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스크루지가 될 것인가? 록펠러가 될 것인가?
재계의 스크루지가 될 것인가? 록펠러가 될 것인가?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6.06.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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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수사와 경영권 갈등으로 인해 어려운 처지에 몰려 있다. 재계 인사들은 신 회장이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할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고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그에 대해서는 두 가지 평가가 나온다. 롯데그룹을 재계 5위로 끌어 올린 유능한 경영자라는 평가와 냉혹하고 인색한 재벌이라는 평가다. 재계 인사들은 신 회장이 지금 두 갈래 길에 서 있다고 본다. 한쪽 방향은 지금의 어려움을 계기로 존경받는 유능한 경영자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다른 길은 냉혹하고 인색한 재벌이란 평가를 받더라도 기존의 경영방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다음 주 주말에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롯데그룹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

신동빈 회장의 성공과정

한국 사회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신 회장은 지난 2011년 롯데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그는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그의 이력에서 독특한 점은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에 입사해 1988년까지 근무한 것이다. 그는 노무라증권에서 금융에 대해 배웠고 1988년 일본 롯데로 옮겼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에 상무이사로 들어오면서 한국 롯데로 자리를 옮긴 그는 1997년 그룹기획조정실 부회장을 맡았고 2004년부터 그룹 정책과 전략을 지휘하는 정책본부 본부장으로 일했다.

그는 회장 취임 전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고 말을 아끼는 모습을 유지했다. 그렇지만 추진력은 대단했다. 정책본부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해 롯데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기에 규모가 거의 2배로 커졌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의 친분이 롯데그룹의 번창에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신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유리한 위치에 선 신동빈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013년까지는 조용히 균형을 유지했지만 2014년부터 경영권 장악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 자회사 3곳의 임원직에서 해임되면서 형제 간 팽팽했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은 신 전 부회장이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과 경영 방침에 관련된 갈등을 빚었고 이때 신격호 총괄회장이 쓰쿠다의 노선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 총괄회장이 쓰쿠다의 손을 들어주면서 신 전 부회장이 권력싸움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일부 재계 인사들은 지난해 7월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과 일본에 가서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한 것과 신 전 부회장이 지금까지 신 총괄회장과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면 신 총괄회장이 쓰쿠다의 노선을 선택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과 가까운 쓰쿠다 사장과 신 전 부회장이 충돌했으며 이 사건 이후 신 회장과 가까운 세력이 신 전 부회장을 일본 롯데에서 축출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함께 반격에 나섰으나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이사들의 역습을 받고 지금의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됐다는 이야기다.

신 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롯데홀딩스에서 제거한 이후로 지금까지 신 회장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이 있으나 신 회장 측은 여유만만하다.

이번 주총의 주주 투표 안건은 지난달 신 전 부회장이 내놓은 신동빈 롯데홀딩스 대표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홀딩스 사장 해임안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대결에서도 신 회장 측이 이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 검찰 수사도 현재 소강상태다. 수사 초기에는 요란했지만 10일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특별한 진전이 없다.

신 회장의 거취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주총 이후 일본 내 금융기관 등 주요 거래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주총 결과와 국내 사정에 대해 설명한 후 다음 주말 입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롯데그룹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지만 의연한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침착하고 치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고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냉혈한 재벌이라는 평가도

그러나 재계의 호사가들 중에는 신 회장을 냉혹한 사람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형인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 형을 패자로 만들고 부친인 신 총괄회장도 롯데홀딩스 대표 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는 했지만 실권은 신 회장에게 완전히 넘어간 셈이다.

또 신 회장이 롯데그룹과 관련된 각종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나 경영권 분쟁을 제외한 △ 롯데홈쇼핑의 프라임타임 방송정지 △ 롯데백화점 갑질 논란 △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한 롯데물산 대표 구속 △ 롯데 면세점 입찰 탈락 등에 롯데그룹의 총 책임자인 신 회장의 책임도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은 최근 이미지가 크게 악화됐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롯데그룹을 일본 기업이라고 의심하고 있고 여전히 인색한 기업의 대표로 지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쇼핑의 평균 연평균 급여는 3615만원이었다. GS칼텍스의 9985만원이나 삼성전자의 1억100만원에 비하면 거의 3분의 1수준이다.

인색한 기업이라는 평가와는 정반대로 엄청나게 불어나 버린 덩치도 문제다. 롯데그룹은 계열사가 81개나 된다. 이 가운데 자본잠식(9개) 또는 부채비율 200% 초과(22개)기업은 31곳이며 전체 롯데그룹 계열사의 38.3%다.

[이지경제=곽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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