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에 이어 중형차도 밀리나?
경차에 이어 중형차도 밀리나?
  • 강경식 기자
  • 승인 2016.06.16 15: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형 말리부의 열기가 출시 한 달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5월 쉐보레는 국산차 판매량의 11.8%를 차지했다. 그러나 여기에 포함된 말리부는 구형 모델을 포함한 3천대 남짓, 6월 실적은 1만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중형 세단 시장은 어느 때 보다 더욱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기아자동차의 K5에 이어 올해 초 등장한 르노삼성차의 SM6, 4월 출시된 쏘나타와 쏘나타를 어느새 바짝 추격하는 쉐보레의 말리부까지 연달아 출시된 풀 체인지 모델과 신차의 등장으로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장 먼저 출시된 모델은 기아자동차의 K5다.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연말까지 3만4717대를 판매했다. 12월에한 7598대를 판매했던 K5의 판매량은 1월로 넘어가자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달에만 4204대가 팔렸을 뿐 4월까지 4천대를 밑도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45개월간 총 4900억원이 투입된 K5의 국내 실적치고는 초라하게 느껴지는 판매실적이다.

K5 판매량 추이는 중형 세단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그대로 드러난 풀 체인지 모델의 수명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이런 추세는 르노삼성이 야심차게 선보인 SM6의 실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3월 SM6의 실적은 6751대다. 업계는 신차효과가 만들어낸 실적으로 분석했다. 이미 해외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이라는 장점도 있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전략도 성공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SM6의 신차효과는 4월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의 등장과 출고지연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상품성을 개선한 2107쏘나타를 당초 예상보다 이른 4월에 출시했다. 또한 3년간 무이자, 4년간 1.9%, 5년간 2.9%의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신차인 SM6보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1위 자리를 겨우 사수했다.

르노삼성의 패착도 있다. 경영진은 국내 시장 선호도를 예측하지 못했다. 르노삼성 측의 추산보다 많은 SM6 사전계약 고객들은 고급트림을 선택했다. 빗나간 예측은 부품수급에 차질을 빚었고 SM6의 출고 지연은 계속됐다. 현대차의 전략과 르노삼성의 예측실패는 SM6의 실적으로 직결됐다. 4월 르노삼성은 5195대의 SM6를 판매하는데 그쳤고 현대차의 쏘나타는 5788대가 팔려 나갔다.

쏘나타는 4월에 이어 5월에도 중형세단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정상 출고되기 시작한 SM6는 무서운 기세를 보이며 7901대를 판매했지만, 쏘나타가 더 많은 7972대를 판매하는 바람에 2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문제는 말리부의 등장이다. 쉐보레의 말리부 완전변경모델은 올해 사전계약에 돌입한 신차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1만대를 돌파했다. 1만대 돌파에 걸린 시간은 단 8일이었다. 3주간의 사전계약 기간 동안 1만5000대 이상의 계약고를 올렸다.

말리부를 생산하는 한국GM 부평2공장도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쉐보레는 지난 4월부터 신형 말리부를 생산해 초기 공급 물량에 대한 여유분을 쌓아왔다. 특히 부평2공장은 5월 첫째주 황금 연휴까지 반납하며 신차 생산에 역량을 집중했다. 출고 지연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를 최소화 했기 때문에 말리부에게 6월 중형세단 1위 자리는 가시권에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말리부의 판매량을 6만대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월 9000대 이상이 팔려야 가능한 실적이다. 출시 당시 쉐보레의 판매 목표는 3만대였다. 그러나 인도가 시작되자 사용 후기 등 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0% 이상의 초과실적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업계 관계자도 있다.

기아차의 K5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K5는 지난달까지 11개월간 5만3004대를 판매다. 출시 이후 서서히 판매량을 늘려갔지만 연초에 떨어진 판매량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K5는 출시 이후 단 한번도 쏘나타의 판매량을 앞서지 못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아자동차의 출시 전략에 대한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K5의 판매량이 꺾인 시점은 1월이다. 연초부터 SM6의 출시는 쏘나타의 연식변경 모델 출시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형 세단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어 말리부의 출시 시기가 구체화 됐고, 중형차시장을 내주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쏘나타마저 연식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결국 K5가 현재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산 중형세단 가운데 가장 오래된 모델이 돼버렸다. 신차효과를 기대 할 수도 없고, 편의사양이나 안전사양 모두 올해 나온 완전변경 모델에 비해 빼어나지 못하다. 기아차에게 더욱 뼈아픈 사실은 이런 사실이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것이다.

말리부의 완전변경모델 출시는 지난해부터 예고돼 왔다. 지난해 4월 뉴욕에서 열린 국제 오토쇼에서 쉐보레는 신형 말리부를 공개했고, 4분기부터 미국 내 판매를 시작했다. 따라서 지난해 봄 임팔라와 함께 신형 말리부의 상반기 국내 출시는 이미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었다.

지난해 7월 초 공개된 탈리스만의 국내 출시 또한 지난해 7월초 공개 직후 국내 출시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당시 SM7의 경쟁력악화와 SM5의 노후화는 르노삼성의 퇴출설로 번졌고, 이를 타개할 가장 유력한 타개책이 탈리스만의 국내 도입이라는 주장은 정설로 여겨졌다. 결국 3월 르노삼성은 SM6라는 이름으로 탈리스만을 국내에 출시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7월 기아자동차는 K5를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신차효과가 점점 짧아지고 경쟁업체의 완전변경 모델 출시가 예고된 상황에서 악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말리부의 가격대비 상품성은 K5를 비롯해 쏘나타와 SM6를 압도 한다”며 “말리부의 공격적인 가격정책과 빼어난 상품성을 현대기아자동차가 연식변경만으로 따라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부정적인 예측도 나왔다.

K5가 속한 중형세단은 소비자로부터 각 업체의 첨단기술과 디자인, 가격정책을 평가받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브랜드 가치의 기준이 되는 중형세단 시장에서 뒤처진다면 다른 세그먼트에서의 강세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이미 기아차가 쉐보레에게 내어준 경차시장은 당분간 돌려받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기아차가 쏘나타에 이어 두 번째를 유지해 온 K5의 자리마저 쉐보레에게 내어준다면 깊은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이지경제=강경식 기자] 


강경식 기자 liebend@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4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김성수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