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목소리 키우는 막장 드라마?
서로 목소리 키우는 막장 드라마?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3.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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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동조합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사측과 조종사노조가 이번 주 안에 첫 번째 임금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일정을 의논하고 있지만 양쪽의 갈등은 여전하다.

일단 사측은 노조 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선 상태다.

사측은 지난달 24일 조종사 가방에 사측을 비판하는 내용의 스티커를 붙여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이규남 조종사 노조위원장과 집행부를 고소했다. 이 스티커를 붙인 조종사 21명의 자격 심의 위원회도 가까운 시일 안으로 열 예정이다.

또 오는 16일에는 사측이 “조종사노조가 진행한 쟁의 행위 투표가 위법”이라고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한 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리가 열린다.

사측의 강력대응은 이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7일 운항본부 자격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박 모 기장을 파면했다. 파면 이유는 고의 항공기 출발 지연과 운항을 거부해 규정을 어겼다는 것. 또 다른 이유는 비행 전에 하는 브리핑을 평균 소요 시간과 비교해 3배 이상 지체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입장

이런 사측의 처리에 대해 조종사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과 맞서고 있는 조종사노조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박 모 기장의 파면 철회다.

노조는 박 기장이 일부러 항공 운항을 지연시키거나 태업을 시도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사측이 과도한 운항을 강압적으로 시킬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다.

이렇게 사측과 조종사 노조가 대립하게 된 근본 원인은 급여 문제다. 사측은 급여를 일반 노조와 같은 1.9%만 인상해 주겠다는 입장인 반면 조종사 노조는 지난 10년 동안 임원진 임금만 올랐다며 37% 인상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평균연봉이 대략 1억4000만원임을 생각해 보면 5000만원 가량 연봉을 올려달라는 요구다. 국내 언론들은 대부분 조종사 노조의 요구에 대해 지금이 불경기임을 내세워 너무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조종사 노조의 입장도 일리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해외항공사에서는 국내 항공사보다 5000만원 이상 연봉을 더 주는데 굳이 낮은 연봉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종사들은 대한항공 사측에게 큰 불만이 쌓여 있다.

한 대한항공 조종사는 “사측은 그동안 조종사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회사가 어렵다고 이야기해왔다”며 “그런데 지난해에는 초 저유가 상황이었는데 이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어렵다고 한다면 그동안 번 돈은 어디로 갔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오너 일가가 부를 독식하지 말고 직원들에게도 공정하게 나눠달라는 것이 조종사 노조의 주장”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임금 협상과 관련해 우려가 되는 것은 내국인 조종사들이 빠져 나간 빈자리를 경력이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으로 채우거나 남아있는 조종사들이 비행을 더 해야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적은 인원으로 운영하니까 사측이 법을 넘나들면서 운항 스케줄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조종사들이 대거 이직한 후 입사한 경력미상의 외국인 조종사가 조종을 하거나 장기간 비행으로 피로에 지친 국내 조종사들이 무리하게 조종을 하면 안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오너 일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한 대한항공 조종사는 “대한항공 내에서 오너 일가가 차지하는 위치 때문에 운항에 부담을 받는다”라며 “예를 들면 회장이 탄 비행기에 기장 방송을 했는데 영어 발음이 이상하다고 지적하고 가버리면 기장 방송 교육을 기장 전원에게 다 시킨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들 잡아야

항공업계 인사들은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의 갈등으로 인해 승객들이 최대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은 엄연히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이기 때문에 갈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국가 이미지 타격도 커질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조종사 노조의 주장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에 앞서 급여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상황에서는 조종사의 대량 해외 유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좀 더 현실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조종사들이 대거 해외로 이탈하면 ‘대한항공’이 아니라 ‘대외(大外)’항공이 될 판이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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