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부정부패 막자는 취지 살려야
공무원 부정부패 막자는 취지 살려야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5.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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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받고 있다.

▲ 김영란 서강대학교 석좌교수(전 대법관)

김영란법 개정 안 된다

김영란법을 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는 한국 사회의 청렴도가 OECD 국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지난해 OECD 34개국 평균이 67.2점이지만 한국은 56점에 그쳤다. 당장은 몰라도 점차 청렴도가 올라가면 결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게 김영란법 개정 반대론자들의 입장이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대법관이 제안해 탄생한 법이다. 그동안 이 법을 놓고 상당한 논란이 진행됐지만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 이후 1년 2개월만에 시행령이 나오자 개정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법안이 약화됐다는 입장이다. 당초 김영란법의 원안은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면 무조건 과태료를 물리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수위가 크게 떨어졌다. 100만원 이하 금품을 받았을 경우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받은 금품 액수의 2배에서 5배 수준 과태료만 내도록 했다. 대가성이 없어도 한 번에 100만원 이상, 연 300만원 이상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김영란법의 허실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은 김영란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대중들이 지키지 않는 법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성매매특별법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성매매특별법으로 인해 음성적인 성매매 규모만 더욱 커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김영란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음성적인 방법으로 뇌물이나 향응을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부정부패를 단속하기 위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은 한계가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것도 김영란법의 정착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축산농, 외식, 유통업계 뿐 만 아니라 심지어 골프장 사업자들까지도 김영란법에 저항하고 있다. 이해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손님이 끊기면 타격이 막심하기 때문에 저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한국인들의 해외 소비가 왕성한 것을 고려하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부정 거래가 해외에서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에서는 돈을 많이 쓰고 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통계(잠정)를 보면 지난해 가계 해외소비지출은 약 26조3000억원이었다.

한국인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지 않고 해외에서 쓰는 이유에 대해 재계에서는 국내 서비스업수준이 해외 선진국보다 못한 것과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가진 자에 대한 거부감을 꼽고 있다. 남들의 시선 때문에 마음 놓고 국내에서는 소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을 개정한다면

경제계와 시민단체에서는 현실에 맞게 김영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오히려 부정부패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이 권력을 독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공무원 조직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이 ‘큰 정부’를 유지하고 있다 보니 김영란법이 도입됐을 때 내수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는 이야기다.

김영란법 적용 범위가 잘못 정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란법 적용 범위에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도 들어가는데 공직자도 아닌 언론인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논란에서 주로 금품수수 문제가 논점이 되는데 이 법은 부정청탁 처벌 조항도 갖고 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유형을 15개로 정하고 있다. 인허가 비리, 공직자 인사 개입, 보조금 집행 , 학교 및 병역 부당 개입, 직무상 비밀 누설 등이 부정청탁으로 분류된다. 언론인들은 취재를 하다가 내부 고발자의 도움을 받았을 경우 직무상 비밀누설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막자는 것인데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근본적 해결책은 공무원으로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