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전문가 환경부를 믿을 수 있을까?
뒷북 전문가 환경부를 믿을 수 있을까?
  • 김창권 기자
  • 승인 2016.05.18 09: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컸던 만큼 소비자들의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탈취제인 ‘페브리즈’도 유해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전체 성분을 공개하며 의혹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앞서 옥시 사태로 인해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7일 한국 P&G가 제출한 페브리즈 성분자료를 공개하고 유해성 논란을 빚은 미생물억제제(보존제) 성분인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과 제4급 암모늄 클로라이드의 디데실디메틸암모니움클로라이드(DDAC)는 인체에 위해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섬유 탈취제인 페브리즈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됐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제기되자 미생물억제제로만 표기 돼있는 전체 성분 자료를 공개하라고 한국 P&G에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섬유탈취용 페브리즈에는 DDAC가 0.14% 들어있고, 공기탈취용 페브리즈에는 BIT가 0.01% 함유됐다. BIT와 DDAC는 미국 환경보호국(US EPA)과 유럽연합(EU)에서 방향제 탈취제용으로 허가된 성분으로 DDAC는 기준 함량이 0.33%까지 사용가능한데, 페브리즈는 절반 이하라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날 외부 전문가로 초빙된 연세대 양지연 교수는 “BIT의 경우 급성 독성 실험을 확인해도 그리 문제가 없었다”며 “DDAC는 안전기준이 없어 독성을 재평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탈취제의 사용 형태나 노출 빈도를 보면 즉각적인 위험이나 호흡기에 심각한 수준을 초래할 정도는 아닌 걸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에서 검토한 보고서에서도 흡입독성을 평가한 자료는 없는 만큼, 정부는 독성실험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같은 제품이더라도 나라마다 넣는 성분이나 투입하는 양이 다른 만큼 환경부는 자체적으로 유해성검사를 진행한다는 것.

또 한국산업안전보건원은 DDAC에 대해서 흡입독성 위해도를 평가하긴 했지만, 14일 가량의 짧은 실험 결과로는 참고가 어려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한국 P&G는 페브리즈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들이 알 수 있도록 전체 성분 내역을 공개했다. 한국 P&G 관계자는 “페브리즈는 국내 및 국제적인 엄격한 안전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지만, 소비자 분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드리고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 환경부 홍정섭 화학물질정책과장

독성물질 함유한 생활화학제품 다수 적발

환경부는 또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장에 유통되는 생활화학제품 15개 품목 331개 제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용금지 물질을 사용한 스프레이 탈취제 등 안전기준을 위반한 7개 제품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은 뉴스토아의 탈취제 ‘어섬 페브릭’ 비엔에스월드링크의 세정제 ‘멜트’ 필코스캠의 ‘에어컨·히터 살균 탈취’ 에이스마케팅의 세정제 ‘Leather CLEAN & RENEW WIPES’ 미용닷컴의 문신용 염료 ‘나노칼라 다크 브라운’ 바이오피톤의 탈취제 ‘신발무균정’ 네오제퍼의 세정제 ‘퍼니처크림’ 등이다.

특히 적발된 제품 중 바이오피톤이 생산한 스프레이 탈취제 ‘신발무균정’에서는 탈취제 원료로 사용인 금지된 PHMG와 PHMB가 검출됐다. PHMG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성분으로 폐 섬유화의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바 있다. 또 에어컨 탈취제에서는 발암물질 트리클로로에틸렌이 기준치의 40배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

해당업체들은 위반제품 판매를 즉각 중단했고, 판매처에 납품한 재고분 대부분을 회수하고 폐기 처분했다. 환경부는 해당업체에게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에 따라 조치계획서를 제출하고 제품 포장교체 등 후속 조치를 명령해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생활화학제품은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법(공산품안전법)’에 의해 공산품으로 관리돼 왔다. 그러나 화평법 시행 이후 세정제·합성세제·표백제·섬유유연제·코팅제·접착제·방향제·탈취제 등 8개 품목 관리가 4월 환경부로 이관됐다. 기존 비관리 대상이던 방청제·김서림방지제·물체 탈염색체·문신용 염료·소독제·방충제·방부제 등 7개 제품도 관리 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환경부 홍정섭 화학물질정책과장은 “위해우려제품 안전·표시기준에 부적합한 제품들이 유통되지 않도록 시장에 대한 조사·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부는 금지물질 사용 제품을 1월에 인지하고도 5월이 돼서야 발표한 것은 소비자의 안전을 무시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기업에 소명 기회를 주다 보니 적발부터 공표까지 4개월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비롯된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속속 드러나게 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들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지경제 = 김창권 기자]


김창권 기자 fiance26@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4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