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16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경제정책 대결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여야의 경제사령탑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과 국민의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바 있는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다.
이채로운 것은 강봉균 선대위원장은 본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새누리당과 일치하지 않는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었음에도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김종인 선대위원장도 더민주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있었던 정치 성향을 갖고 있던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더민주에서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의 경제공약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더민주에서 막강한 권력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은 ‘경제민주화’ 덕택이다. 이런 경제민주화 주장에 대응해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로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일자리 창출’이다. 일단 국민들이 혹독한 경제난에 신음하고 있어 포인트를 잘 맞췄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이 공개한 20대 총선 정책 공약집에 따르면 새누리 경제공약의 핵심은 내수산업 살리기, 나눔경제 활성화, 미래 성장동력 육성, 소상공인 살리기, 서민 금융 강화 등이다.
상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U턴 기업을 위한 경제특구를 세워 매년 약 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 문화체험 및 산악관광 인프라 조성 공약, 자본시장의 구조를 개혁해서 중소벤처 자금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 등이 있다.
또 중견기업 전용 맞춤형 연구개발(R&D) 지원 사업 도입, 면세점 특허 기간을 현재의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공약 등을 내놓았다.
더민주와 새누리당의 결정적 큰 차이는 복지와 경제 성장에 대한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강 공동선대위원장이 선별적 복지와 성장에 무게를 두는 경제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김 선대위원장은 그에 비해 진보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제공약
이런 김 선대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더민주도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더민주의 총선공약집 ‘더불어 잘사는 공정한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처음 나오는 문제가 일자리 창출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소방 등 안전분야, 사회복지·보건의료 등 삶의 질 분야에서 공공부문 34만 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향후 3년간 공공부문의 청년 고용의무 할당률을 3%에서 5%로 높인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기업이 해마다 정원의 3% 이상 청년을 채용하게 하는 청년 고용의무 할당제를 시행해 25만 2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등의 일자리 공약을 제시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777플랜’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777플랜은 국민총소득(GNI)대비 가계소득의 비중을 2020년까지 70%대로 올려놓고 노동자(자영업자 포함)에게 돌아가는 몫인 노동소득분배율을 70%대로 높이며 중산층 비중을 97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인 70%대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뜨거운 감자인 법인세 문제에 대해 더민주는 과세표준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이 현재 법인세율 22%를 적용받고 있지만 이 법인세율을 2009년 이전 비율인 25%로 바꿔놓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외에 대기업 법인세 비과세·감면을 줄이고 대기업 사내유보금 과세도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런 법인세 인상 같은 공약이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쟁점 중 하나다. 새누리당은 법인세를 올릴 경우 기업의 투자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더민주의 공약을 전반적으로 보면 성장보다는 분배, 복지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지지층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판이하게 달라지면서 정책도 정반대로 나오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새누리·더민주 경제공약의 한계
그렇지만 양당의 경제공약을 바라보는 경제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새누리당의 공약에 대해 경제계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별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기업 활동이 용이한 환경을 만들고 경쟁력을 스스로 강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해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경제공약에 대해서도 경제계는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더민주 경제공약의 근본은 경제민주화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 경제민주화를 뜯어보면 더욱 강력한 규제, 부채 탕감이 골자다.
예를 들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을 만들거나 개정해 기업에 ‘규제 멍에’를 걸려고 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 사용 부담금제’를 시행해서 기업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소액 장기연체 채권을 소각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3단계 가계부채 경감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이를 놓고 채무자로 하여금 빚을 안 갚고 버텨도 결국은 탕감될 것이라는 식의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대에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경제 전반에 일일이 관여하고 기업을 통제했다. 일부 재계 인사들은 민주를 외치는 더민주가 과거의 인물을 앞장세워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