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닥 잘못하면 한국 경제가 흔들!
까닥 잘못하면 한국 경제가 흔들!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6.04.25 09: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술이 무섭다고 안하고 있다가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정지원과 관련해 위와 같이 밝혔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까지 몰아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의 파장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구조조정 사정권에 들어있는 해운업계와 철강업계는 해당 산업계 전반이 어수선한 분위기다.

수술대에 오른 해운업계…해답의 열쇠는 용선료 인하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전까지 해운업계는 장기간 호황을 누렸다. 중국을 중심으로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운임 역시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배를 많이 가진 해운업체들이 돈을 쓸어 담았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한국 국적의 컨테이너선사들도 대형 선박을 빌리는 일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 발발 이후 물동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세계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선박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급락한 운임은 선박을 빌리기 위해 지급하는 비용인 용선료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고액의 용선료를 비롯한 각종 비용에 허덕이고 있는 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당시 현대상선이 맺었던 계약은 8000TEU기준 하루 1만 달러 수준"이라며 "이는 현재 시세보다 5배는 높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선주들을 설득해 용선료 20~30% 인하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 작업이 마무리 되면 곧바로 사채권자 달래기에 나설 방침이다. 해운업이 절정이던 2010년과 2011년 80척의 배와 맺은 과도한 계약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가 1조4514억원이며, 한진해운은 1조107억원에 달한다. 빚을 견디지 못하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결국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키로 했다.

그렇지만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 없이는 구조조정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선주가 현 시세보다 5배 높은 용선료를 고집할 경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은 불가피한 것.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현대상선에 대한 추가 지원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용선료 인하 협상이 안되면 법정관리를 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경우 이미 맺어진 계약에 대해서 파기할 수 있어 해외 선주들은 새로운 해운사를 찾아 선박을 제공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현대상선의 협상 당사자는 주로 그리스와 영국, 일본의 선주들로 알려져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선주들이 받는 용선료를 2~30% 낮춰준다고 해도 여전히 시세보다 높다"며 "할인된 용선료 수준의 계약을 맺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만큼 새 업체와의 접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이 키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의 위기를 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위기는 또 다시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선주협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국회,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산업은행 등에 건의서를 보냈다. "우리나라 수출입물량의 99% 이상을 수송하고 있는 국가 전략산업이자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양대 컨테이너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상황"임을 강조한 것이다.

다음 타자는? 철강업계가 예정된 수순…

철강업계는 정부가 원샷법(기업활력제고법) 적용 대상 1순위 업종으로 지목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오랫동안 불황을 겪고 있다. 최근 철강제품 가격이 다소 상승세로 돌아서며 숨이 트이는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재무구조 악화와 생산설비 과잉 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철강업계 구조조정은 조선·해운 업종에 비해 정부의 입김은 비교적 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황이 바닥을 찍고 개선 국면에 접어든 만큼 정부도 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34개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포스코건설 지분매각 등 11건의 자산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8조7000원으로 늘렸다. 올해도 35개사를 추가 정리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고 수익이 떨어지는 설비를 매각하는 등의 사업재편 움직임을 보였다. 동국제강의 경우 본사 사옥을 매각하고 적자가 누적된 포항 후판공장을 정리하는 등 자구 노력으로 지난해 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철강업계 내부적으로는 정확한 공급과잉 현황 파악을 위해 외부 기관에 컨설팅을 의뢰 중인 상황이다. 컨설팅 결과에 따라 철강 산업 구조조정의 범위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 관련 최종 보고서는 6~7월경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경제 = 임태균 기자]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