은 상태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했던 것과 최근 구지은 부사장의 백기사로 알려졌던 김태준 대표 역시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에서 힘을 얻고 있다.

아워홈 측은 김태준 대표의 퇴임에 대해 "현재 결정된 바가 없지만 결정이 되는 대로 공식적인 발표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시장 진출 역시 불투명…구지은 부사장의 남은 한 수는?

신규 시장 진출 역시 아워홈의 신규 사업으로 주목받아온 부분이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구지은 부사장이 글로벌유통사업부장 재직 당시부터 꾸준히 공을 들여온 중국 시장 진출은 종속기업인 청도럭키식품유한공사와 남경럭키찬음료유한공사, 북경아워홈기업관리복무유한공사 등을 통해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그렇지만 2014년 연결기준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만큼 만약 중국시장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사업을 중지한다면 구지은 부사장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구지은 부사장에게도 만회의 한 수가 남아있다. 1조8000억달러 규모로 알려진 이슬람권 할랄 시장을 진출이 그것이다.

구지은 부사장은 직접 현지 시장 조사와 문헌 연구, 무슬림 대상 관능 테스트를 거쳐 할랄 한식 소스를 개발‧제품화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는 7월 개최되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할랄 도시락과 뷔페 공급을 직접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가 한식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슬람시장 개척(수출)을 위한 인증시스템 구축 및 상품개발' 사업에 선정된 이후 구지은 부사장의 주도로 이 같은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아워홈은 이슬람 유학생들이 선문대학교,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등 국내 대학에선 '할랄 푸드' 급식을 별도로 마련하여 할랄 인증을 받은 메뉴를 조리해 제공하고 있다.

할랄 시장을 뚫기 위해 제품 개발, 현지 조사, 유통망 확보 등에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지은 부사장의 이 같은 노력이 침체기에 빠진 아워홈을 구할 수 있는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이지경제 = 임태균 기자]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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