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뿔 모양 바로잡으려다 소 잡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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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5.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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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현지시간) 영국 RB본사 앞에서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아버지 김덕종 씨(왼쪽)와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옥시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이제 국회로 넘어갈 조짐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8일 ‘옥시 3법’의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옥시 3법이란 ‘소비자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가습기살균제 참사 특별법’이다.

다만 이들 법안의 내용 중에는 보수세력과 재계가 반대하고 있는 내용도 있어 앞으로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해야

이들 옥시 3법 가운데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기업이 불법행위를 해서 이익을 얻었을 때 이익에 비해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내게 하는 제도다.

소비자에게 입힌 피해만큼 배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 수준으로는 범죄를 철저히 막을 수 없으므로 막대한 배상을 치르게 해서 범죄를 강력하게 억제하자는 것이 이 제도의 목적이다. 이 제도는 주로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옥시를 엄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이유는 옥시가 엄청난 피해 배상을 하게 해야 제 2의 옥시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옥시 3법은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됨에 따라 국회 통과될 가능성이 적지 않게 있는 상황이다. 현재 더민주와 국민의당 의석 수를 합치면 161석에 이르고 정의당을 합치면 167석이기 때문에 20대 국회가 진보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옥시 사건 피해자들을 동정하는 여론이 워낙 강해 여당이나 무소속 의원들 중에서도 야당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불필요하다

그러나 재계와 보수진영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한국에는 미국에 없는 과징금 제도가 있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미국과는 달리 유럽 국가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대신 과징금 제도를 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옥시 사건은)현행법으로도 처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란 시각이다.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따른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 등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채택한 나라는 일반적인 손배 소송에 필요한 입증보다 설득력이 있는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를 내놓도록 요구하고 있다. 법적 판단 시 발생할 수 있는 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입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예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납품단가 부당 감액행위’에 대해 입증책임을 아예 행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단가를 내리는 것 자체를 불공정하다고 단정하고 행위자가 단가 인하가 정당했다고 입증하게 한다는 것이 재계 측의 주장이다. 만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과 벌금을 내게 될 수 있다.

또 정상적 납품단가 인하행위까지 처벌을 받을 형편이 된 완성품 업체들이 국내 업체와의 거래를 피하고 외국 납품업체와 거래하게 되면 국내 납품업체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이외에 국내 법조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이후 이중처벌금지조항 문제, 판사의 광범위한 배상액 지정 권한 행사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현행법은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민법 제393조에 따라 실 손해액 배상주의를 택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시 이 원칙을 바꿔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1996년 이후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배상액을 제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플로리다 주는 배상액이 피해금액의 2배에서 3배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주법을 만들었고 버지니아 주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35만 달러를 넘지 못하게 했다.

옥시 사건 강력처벌에는 의견일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와 진보 간 견해차가 있으나 옥시 사건을 강력하게 처벌해 유사 사건이 재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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