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자니 딸린 식구 걱정, 살리자니 코가 석자
문 닫자니 딸린 식구 걱정, 살리자니 코가 석자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4.19 15: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대 부실덩어리인 대우조선해양을 삼성그룹이 인수한다는 소문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그 기저에는 이미 커질대로 커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삼성뿐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중공업이 이미 조선업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 <사진=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위기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누적 매출액은 약 15조원이며 영업손실은 거의 3조원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약 7400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2013년에는 약 7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이처럼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이유는 글로벌 경제불황과 저유가로 인해 선박 발주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에 밀렸다고 생각했던 일본 조선업은 최근 부활하고 있다. 물론 일본 조선업이 강한 경쟁력을 되찾고 있는 것은 엔화 약세의 영향도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이 일본 조선업을 살려냈다는 평가다.

관련업계는 현재 조선업계 상황을 공급과잉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 조선소 빅3가 있지만 합병을 통해 2개 이하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당위성이 구축된 배경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합병설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병설은 소멸은 커녕 세를 키워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정부 입장 때문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은 거대한 시설규모와 연관산업체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청산할 수 없는 업체인데다 관련 노동자의 규모도 크다. 뿐만 아니라 방위산업 측면에서 봤을 때도 그 가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로 매각하는 것도 어렵다.

현실적으로 삼성 외에 대우조선해양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업체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삼성은 상당한 현금을 갖고 있고 조선업에 접목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IT기술을 갖고 있다. 게다가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와 인접한 거제도에 위치해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할 경우 삼성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 중 첫 번째는 로봇 산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로봇을 연구해왔는데 삼성의 IT기술력과 대우조선해양의 로봇이 결합하면 삼성은 또 하나의 미래 성장동력을 가질 수 있을 전망이다.

두 번째는 삼성이 삼성중공업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조선업계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종의 경우 이번 고비를 넘으면 새로운 형태의 선박 수요가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선박이 대표적 사례다.

스마트선박이란 선박 기관 상태, 운항 관련 정보 등을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육상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는 선박을 말한다. 또 현재는 선박들이 화석연료(벙커C유 등)를 사용해 운항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연료전지나 풍력을 사용하는 선박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연료소모를 줄일 수 있는 에코십도 조선과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에코십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을 말한다. 현재는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연료 저 소비형 선박 도입 열기가 주춤하지만 에코십 기술이 더욱 발전되면 교체수요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운업 운영비용에서 70% 정도가 연료비용이다. 에코십을 가진 해운사와 갖고 있지 못한 해운사는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송가 반잠수식 시추선 <사진=대우조선해양>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료의 변화는 선박의 교체수요 뿐 아니라 저유황연료(LSF)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정제시설 투자를 더욱 늘려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일단 조선경기 자체가 나쁘고 무엇보다 대우조선해양이 안고 있는 빚이 너무 많다. 지난해 연말 별도기준 대우조선해양 부채비율은 약 7300%다.

과거 부실기업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인수에 나선 기업을 위해 부채를 줄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이런 혜택을 받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해도 대우조선해양의 강성 노조 문제가 걸린다. 삼성그룹은 계열사에 노조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에 대선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면 삼성그룹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재기하려면 엄청난 구조조정과 투자는 필수인 상황. 채권단 관리 하에서는 이런 일들이 진행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내년과 내후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이어지기 때문에 뚜렷한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혹독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만이 살 길

대우조선해양의 살 길은 오로지 구조조정 이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적자가 심각한 현재는 인원을 대폭 줄이고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길이 없다. 업계에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문제가 더욱 커지므로 정부와 채권단의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기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가는 문제도 시간을 끌지 말고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인사들의 견해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