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돈 없어 낭만도 사라지는 시대적 자화상
쓸 돈 없어 낭만도 사라지는 시대적 자화상
  • 김창권 기자
  • 승인 2016.04.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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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회사에 취업한 김명환(가명·30)씨는 서울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술을 사서 집에서 혼자 마시는 일이 다반사다. 김씨는 “친구들을 만나 밖에서 술을 한 잔 마시려면 몇 만원은 그냥 깨지는데, 혼자서 생활하다보니 집에서 가볍게 맥주 한 두잔 하면 돈도 덜 들고 해서 즐겨 마신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처럼 혼자서 술을 마시는 일명 ‘혼술족’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바뀌고 있다.

지난 4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맥줏집과 막걸릿집 등 전문적으로 술을 파는 ‘주점업’ 서비스업생산지수는 지난 2월 73.0을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0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2010년 물가지수를 기준점인 100으로 놓고 나서 가격변동분을 제거한 업종 실질 성장을 나타내는 지수다. 100 미만일 경우 기준점인 2010년에 비해 생산이 줄었음을 뜻한다.

특히 주점업의 서비스업생산지수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78.2까지 떨어졌다가 연말특수 등으로 잠시 회복하는 듯싶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집에서 소비하는 금액만 따지는 가계 동향의 주류 소비지출은 지난해 월평균 1만2109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혼술족이 늘고 있다는 통계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혼술’을 넘어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의 트랜드를 형성하게 된 것은 장기화된 경제 불황과 물가 상승, 주류값 인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반 음식점에서 술 마시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가족변화에 따른 결혼·출산행태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6.9%에서 2015년 27.1%로 3.9배 늘었고 2035년에는 34.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혼술•홈술족 증가에 시장도 주목

 

이 같은 사회적 변화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혼술족을 붙잡기 위한 술이나 안주를 개발하는 등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보해양조는 지난달 ‘복받은부라더 CAN’과 ‘부라더하이볼’ 등 캔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이번에는 부라더#소다 캔 제품을 추가적으로 선보인다.

보해양조 측은 “부라더소다 캔 제품은 기존 페트 용량(750㎖)의 절반 수준인 355㎖으로,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봄철 나들이객을 위해 휴대하기 간편한 크기로 만들었다. 특히 집에서 홀로 주류를 즐기는 혼술족에게 부담 없는 용량으로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술을 마시는 데 있어서 빠지지 않는 안주류도 1인 가구에 맞춰 다양해지고 있다. 앞서 원앤원이 운영하는 원할머니보쌈·족발은 1인 가구의 수요가 늘자 ‘보쌈정식 도시락’ 등의 1인용 보쌈 정식을 내놨다.

본도시락은 ‘흑마늘 닭립’, ‘핫윙’ 등 안주용으로 적합한 메뉴를 출시해 혼술족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집에서 마시는 술이라도 안주는 직접 선택해서 먹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업체들도 이들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통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G마켓에서 최근 한 달(3월 7일~4월 6일) 대표적 안주 식품인 스낵 형태 건어물 ‘숏다리’와 ‘꾸이맨’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나 많았다. 또한 마른 오징어·한치, 뱅어포·은어포, 노가리·먹태, 반건조 오징어 등의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

더불어 육포와 믹스너트(혼합 견과류) 증가율도 각각 45%, 53%에 달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집에서 술을 마시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은 사회적 추세인 것 같다. 이런 1인 가구의 증가는 유통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사람과의 교감마저 줄어들고 있는 씁쓸한 풍경이다.
 


김창권 기자 fiance26@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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