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신공항, 졸속 신공항 될라
영남 신공항, 졸속 신공항 될라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6.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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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 장소 선정과 관련해 후보지역인 밀양과 가덕도 양 측이 서로 아전인수격인 주장을 내세우며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대통령선거 이전에 건립 장소를 결정하지 말고 선거 이후로 장소 선정을 미루자는 견해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 <출처 = Google 지도 화면 갈무리>

현재 영남권 신공항 건립 장소 후보 지역은 경남 밀양시와 부산 가덕도다. 밀양시는 대구, 경북, 울산, 경남지역 일부가 지지하고 있고 부산 가덕도는 부산과 가덕도 인근 경남지역이 지지하고 있다.

이렇게 밀양과 가덕도 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강행할 태세다. 김해공항의 포화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영남권 신공항을 요구하는 영남 민심이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 신공항을 건립해달라는 목소리는 10년 이상 이어져왔다.

밀양 ‘접근성과 비용’ Vs 가덕도 ‘안전성과 시너지’

밀양의 최대 강점은 접근성이다. 가덕도보다 밀양이 대구나 울산 등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가덕도와 비교할 때 바다를 매립해야 하는 비용 등이 들어가지 않아 공항 건설비용이 낮게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가덕도에 비해 저렴한 공사비를 투자하고도 활주로 2개를 확보할 수 있다. 밀양에 활주로 2개가 있는 대형공항이 들어서면 대구공항과 김해공항을 폐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두 공항 부지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대구광역시의 경우 이번에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하고 대구공항을 폐쇄해 지역발전을 이루려 하고 있다. 대구공항은 공군기지와 같이 있는 공항으로 공항 주변의 시민들은 항공기 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

이런 이유로 대구광역시는 대구공항을 이전시키거나 폐쇄하고 현(現) 대구공항 부지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대구공항이 대구 도심과 인접해 있어 그동안 대구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는 목소리도 컸다.

대구공항 부지를 개발할 경우 대구광역시는 상당한 경제적 혜택을 보게 된다. 대구시는 대구공항 이전으로 생기는 부지에 자연친화형 미래복합도시 ‘휴노믹 시티(Hunomic City)’를 건설할 계획이다. 대구공항의 항공기 소음이 사라짐에 따라 그동안 개발이 지체됐던 지역들이 대거 개발될 가능성도 높다.

밀양에 대응해 부산 측이 지지하고 있는 가덕도의 강점은 섬이라는 특성 상 공항 소음으로 인한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낮고 주변에 산이 없어 항공기 이착륙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변에 부산항과 철도가 있어 생기는 시너지 효과다.

가덕도의 또 다른 강점은 조종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발전시민재단이 여론조사기관 포커스컴퍼니를 통해 항공기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공항 입지에 대한 조종사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 결과에는 조종사 중 94.9%가 가덕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조종사들이 장애물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이다. 가덕도는 바다 한 복판에 있기 때문에 주변에 고정된 장애물이 없다.

가덕도를 지지하는 이들은 주변에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안전성이 뛰어나 높은 건립 비용 문제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덕도 주변에 부산항과 철도가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부산광역시 측은 밀양으로 영남권 신공항 입지가 정해질 경우 김해공항이 폐쇄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밀양 신공항을 추진하는 이들은 활주로 2개를 갖춘 대형 공항을 세우려 하고 있어 공항 완공 이후 대구공항과 김해공항이 폐쇄될 가능성이 높다.

김해공항이 문을 닫을 경우 부산광역시는 큰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김해공항은 지난해 약 600만명이 이용했으며 2025년에는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부산시민들이 공항을 이용하기 위해 김해공항 대신 밀양공항으로 가야하며 김해공항에서 그동안 벌어들였던 수입과 김해공항 덕택에 발생했던 경제효과를 고스란히 밀양에 넘겨주는 상황이 발생한다.

밀양 ‘지형과 소음’, 가덕도 ‘비용과 공역 중복’이 약점

가덕도와 경쟁하고 있는 밀양의 첫 번째 단점은 공항 건설 희망지역 주변에 있는 산들이다. 공항 주변에 있는 산은 여객기를 착륙시키는 조종사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밀양 측은 항공기 진입로에 있는 산봉우리 4개를 일부 깎아내면 항공기 착륙 안전이 확보된다는 입장이다. 밀양의 두 번째 문제점은 공항 소음이 공항 건설 예정지 인근 민가에 주는 피해 때문에 24시간 공항 운영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대구광역시는 지난달 26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밀양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 24시간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나 운영 효율성을 위해서는 단순 시간적 개념보다 항공기 비행수요에 충분한 이착륙 용량(slot)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은 오전 5시부터 밤 11시까지 621편(96%)이 운항하지만 이외 시간에는 4%(25편)만 운항한다는 것이 대구광역시의 설명이다.

가덕도가 안고 있는 첫 번째 문제점은 건립비용이다. 학계에서는 밀양에 활주로 2개를 가진 공항을 건설할 때 공사비가 4조 6000억원 가량이 들고 가덕도는 활주로 1개 공항을 지을 때 공사비가 6조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덕도의 두 번째 문제점은 주변에 있는 김해공항 및 진해 해군비행장과 공역이 겹친다는 점이다. 공역이란 항공기들이 날아다니는 구역이다. 이 점에 대해 가덕도 지지 측은 가덕도는 김해공항과 비행경로가 겹치나 고도차 1000피트 이상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입지 지금 정해야 Vs 대선 이후로 연기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요구하는 여론에 밀린 정부는 오는 24일 전후에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발표할 예정이나 발표 연기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대규모 국책사업이며, 정치논리가 개입돼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다. 따라서 2017년 대선 이후 나올 다음 정권이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정하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신공항 이슈는 항공정책적 판단보다 거의 선거이슈로 띄워지면서 정치문제로 논의됐다”며 “신공항 건설은 내년 대선에서 여론을 혼란시킬 우려가 크므로 대선이후 논의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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