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관점의 대책인가?
장기적 관점의 대책인가?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6.04.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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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 7월까지 담보가치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완화 조치를 연장하는 등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매매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가계부채 관리대책 등으로 수요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부동산시장 침체가 우려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서는 지금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합리적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가치를 인정해주는 비율을 뜻한다. 예컨대 LTV가 70%라면 평균시세 3억원 아파트를 담보로 최대 2억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것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즉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연소득 3000만원인 경우 DTI가 60%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8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4년 8월 지역별·금융업권별로 차등 적용했던 LTV와 DTI를 일괄 조정했다. LTV는 전 금융권과 전국에 70%로, DTI는 전 금융권과 수도권에 60%로 완화했던 것이다. 해당 조치의 종료 시점은 당초 올해 7월까지다.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명목으로 LTV·DTI의 규제완화를 연장한 것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으로 수요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부동산시장 침체가 우려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가계부채 관리대책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될 경우 지방 부동산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LTV·DTI 규제완화 연장에 대해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가계부채 관리대책의 연착륙과 시장거래 활성화 등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하우스 푸어 문제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있다.

부동산시장마저 위축되면 국내 경기 더욱 어려워져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5월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는 상황에서 LTV·DTI 완화까지 종료됐다면 시장을 더 위축하는 요인이 됐을 것"이라며 "다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몰 연장으로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는 있겠다. 하지만 5월부터 여신심사가 지방으로 확대되면 지금의 심리상태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새로운 대책을 마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을 거란 전망이다.

심교연 건국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위기다.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는 부동산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LTV와 DTI 일몰을 연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가 워낙 불안한 상황이라 바로 반응하지는 않을 수 있다. 지금 시장에서는 '경제가 불안한 상황인데 버틸 수는 있겠구나'로 정도로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분양시장은 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규제완화가 투기수요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주택담보대출의 절반이 생계형이다. 살기가 힘들어서 자영업이라고 하려고 돈을 빌린 건데 나머지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해 규제를 하면 다같이 죽는다.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위원은 "내년부터 임대소득과세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투기가 많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경우 여신심사가 없었기 때문에 지방 일부 지역이나 수도권 등에서 단타성 투자를 노린 거래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 분양시장이 지난해 만큼 잘될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계 부채가 더욱 심화…하우스 푸어 양성할 수도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현재 지역별 분양 양극화가 심화하고 강남 재건축이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이는 실수요보다는 투기수요가 다시 고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주택경기가 최근 침체되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려는 정책을 다시금 펼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가계 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LTV· DTI 완화를 연장하는 것보다 부동산 거품을 없애기 위한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지난 2년간 대출규제를 완화해도 전월세 문제는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면서 "LTV· DTI를 1년 더 완화해주면 대출이자가 더 늘어나 주거안정보다는 주거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월부터 수도권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됐지만 가계대출 증가폭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649조원으로 전월대비 4조9000억원 증가했으며, 지난 1분기 증가폭은 9조9000억원으로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1분기 9조7000억원을 경신했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올해 가계대출은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구매한 사람들이 대출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데 (LTV·DTI 완화로) 지금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경기 악화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실업이 늘어나면 나중에는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리 대비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지경제 = 임태균 기자]


임태균 기자 text12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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