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지난해 ‘메르스’ 올해 ‘으스스’
문형표, 지난해 ‘메르스’ 올해 ‘으스스’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2.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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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민연금공단의 갈 길이 험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의 민영화를 통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세력과 민영화는 안 된다는 세력이 맞서고 있다.

저 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경제 상황이 악화될수록 국민연금이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아 국민연금 민영화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여러 가지 이슈의 중심에 서면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문제다. 지난해 7월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내놓은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기금운용본부를 새로운 공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공사는 복지부 산하로 들어가게 되고 이름은 ‘기금운용공사’다.

이 공사를 이끌어 갈 사장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형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한다. 기금투자 정책 및 자산배분 전략을 만드는 기금운용위원회도 따로 사무국을 만들어 상설조직으로 운영한다.

이 개편안은 보사연이 주도해 만든 것이나 복지부 의뢰로 만든 것이어서 복지부의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연금 기금 운용이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운용 측면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의 개편을 놓고 고심해왔다.

그러나 이 개편안은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이전해 있고 현재 서울 강남구에 위치해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하기로 예정되어 있는 전북 전주 시민사회의 반발 수위가 높다.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시의회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부는 당초 약속대로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전주시의회와 금융권 일각에서는 기금운용본부가 공사가 되면 전주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 19대 국회의원들 임기 마지막 날인 올해 5월 29일까지는 기금운용본부가 다른 곳으로 가기는 어렵다. 전주 덕진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성주 의원이 보건복지위 간사를 맡고 있어 그렇다.

김성주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에서 내놓은 법안 중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보내지 않도록 하는 법안도 있다”며 “그러나 김성주 의원이 보건복지위 간사이며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상임위에서 논의할 법안을 결정하기 때문에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보내지 않는 법이 통과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아직 기금운용본부가 언제 전주로 이전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사용할 건물 공사가 완료된다”며 “정확히 언제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 행(行) 꺼리는 까닭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공단의 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서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들이 납부한 자금을 모아 투자해 돈을 벌어 국민연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연히 기금을 잘 운용해 돈을 벌어야 하는 기금운용본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의 새 기금운용본부장(CIO)인선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중요한 것이 기금운용인력이다. 기금운용인력은 그들이 맡는 업무의 중요성으로 인해 높은 급여를 받게 된다. 다만 이런 고급인력들이 전북 전주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기금운용본부는 서울 강남에 있다. 전주에서 근무할 경우 서울 강남 근무에 비해 교육이나 문화 혜택을 덜 받게 된다.

기금운용본부는 운용인력들의 이탈을 예방하기 위해 성과급 체계를 바꿨다. 지난해까지 성과급이 목표성과급(60%)과 초과이익성과급(40%)으로 짜여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초과이익성과급은 사라지고 조직성과급(20%)과 장기성과급(20%)이 남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이 성과급 체계를 바꾸면서 운용역의 인건비가 전반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초과이익 성과급에 비해 조직성과급과 장기성과급은 쉽게 받을 수 있다.

다만 운용 수익률이 현재와 큰 변동이 없거나 현재보다 하락해도 연봉만 올라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근본적으로 국민연금 운용역이 받는 기본급이 금융투자업계 평균보다 낮으므로 뛰어난 운용 인력을 계속 근무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014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수석(15년 이상 재직)과 선임(11년 이상 재직)이 받는 기본급은 각각 1억2873만원과 9532만원이었다. 이것은 비슷한 경력을 가진 금융투자기관 종사자에 비해 1295만원, 13만원 적은 금액이다.

책임(7년 이상 재직)과 전임(3년 이상 재직)이 받는 기본급은 각각 7461만원과 5618만원이었다. 비슷한 경력의 금융투자기관 종사자 평균에 비해 각각 670만원과 934만원 낮았다.

캐나다 연금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팀장급 직원의 연봉은 10억원 이상이다. 국민연금공단 실장급 운용역 연봉보다 대략 8배 높은 금액이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는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최고 수준의 펀드매니저들을 끌어 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금융공기업의 방만 경영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자금력도 부족해 도저히 이런 대우를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영세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선진국 연금 기금 운용본부와 비교해 보면 인력의 전문성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인원 수 조차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는 1200명이 약 240조원을 운용한다. 1인당 운용자산은 2000억원이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500조원을 약 200명이 운용하게 한다. 1인당 2조5000억원의 돈을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와 비교하면 약 13배 정도 큰 금액을 책임지고 있다.

이런 영세한 환경은 두 기관의 수익률 격차를 만들어냈다. 최근 5년 동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는 12.8%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국민연금은 5.8%에 머물렀다.

선진국 연금관리 기관의 경우 최고경영자와 최고투자책임자가 장기간 근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것이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 광 국민연금공단 전 이사장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간 갈등이다.

두 사람은 대립을 거듭했고 결국 최 광 전 이사장이 공단을 떠나고 말았다. 홍 본부장도 새 본부장이 오는 대로 떠나게 된다.

최 광 전 이사장이나 홍 본부장 모두 유력 정치인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렇게 국민연금공단의 인사에 정치적 배경이 영향을 주는 것도 문제다. 경제논리와 운용능력으로 인선이 되야 함에도 국민연금의 파워가 상당하기 때문에 정치적 입김이 인선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공단이 국내 공기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연금공단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금 관리 기관과 경쟁하려면 기존의 한국식 사고를 버리고 세계 최고의 기관들의 경영 방식을 따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민연금, 민영화해야 하나

이렇게 국민연금공단에서 문제가 생기자 차라리 국민연금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국민연금공단 운영도)자동차 보험처럼 민간이 할 수 있다”며 “공단을 그대로 두고 운용만 민간 위탁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부원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반대하는 이유는 조직이 비대해지며 민간분야와 중복이라는 이유다.

국민연금 민영화를 원하는 이들이 드는 사례가 칠레 국민연금이다. 칠레 국민연금 민영화는 11개 민간연금관리회사(AFP)를 경쟁시키면서 개인은 국민연금에 의무가입을 하게 한 것이다. 개인들은 자신의 연금을 관리하는 회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정부는 위법행위가 생기지 않는지 업체들을 감시하며 경쟁을 유도한다.

민영화 지지자들은 국민연금 규모가 앞으로 계속 커지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연금 자산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돌파했다. 정부와 학계 인사들은 2022년 정도에는 자산규모가 1000조원이 되며 12년이 지난 2034년에는 2000조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엄청난 규모의 국민연금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칠레나 스웨덴처럼 여러 개의 펀드로 나눠 서로 경쟁시키고 국민들이 국민연금 서비스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고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민영화 지지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민영화 반대론도 거세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국민연금 민영화라면 칠레 방식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아주 일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자체가 로(LOW) 리스크(RISK) 로 리턴(RETURN)”이라며 “연금의 속성 상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식으로 움직일 수 없고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민영화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충분한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민연금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므로 전문가들은 노후 대비에 국민연금이 좋다고 추천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연금의 경우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연금 가입자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충분한 생활비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민영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예측이다.결국 이들은 정부의 구호금을 받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들은 지금의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연금 도입 초기에 보험료가 너무 낮게 정해졌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그러나 국민연금 보험료를 많이 올리게 되면 국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게 되므로 퇴직금을 줄이는 대신 퇴직금의 잉여재원을 국민연금으로 편입하거나 퇴직금과 국민연금을 같이 줄여 어느 한 제도가 한계에 이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문형표 이사장 ‘시련의 연속’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국민연금공단을 이끌고 있는 문형표 이사장은 요즘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는 문형표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으로 재임 시 메르스 사태 대응에 실패했던 것 등을 지적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천막 농성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광호 국민연금지부 사무처장은 “문형표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의 책임자인데 사태가 마무리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 산하 기관장으로 왔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또한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과 관련해 세금폭탄이니 세대 간 도둑질이니 하는 공적연금에 대해 문제있는 발언들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정권이나 정치권이 마음대로 이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것을 위해 문 이사장을 임명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문 이사장을 공격하는 것은 노조 뿐 이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달 20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당시 복지부 장관이었던 문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의 핵심은 문 이사장이 메르스 사태 와중에 직무태만을 넘어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 해야 할 정보공개 등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이 형법 제122조의 직무유기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4월 총선 직후 5월은 메르스 사태 발생 후 1년이 되는 시점이다. 여기에 20대 국회가 구성된 이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 문제와 국민연금 운용 문제가 이슈로 대두될 것으로 보여 문 이사장은 한동안 ‘으스스’한 나날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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