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사진 담뱃갑 상단에 넣지 말라는 ‘규개위’
혐오사진 담뱃갑 상단에 넣지 말라는 ‘규개위’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4.26 09: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담뱃갑 경고그림의 위치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가 제동을 걸었다. 경고그림이 담배 판매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업계의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연학회는 “경고그림의 정책효과를 훼손 시킨다”며 “규제협약 의장국으로서 전세계적 망신을 자초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담배업계는 정부가 결정할 경고그림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진열장 구조를 변경해 최대한 경고그림을 가리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고그림이 잘 보이는 상태로 진열 될 경우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고그림의 의무화가 결정됐기 때문에 그림의 위치는 파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방침은 경고그림의 위치를 담뱃갑 윗부분에 넣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있는 담뱃진열장 구조는 가격표를 통해서만 경고그림을 가릴 수 있다. 기존에는 담뱃갑이 최대한 잘 보이도록 제작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방안이 확정된다면 가격표를 키운다고 하더라도 담뱃갑 전면의 경고그림을 가릴 수 없는 가장 적극적인 위치에 경고그림이 삽입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딴지를 건 것은 규개위다. 22일 규개위는 담뱃갑 경고 그림의 표기 방법과 내용 등을 정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하고 경고 그림을 담뱃갑 포장지 상단에 표기하도록 한 조항을 철회할 것을 복지부에 권고했다.

규개위는 “경고그림의 위치에 대해 강제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드시’ 경고그림이 상단에 위치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규개위 회의에서 “경고그림의 위치에 따른 효과가 입증 됐느냐? 어디에 넣는 것은 담배 회사가 알아서 정하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해졌다.

또한 제조사의 디자인 선택권과 판매점의 영업권 침해 흡연자의 선택권 침해 등 담배회사들과 흡연자 단체의 거센반발도 규개위의 방침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경고그림이 담배 판매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며 담배 판매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발언도 등장했다고 알려졌다.

결국 규개위는 ‘반드시’ 경고그림을 담뱃갑 상단에 삽입하는 조항을 삭제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보건복지부와 금연학회는 규개위의 권고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하단에 삽입하는 경고그림의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고 재심사를 요청했다. 25일 금연학회는 성명서를 내며 “국제담배규제협약 의장국으로서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

국제담배규제협약의 가이드라인에는 담뱃갑 경고그림을 윗부분에 넣어 흡연자가 잘 보도록 하고 있다. WHO담배규제기본협약에는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상단에 위치하는 게 좋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지부의 방침대로 경고그림의 삽입 위치를 상단으로 못박은 국가도 51개국이다.

금연학회는 이어 경고그림이 담배 판매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해친다는 담배 판매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비판했다.

금연학회는 “담배 판매업자가 주장한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내용을 규개위가 과학적 근거 없이 받아들였다”며 “규개위는 재심의를 통해 입법취지의 원안대로 담뱃갑 경고그림이 담뱃갑 위부분에 제대로 배치돼 국민건강권 보호라는 큰 명제와 국제적 표준에 합당한 결정을 내릴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규개위는 다음달 13일 재심사를 개최할 방침이다. 재심사에서도 규개위의 철회권고가 유지되면 복지부는 이를 따라야 한다.  

[이지경제=강경식 기자]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