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가는 게임업계, 기폭제 될까?
무너져가는 게임업계, 기폭제 될까?
  • 이한림 기자
  • 승인 2016.04.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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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김병관 성남 분당갑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후보가 당선됐다. 오랫동안 여당의 텃밭이었던 경기도 성남시에 판교 테크노벨리의 힘을 등에 업고 게임업계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 게임 전문 업체 대표직을 역임한 김 당선자가 20대 국회에 입성함에 따라 게임과 관련한 여러 불필요한 규제 등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병관 의장 <사진 - 김병관 당선자 페이스북>

김병관 당선자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2호 영입 인사로 게임회사 '웹젠'의 이사회 의장을 지내고 있다. 현직 게임업계 인사가 공개적으로 정당에 입당해 정치 참여를 선언한 첫 사례다. 그동안 게임업계 인사들이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로 화제를 모았다.

당초 김 당선자는 여당 텃밭인 성남분당 갑에 전략 공천되면서 낙선 우려가 높았다. 성남 분당갑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야당 후보가 승리하지 못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염오봉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도 이뤄내지 못했다.

그 여파로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금융위원장을 지낸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김 의장은 불리한 판세를 극복하고 당선에 성공하면서 친문(親文)세력의 주요 인사로 떠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게임인 출신 1호 정치인

김병관 당선자는 지난 2월 개최한 간담회에서 “게임업계를 대변하기 위해 입당한 건 아니지만 15년을 이 업계에 있었고 당에서도 IT와 경영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만큼 관련된 일을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히는 김 당선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산업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게임회사 넥슨 개발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솔루션홀딩스에서 재직하던 2003년 해당 회사가 NHN에 인수되면서 게임제작실장, 한게임 사업부장, 게임사업본부 부문장 등을 거쳐 2005년 8월 NHN게임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0년 7월 NHN게임스와 웹젠이 합병하면서 웹젠 대표직을 지내다가 2012년부터 이사회 의장이 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 의장은 웹젠 지분 26.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총선 후보자 재산 신고에서 2637억7300만원을 신고해 20대 총선후보자 중 재산신고액이 가장 많은 후보였다.

게임산업의 규제포비아를 뚫어내라

게임업계는 김 당선자가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에 힘을 써주기를 고대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게임 플레이 시간을 강제로 통제하는 ‘셧다운제’와 ‘웹보드 규제’에 이어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려는 정치권의 행보로 인해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게임의 부정적 인식이 부각되면서 투자 환경이 위축되고 이 때문에 산업 성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걱정과 우려가 많았다.
 

 ▲ 김 당선자는 게임업계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사진 - 웹젠의 대표게임 뮤 오리진>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게임 전문가로 통하는 김 당선자의 국회 입성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게임 산업의 부정적 인식 해소와 애로사항 등이 정치권에 잘 전달될 것이란 기대감이 섞인 시각이다.

김 당선자는 당선소감문을 통해 “좌절과 포기의 절벽 앞에 서 있는 청년들에게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던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 많은 청년들이 저처럼 도전해서 성공하는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국의 알파고를 만들어 낼 인재를 키우고 IT강국을 부활시켜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목표에 힘을 줬다.

부정적인 게임 산업 인식은 여전

하지만 그동안 정부 부처에 뿌리 깊게 박힌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김 당선자 한 명이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보수 정치인들 사이에선 게임을 미래 산업의 한 근간으로 보기보다는 단순 중독의 유해한 콘텐츠라는 인식이 만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에 외쳤던 ‘게임산업 규제철폐’에 관련해 지원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가 딱히 없어 보이는 것도 한 이유다. 특히 신(親)게임계 인사였던 전병헌 E-스포츠협회장(더민주 전 의원)과 군TV에 게임채널을 다시 부활시켰던 김광진 더민주 전 의원 등이 공천에서 컷오프되며 재야인사가 된 점도 뼈아프다.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더민주는 구체적인 게임공약이 없어서 과연 김 당선자가 침체된 게임업계와 게임 산업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어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은 어느덧 연 10조원 규모를 돌파했지만 위기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팽배하다. 글로벌 신흥강자들이 모바일 플랫폼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우리 게임 산업은 각종 규제로 인해 성장률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업계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 수도 2012년 5만2466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3만9221명으로 25% 줄었다.

정치권의 부당한 게임 탄압도 부진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그동안 마땅한 정치적 대응이나 대책이 없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따라서 게임업계의 흩어진 의견을 모아 실제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김 당선자에게 주어진 1차 과제인 셈이다.

김 당선자가 지역구를 위한 활동은 물론 게임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통해 게임산업의 규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한림 기자 lhl@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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