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에서 지옥행, 지옥에서 천당행
천당에서 지옥행, 지옥에서 천당행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5.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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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출신 최고경영자(CEO) 두 사람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금융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경영실적을 호전시키는데 성공한 인물은 정연대 코스콤 사장이고 부실경영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인물은 이덕훈 수출입은행 행장이다.

▲ 이덕훈 수출입은행 행장(왼쪽)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

돌고 도는 게 사람 팔자

2014년 5월 취임한 정연대 코스콤 사장은 초기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코스콤 노조는 정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기도 했다. 코스콤은 2014년 약 41억원 정도의 적은 영업이익을 냈고 매출도 약 2800억원에 그쳐 2013년(3150억원)에 비해 약 11% 줄었다.

그렇지만 코스콤 임직원은 모두 힘을 합쳐 실적을 호전시키는데 성공했다. 개별 기준 영업이익이 2014년 41억원에서 지난해 약 102억원으로 증가했다. 코스콤은 영업이익을 끌어 올리기 위해 비용을 줄였고 증권업체 대상 시스템 개발 및 프로그램 판매 매출을 높였다.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초·중학교 지원금액, 가족 의료비 지원 등이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총 24개 항목이 공무원 복지지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정연대 사장과 같이 서금회 출신인 이덕훈 행장은 2014년 3월 취임사에서 “수출입은행의 가파른 성장에 박수를 보내지만, 외형과 내실을 고려한 균형적 발전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2년여의 세월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취임사에서 이야기한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 됐다.

위기의 수출입은행

코스콤이 부진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길로 들어선 반면 수출입은행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수출입은행은 성과연봉제 도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의 반대로 협상 진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수출입은행의 부실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조선업을 포함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점점 쇠퇴하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부실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대출금 115조원 가운데 선박 부문에 23조7000억원, 플랜트 부문에 57조원을 지원했다. 조선 분야에만 약 80조원을 지원한 셈이다. 업계는 당분간 조선업 업황이 어두울 것으로 보여 수출입은행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철강, 석유화학 등 다양한 분야가 조선업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조선업이 무너질 경우 수출입은행이 지원해 준 다른 업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예견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덕훈 행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들을 선별해 대출을 회수하거나 구조조정 압박을 가해야 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빨리 취하지 못한 것은 결국 관치 금융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가의 시각이다.

이덕훈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금융권 인사들은 남은 임기 안에 이덕훈 행장이 수출입은행 구조조정을 마치고 도덕적 해이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 배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부실여신은 배임죄 문제를 야기한다”며 “임원들을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으면 제 2의 부실 대출이 생겨 나라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 민영화 바람 불 수도

이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 사태를 계기로 국책은행을 민영화해 정치권과 권력자의 손에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책은행이 정치권력의 손에 있는 한 부실 대출이 계속 진행되고 국책은행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력 입장에서는 국책은행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면 국책은행 임직원을 잘 길들여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그것을 위해 권력이란 채찍과 고액연봉이나 높은 복리후생 혜택 같은 당근이 동원된다고 보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금융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모두 고유 업무를 하다 민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곽호성 기자 grape@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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